[기자수첩] '게임의 룰'이라 할지라도 마감시한은 지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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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게임의 룰'이라 할지라도 마감시한은 지켜라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8.27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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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심히 유감스럽다”, “서로 이런 말싸움 하는 것 자체가 후회스럽고 부끄럽다”, “이 자리에 앉기 낯뜨거울 정도로 발언들이 부끄럽다”

26일 ‘게임의 룰’을 정하는 선거법 개정안이 포함된 패스트트랙 법안들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소위원회에서 해결되지 못하고 결국 전체회의로 이관된 상황에서 여야 의원들의 서로를 향한 비난이 심해지자 그 자리에 앉아 있던 의원들이 자조 섞인 목소리를 냈다. 정개특위 활동시한이 불과 닷새를 앞둔 시점에서 제1소위에서 진전이 없자 김종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체회의 심사를 통해 처리 방법을 결정한다는 안건을 표결에 부쳤고, 자유한국당 의원들을 제외한 여야 의원들이 찬성하면서 재석 의원 11명 가운데 찬성 7명으로 가결됐다. 이에 한국당 의원들은 표결이 무효라며 ‘날치기 처리’, ‘제2의 패스트트랙 폭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한국당이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신청했으나 의결을 막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전체회의에서 한국당 의원들이 강하게 반발한 이유는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회의로 이관되면서 사실상 특위 종결 전 의결 수순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한국당 간사인 장제원 의원은 “소위에서 일독조차 하지 못했다. 선거제도를 최소한의 절차도 무시하고 날치기 통과시켰다”며 “여섯 가지 중 두 개밖에 토론하지 못했는데도 소위를 접고 일방 표결을 강행했다”고 말했다. 또한 김재원 의원도 “선거법은 어떤 국회에서도 합의처리를 관행으로 하는데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전체회의로 일방 상정했다”며 “마치 소위에서 충분히 논의된 것처럼 말하는 것은 삶은 소대가리가 웃을 일”이라고 했다.

선거법은 게임의 룰을 정하는 법이니만큼 한국당의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간다. 충분히 논의하고 합의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간 때문에 합의가 된 것처럼 처리가 된다면, 게다가 그것이 나에게 불리한 룰이라면 누구든 반발했을 것이다. 그러나 합의도 기본을 지킬 때 합의가 있는 것이다. 시험을 칠 때 아무리 공부를 열심히 하고 꼼꼼히 보더라도 가장 중요한 것은 정해진 시간 내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자의 덕목 중 어떤 것이 제일이냐고 묻는다면 잘 질문하는 것, 글을 잘 쓰는 것도 있겠지만 마감시한을 잘 지키는 것이 그보다 우선이다. 이날 소위까지 합쳐 선거법 개정을 위한 소위는 총 22차례 열렸다. 당을 위한 선거법 개정이 아닌 국민을 위한 선거법 개정이었다면 목표가 하나인 상황에서 정해진 시간 내에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이미 했을지도 모른다.

이날 발언을 하지 않고 지켜만 보던 무소속 이용주 의원은 “소위에서 논의를 잘 못해 전체회의로 왔다면 어쨌든 제1소위에서 소임을 다 못한 것이다”며 “제대로 작동이 안돼서 전체회의로 올라온 안건을 전체회의 하자마자 표결 처리하는 것을 마땅치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정개특위 활동기한이) 결국 8월 30일까지라면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야 한다”며 “내년 총선 일정상 올 12월까지는 단락을 지어야 한다면 부득이 8월 30일 기한내에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제한내에 처리하는 것이 맞고 그러기 위해서는 전체회의에서 최소한의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을 떠난 무소속 의원의 발언이 가장 합리적으로 들리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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