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文대통령 ‘90년대생이 온다’ 읽기는 하고 추천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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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文대통령 ‘90년대생이 온다’ 읽기는 하고 추천했나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9.08.26 14:12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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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약 3주전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전 직원들에게 ‘90년생이 온다’는 책을 선물했다. 책에는 새로운 세대로 분류되는 90년생의 세대적 특징이 담겨있고, 문 대통령은 “누구나 경험한 젊은 시절, 그러나 지금 우리는 이들을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라는 메시지도 함께 전달했다고 한다. 90년생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지지층이었던 동시에 ‘아픈 손가락’이기 때문이다.

90년생은 1990~1999년 사이에 출생한 세대다. 치열한 입시과정을 거쳐 대학에 입학한 대학생, 휴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에 막 첫발을 내딛은 사회초년생 모두가 속한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들을 알아가야 한다고 외친 것이 무색하게 90년대생은 하루가 멀다하고 허탈함을 느끼며 더욱 등을 돌리고 있다. 아직 청문회 날짜도 잡히지 않았지만 정치권에서 가장 ‘핫뉴스’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때문이다. 조 후보자 개인을 둘러싼 논란도 많지만, 이들을 더욱 허탈하게 만든 것은 조 후보자의 딸 논란이다. 이미 언론에서 제기된 의혹만 해도 초등학교 위장전입부터 부산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까지 걸쳐 다양하다. 대부분의 의혹이 ‘공정성’ 측면과 직결된 입시 과정과 장학금이 포함돼 청년들의 가장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고 말았다.

아직은 의혹단계라는 점에서 조 후보자 딸을 둘러싼 논란이 사실일 것이라고 단정 짓기는 힘들다. 조 후보자도 “아이 문제에는 안이한 아버지였다”며 송구스럽다는 뜻을 밝혔을 뿐, 공식해명은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청문회가 열려도 조 후보자는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하며 도덕적 책임을 피하려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그리되면 법적 잣대를 내세우며 법망을 빠져나갈 순 있어도 성난 민심을 돌이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국 사태’에 누구보다도 허탈감을 느꼈을 세대는 90년대생이다. 치열한 입시과정, 취업과정을 거치며 살아온 모든 ‘평범한 사람들’ ‘평범한 수저들’은 그의 의혹이 ‘그들만의 리그’일 뿐이다. 끝없는 스펙은 차치하고서라도 전형적인 ‘특권층 코스’에 납득할 수 없는 장학금까지. 비슷한 시기에 같은 길을 걸었던 이시대의 젊은이들이 다시 촛불을 들게 한 이유가 됐다.

문 대통령은 ‘90년생이 온다’를 선물하며 “새로운 세대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그들의 고민도 해결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전했다고 한다. 이 책에서 저자는 90년생의 특징 중 하나를 ‘정직함’으로 꼽으며 “그들은 이제 정치, 사회, 경제 모든 분야에서 완전무결한 정직을 요구한다. 혈연, 지연, 학연을 일종의 적폐로 여긴다”고 썼다. 대통령이 선물했던 책에 20대가 분노한 이유가 담겨있는 것이다.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고 외쳤던 현 정권은 90년생을 진정으로 이해하고 싶다면 민심을 먼저 제대로 읽는 것을 최우선 순위로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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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영 2019-08-28 13:49:40
기사다운 기사를 쓸 수는 없나요?

리아 2019-08-27 12:45:40
각종 의혹제기의 시작은 기_기들의 역할이 컸죠. '아' 다르고 '어' 다른 기사들로 잘못된 기사들도 쏟아내고 있으니 해명을 듣기도 전에 사람들의 실망은 무엇부터 시작된 것일까요? 의혹단계라는 점에서 단정 짓기 힘들다면서도 이런 기사로 돌려까지 하는 기자님들의 글을 보며 다시 한 번 기_기들의 미래를 본 듯 합니다. 90년생이 온다를 보려고 했다가 이런 글이나 읽게된 찝찝함이란.

주원 2019-08-26 17:02:35
공감되는 기사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