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지는 소득격차, 불어나는 가계 빚...무너지는 '소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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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어지는 소득격차, 불어나는 가계 빚...무너지는 '소주성'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8.22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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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자리 수십조원 투입에도 2분기 양극화 수준 '최악'…가계대출도 1분기 새 16조 껑충
2분기 소득분배가 통계청 집계 후 최악의 상황을 나타내며 양극화가 심화됐고, 같은기간 가계 빚은 큰 폭으로 늘었다. 사진은 거리의 한 노인이 수거한 폐지를 나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2분기 소득분배가 통계청 집계 후 최악의 상황을 나타내며 양극화가 심화됐고, 같은기간 가계 빚은 큰 폭으로 늘었다. 사진은 거리의 한 노인이 수거한 폐지를 나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정부가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사업에 수십조원이 넘는 예산을 쏟아부었지만 소득 격차는 오히려 역대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여기에 우리나라 '경제뇌관'으로 불리는 가계대출은 1분기 사이 16조원 넘게 증가하며 그나마 유지했던 증가세 둔화 흐름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이른바 '소주성'으로 일컫는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2년을 훌쩍 넘겼음에도 불구하고, 되려 가계 고통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취약 계층의 소득 개선을 위해 재정을 퍼부었지만 소득주도성장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 뚜렷해진만큼 정부가 현 경제정책의 실패를 인정하고 원점에서 새로운 정책 기조를 재검토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실제 저소득층의 소득수준을 높여 분배지표를 개선하겠다는 것이 소득주도성장의 핵심 골자였지만 소득 양극화 문제는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하위 20%)의 처분가능소득은 6분기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갔고, 상·하위 소득 격차는 2분기 기준으로 2003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크게 벌어졌다. 소득 분배가 역대 최악의 상황으로 가고 있는 것이다.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9년 2/4분기 가계동향조사(소득부문) 결과’에 따르면 균등화 처분가능소득을 기준으로 한 2분기 소득 5분위 배율은 5.3배로 2분기 기준 역대 최대다. 소득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소득으로 하위 20% 소득을 나눈 값을 말한다. 상위계층의 소득이 하위계층 소득의 5.3배라는 의미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근로소득의 격차가 크다. 근로소득은 전체 평균 4.5% 늘어난 가운데 빈곤층인 소득 1분위만 근로소득이 15.3%나 줄었다. 전년 대비 근로소득 감소율은 지난해(15.9%)에 이어 2년 연속 15%대의 감소세를 기록했다. 현 정부 출범 이후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기 불황 등 여파로 저소득층이 일자리를 잃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다시 나오는 이유다.

실제 쓸 수 있는 돈을 말하는 처분가능소득은 2.7% 증가해 지난 2015년 2분기 3.1% 증가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속을 들여다보면 건전한 지표가 못 된다. 소득 2~5분위에서는 모두 처분가능소득이 2.2%~5.8% 증가했지만, 소득 1분위는 유일하게 처분가능소득이 1.3% 감소했다.

결국, 1분위의 처분가능소득도 지난해 1분기부터 6분기 연속 전년 대비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5분위의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이 725만1500원으로 1년 전보다 2.3% 늘어난 것과 대비된다.

박상영 통계청 가계수지동향 과장은 “일본의 수출규제와 미·중 무역갈등 같은 대외 리스크가 너무 크다”며 “다만 9월 근로장려세제(EITC)가 예정돼 있고 추가경정예산안의 통과로 일자리 사업이 확대하는 부분도 있어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통계청
자료/통계청

가계살림의 위기 징후는 비단 소득의 문제만이 아니다. 가계 빚의 증가폭도 심상찮다. 우리나라 가계 빚이 올 2분기 말 기준으로 1556조원을 넘어섰다. 역대 최대 규모다. 전년대비해선 증가율이 둔화됐지만, 올 1분기 3조원을 겨우 넘어섰던 가계대출 증가액이 2분기엔 16조원으로 껑충 뛰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019년 2분기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 2분기말 가계신용 잔액은 1556조1000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가계신용은 가계부채를 종합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금융회사에서 빌린 대출(가계 대출)과 신용카드 사용 금액(판매 신용)을 합친 금액이다.

가계부채는 1년 전보다 63조7000억원(4.3%) 증가했다. 가계부채 증가율이 14년 9개월 만에 최저 수준이라는 점이 그나마 위안거리다. 총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포함한 정부의 대출규제가 아직까진 둔화세를 유지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소득에 비해 가계부채 증가속도는 여전히 높다. 올 1분기말 기준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잠정)은 3.6%로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58.1%%에 이른다.

가계부채 증가폭도 1분기(3조2000억원)와 비교하면 상당히 커졌다. 아파트 분양, 입주물량이 대폭 늘어나면서 집단대출이 늘었고 전세자금 수요도 지속된 영향이다. 예금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2분기말 732조10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주택담보대출은 9조원 늘어 전분기(7조원)대비 증가폭이 늘었다. 신용대출을 포함한 기타대출은 전분기 1조4000억원 감소했다가 2분기에는 4조3000억원 증가 전환됐다.

일각에선 경제 규모가 커지는만큼 빚이 늘어나는 현상을 자연스럽게 보기도 하지만, 'R(Recession, 경기침체)의 공포' 속 부채 증가라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은 하락하면서 빚 부담은 늘어나는 '부채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은 관계자는 " 2분기 들어 서울 주택 가격 오르면서 6월 주택가격전망도 10개월 만에 기준치 100을 상회했다"며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계속될 가능성 큰 가운데 분양가 상한제 정책 발표된 후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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