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LF 불완전 판매’, 전액 배상 가능할까…투자자VS금융권 신경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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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F 불완전 판매’, 전액 배상 가능할까…투자자VS금융권 신경전
  • 박수진 기자
  • 승인 2019.08.20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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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분쟁 조정 절차 통해 최대 70%까지 배상 가능
일부 투자자 “은행 직원 대상으로 개별 소송 준비할 것”
우리은행의 독일금리 DLF 홍보 포스터. 사진=DLF 투자자
우리은행의 독일금리 DLF 홍보 포스터. 사진=독일금리 DLF 투자자

[매일일보 박수진 기자] 최근 대규모 원금 손실과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는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배상 금액을 놓고 투자자와 금융권의 신경전이 예상된다. 금융권에서는 금감원의 분쟁 조정 절차를 통해 최대 70%까지 배상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일부 투자자들은 전액 보상을 위해 법적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입장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이르면 내달 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금리연계 파생결합증권(DLS) 상품과 관련한 분쟁 조정 신청 건을 분쟁조정위원회 안건으로 상정한다. 

지난 16일 기준 금감원에 접수된 관련 분쟁 조정 신청 건은 총 29건이다. 하지만 내달 분쟁조정위에 상정될 수 있는 안건은 많으면 3건(KEB하나은행)이다. 이들 안건은 지난달까지 접수된 사안으로 상품이 이미 중도해지돼 손실이 확정된 상태다. 여타 신청 건수는 손실이 확정되지 않아 아직 분쟁 조정 대상이 아니다.

현재 영국·미국의 파운드·달러화 이자율스와프(CMS)에 연동된 DLF 상품 판매 잔액은 6958억원으로 이 중 85.8%인 5973억원이 손실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독일국채 10년물 금리 연계상품 판매 잔액은 1266억원으로 판매금액 전체가 손실구간에 있다.

금감원은 지난달 접수된 3건에 대해 기초적인 사실 조사를 마친 상태다. 특히 이 중 1건은 외부 법률자문 의뢰를 앞두고 있다. 법률자문은 통상 분쟁조정위 공식 회부 직전에 진행되는 절차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진행되는 분쟁 조정 3건이 추후 손실 확정 후 대규모로 제기될 유사 분쟁 조정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배상 비율은 개별 분쟁 조정 사례의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첫 번째 분쟁 조정 사례인 만큼 이번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의 설계나 제조, 영업지침 등 사안이 규정지어지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분쟁 조정과정에서 통상 상품 판매의 △적정성 △적합성 △부당권유 등 3가지 부분을 집중적으로 체크한 뒤 배상 비율을 결정할 예정이다. 

적정성은 고객의 연령과 수입원, 금융 지식과 투자목적 등을 파악하는 부분이다. 적합성은 적정성을 통해 산출된 고객 수준과 어울리는 상품을 추천했는지를 보는 영역이다. 부당권유는 이율이나 수익을 보장하는 등 판매 과정에서 고객을 유치하고자 부당한 조건을 제시하는 것이다.

그간 금감원은 이 3가지 부분에서 금융사의 잘못이 명백한 경우 60%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해왔다. 다만 2013년 동양그룹 기업어음(CP) 불완전판매 등 사례를 보면 금융상품 투자 경험이 전무한 어르신에게 위험 상품을 판매한 경우 60%에 10%를 가중한 70%까지 배상 책임을 부과한 바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투자자들이 계약 과정에서 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들었고, 부담을 감수하겠다는 서류에 서명도 했다”면서 “아울러 비보장형이라고 충분히 명시돼 있고, 이후 진행되는 해피콜을 통해 다시 한번 투자자 확인을 진행한 만큼 모든 책임을 판매 은행에만 떠넘길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독일 채권’이라는 은행 직원의 말을 신뢰하고 상품에 가입했다며 계약 과정에서 손실 가능성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기 때문에 전액 보상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투자자 A씨는 “내년 은퇴 후 쓰려고 모은돈으로 정기예금을 넣을 생각이었으나 직원이 한번만 도와달라고 했다”면서 “‘6개월 지나면 수수료도 없이 찾을 수 있다’, ‘세상에서 제일 안전한 독일 채권이다’라고 말해 투자하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투자 이후 채권 금리 하락과 관련한 은행 직원 태도이다. A씨는 “중간에 자꾸 원금이 깍이길래 이유를 듣고자 은행에 찾아갔더니 오히려 직원이 지금 해지하면 12%의 수수료가 있어 더 손해니 불안하면 연락주겠다. 염려하지 말라고 했다”며 “하지만 지금까지 전화 한 번 없고 PB(Private Banking, 금융 포트폴리오 전문가)조차 없어졌다”고 하소연 했다. 

이에 일부 투자자들은 금감원의 분쟁 조정 결과를 본 뒤 은행 또는 판매 은행 직원을 대상으로 한 개별 소송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 B씨는 “단체소송 보다는 개인 소송으로 진행할 생각”이라며 “은행이 아닌 판매 행원을 대상으로 소송을 걸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법정 공방에서는 ‘투자자 책임’을 놓고 격론이 오갈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측은  충분히 상품의 위험에 대해 설명했다는 서류 및 녹취자료를 가지고 투자자 책임도 있다는 주장을, 투자자들은 ‘서명은 했지만 실제로 설명은 제대로 듣지 못했다’, ‘판매은행과 직원을 신뢰다’는 논리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백두산 한국투자 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는 금융기관 스프레드 축소, 운용자산 쏠림현상, 경제주체의 자산배분 어려움 가중 등 저금리가 유발한 여러 가지 금융 시스템 부작용 중의 하나로 파 악될 수 있다”며 “특히 일부 은행들은 애초에 해당 DLF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의 결정은 다소 아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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