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시장 흔드는 '위험한 꼬리'들…시한폭탄 쥔 세계경제
상태바
금융시장 흔드는 '위험한 꼬리'들…시한폭탄 쥔 세계경제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8.21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중 무역분쟁·홍콩시위·브렉시트·이란 핵 갈등 등 전세계 도처에 도사리는 리스크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며 다우 지수가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지난 14일(미 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속절없이 하락하는 주가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가 고조되며 다우 지수가 올해 최대 낙폭을 기록했던 지난 14일(미 현지시간), 트레이더들이 속절없이 하락하는 주가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최근 대외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글로벌 금융시장의 '꼬리위험'(tail risk)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 김용범 신임 기획재정부 1차관이 거시경제금융회의를 주재하며 내놓은 발언이 금융권 안팎의 주목을 끌고 있다. ‘꼬리 위험’은 거대한 일회성 사건으로 발생 가능성은 낮지만 한 번 벌어지면 경제를 뒤흔들 수 있는 리스크를 의미한다.

김 차관의 이같은 발언은 현재 전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건들이 금융시장을 한꺼번에 집어삼킬 수 있다는 금융당국의 우려를 그대로 대변해주는 대목이다.

최근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BAML)가 투자자 22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가장 큰 꼬리’로 꼽힌 건 단연 ‘미·중 무역전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중국에 대한 관세조치를 일부 유예했지만,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압박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중국은 지난 2분기에 27년 만의 최저치인 6.2%의 경제성장률을 보이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두 거대국의 타협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점이다.

특히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이 가져온 환율전쟁도 간과할 수 없다는 경고가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 금융전문 매체 마켓워치는 "중국 정책 당국자들이 위안화 약세에 더욱 확고한 모습을 보이고, 미국 측 정책도 흔들림이 없어 보인다"며 "환율전쟁의 꼬리 위험을 무시할 수 없다"라고 경고한 바 있다.

라보뱅크의 제인 폴리 외환 전략가도 "위안화 가치의 빠르고 가파른 하락은 세계 경제에 충격을 줄 수 있다"며 "중국이 세계 최대 원자재 수입국이자 아시아 지역 생산품의 주요 소비자라는 점에서 위안화 약세는 더욱 광범위한 환율전쟁을 촉발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홍콩 시위’에 중국 정부가 무력 개입할 가능성도 글로벌 금융시장의 근심거리다. 현실화 될 경우 중국은 물론 세계 금융시장 충격이 불가피해서다.

홍콩은 지난해 기준 중국 내 외국인직접투자(FDI)의 약 70%가 유입된 대표적 '금융허브'로 꼽힌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중국에 대한 제재에 나설 경우 미·중 무역협상은 공전하면서 글로벌 경기침체 가능성도 고조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박성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오는 9월이 홍콩 사태 전개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는 10월1일에 중국 건국 70주년 행사가 예정돼 있는데다 중국 당국이 홍콩 시위대를 메뚜기에 비유하며 ‘90일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외에도 '꼬리 위험'은 전세계 도처에 도사리고 있다.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인 ‘브렉시트’는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고수해온 대로 예정일인 오는 10월31일 합의안 없이 ‘노딜’로 강행될 전망이다.
 
하지만 최근 언론에 보도된 영국 정부의 내부 기밀문서에 따르면 식료품과 의약품, 차량 연료, 생필품 부족을 비롯한 극심한 혼란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브렉시트에 따른 파장을 쉽게 예측할 수 없다는 점 자체가 '리스크'라고 입을 모은다.

여기에 미국과 이란 간 핵갈등도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미국이 지난해 5월 일방적으로 이란 핵협정을 탈퇴하고 대(對)이란 제재를 복원하자 시아파 이슬람의 맹주인 이란이 반발하며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양국 간 군사적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군사충돌'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유로존 불황도 글로벌 경제를 흔들 수 있는 리스크다. 유로존 맹주인 독일 경제가 지난 2분기 역성장함에 따라 조만간 유럽중앙은행(ECB)이 추가 금리 인하를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편, 금융당국은 국내 금융시장과 더불어 실물경제의 동향을 엄중히 살피고 향후 리스크 요인을 예의주시한다는 계획이다.

'꼬리 위험'을 언급했던 김용범 차관은 향후 정부 대책과 관련 "금융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는 충분한 수단을 보유하고 있다"며 "자사주 매입 규제 완화, 공매도 규제 강화 등 컨틴전시 플랜(contingency plan)에 따른 다양한 가용 수단을 구체적으로 검토하며 시장 상황에 따라 취사선택해 신속하고 과감히 대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환시장에 대해서도 각별한 경각심을 갖고 주시할 것"이라며 "과도한 쏠림 등에 의한 시장 불안이 발생하면 선제적이고 단호하게 시장안정조치를 해나갈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