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생 신상품 공급 확대한 미국·유럽과 대조적
전문가, “국내 파생상품 시장 활성화 시급…해외 옵션 상품 도입 역량 안돼”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최근 발생한 파생결합증권(DLS)·파생결합펀드(DLF)의 수 천억대 손실이 우리나라 금융당국의 지나친 장내파생상품 규제에서 비롯돼, 제도적 책임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투자자별 일평균 파생상품 거래대금은 외국인이 22조7000억원으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6조1000억원, 16조2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특히 개인과 기관의 파생상품 거래는 지난 2011년 파생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급격한 감소를 보였다. 이 기간 한 때 개인과 기관의 일평균 파생거래대금은 각각 16조9851억원, 32조3007억원에 달하기도 했다.
개인과 기관의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것은 지난 2008년 키코사태, 2010년 도이치옵션 사태, 2011년 ELW부정거래 의혹, 한맥증권 사태 등을 겪으면서다. 당시 파생상품시장의 손실이 사회적 이슈로 부상하면서 규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확대 됐다. 금융당국도 우리나라 파생상품시장의 규모가 현물 시장 대비 과도하게 크고 개인 투자자 비중이 높다고 판단해 코스피200옵션 거래승수와 개인투자자 현금예탁비율 상향 등을 통한 규제를 강화했다.
이 결과 국내 파생상품 시장이 위축하자 개인 투자자는 물론 금융투자업자(기관)들도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실제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당시 1만3300명에 그쳤던 해외 장내파생상품 투자자는 매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현재 40만명 수준에 이르렀다.
문제는 해외 옵션상품에 대한 파생 전문가가 국내 시장에서 전무하다는 데 있다. 금융투자업계 따르면 국내 파생상품수가 글로벌 시장 대비 절대적으로 부족해 설계 시 옵션 대부분을 해외에서 가져오게 된다. 예를 들면 국내 파생시장에는 금리를 연계하는 옵션이 없기 때문에 미국이나 영국, 독일 등에서 금리옵션를 가져오는 식이다.
현업에서 파생분야에서만 10년 넘게 근무한 한 트레이더는 “금융당국이 국내 파생시장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니깐, 상품 설계를 하기가 매우 어려워졌다. 국내 옵션으로는 수익률을 맞출 수가 없으니 해외 옵션을 가져다 쓰게 됐다”며 “하지만 해외 옵션의 경우 국내 트레이더라 할 지라도 제대로 된 지식 없이 그저 ‘베끼기’식으로 만들어진 상품이 많다. 예를 들면 독일 금리를 연계해 상품을 설계 했다고 하면 독일 금리의 전망 등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없이 그저 수익률을 맞춰 판매하기에 급급하다. 이렇다 보니 당장 손실이 안 나더라도 최근 사태처럼 특정 이벤트를 맞이하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금융당국이 국내 파생상품 시장에 대한 규제가 아니라 활성화 정책이었더라면 현재처럼 피해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진 않았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또 다른 트레이더도 “우리 시장에 대한 전문성과 경험을 먼저 키우고 해외에서 경쟁해야 하는 것이다. 해외 옵션을 아무리 들여와 봤자 외국계 투자자와 우리 트레이더의 실력 차이는 알파고(인공지능)와 이세돌 차이만큼 크다”면서 “미국과 유럽 모두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생상품의 규제의 시각은 큰 변화가 없었다. 오히려 장외파생상품을 장내로 상장시키고 신상품 공급을 확대하는 등 장내파생상품의 활성화를 통한 금융혁신을 추구 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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