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DHC’ 등 초정밀 타깃 ‘퇴출운동’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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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클로·DHC’ 등 초정밀 타깃 ‘퇴출운동’ 시작됐다
  • 임유정 기자
  • 승인 2019.08.18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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뚜렷한 명분 기준·소수 타깃 설정, 불매 넘어 퇴출 움직임 ‘속도’
DHC 제품이 입점한 일부 국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업계는 DHC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사진은 13일 서울의 한 화장품 매장의 DHC 제품.사진=연합뉴스 제공
DHC 제품이 입점한 일부 국내 헬스앤뷰티(H&B) 스토어 업계는 DHC 제품의 판매를 중단했다. 사진은 13일 서울의 한 화장품 매장의 DHC 제품.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최근 국내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일본 불매운동이 점점 더 초정밀화 되고 있다. 소위 ‘한 놈만 잡아 팬다’는 전략으로 명분이 뚜렷한 소수의 타깃을 설정해 아예 퇴출되도록 운동을 벌이는 이른바 ‘핀셋 퇴출운동’에 급물살을 탄 모양새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단순히 대체제를 찾아 소비하던 1차 불매운동에서 벗어나, 이제는 아예 국내서 퇴출의 경로를 밟도록 하는 움직임으로까지 번지는 등 2차 불매운동의 가닥이 잡혔다는 분석이다. 소비들의 이전보다 두툼해진 실탄이 오발 없이 한 방에 정조준, 저격하는 양산을 띠고 있는 셈이다.

일본계 SPA 브랜드 ‘유니클로’는 이번 일본 불매운동의 최초 타깃으로 지목되면서 온·오프라인 구분 없이 가장 큰 타격을 입었다. 지난달 일본 본사 임원의 ‘한국 불매운동 폄하’ 발언을 계기로 집중 표적의 대상이 됐다. 임원은 두 차례에 걸쳐 공식사과문을 배포했지만, 여름 성수기임에도 매출 하락의 신세를 면치 못했다. 급기야 이달 초에는 10년간 운영해 온 종로3가점의 폐점했고, 내달 월계점 정리도 앞두면서 우려했던 도미노 폐점이 시작됐다는 의견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실제로 불매운동의 여파는 숫자로 증명됐다. 1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를 살펴보면, 국내 8개 카드사(KB국민·롯데·삼성·신한·우리·현대·비씨·하나)의 유니클로의 지난달 매출은 전달 대비 59억 4000만원에서 17억 7000만원으로 70.14% 급감했다. 유니클로를 전개하는 에프알코리아의 올 2분기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대비 7.3% 감소한 530억원에 그쳤다.

불매운동은 유니클로를 기점으로 반경이 넓어지면서 일본 맥주로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난 10년간 수입맥주 1위 자리를 지킨 일본 맥주는 3위로 추락했다. 일본 맥주는 2009년 이후 10년째 부동의 1위를 지키며 올 6월까지도 일본 맥주의 인기는 대단했다. 하지만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된 지난달 50억원대로 반토막 나더니, 이달 10일 기준 일본 맥주 수입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의 100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며 위세가 크게 꺾였다.

이는 일본맥주를 취급하는 대형마트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의 발주 중단은 물론, 주요 편의점의 ‘1캔의 만원’ 프로모션 정지 결단이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특히 소비자들이 일본 맥주를 대신해 다른 수입맥주를 찾아 마시는 것을 넘어, 대체 맥주를 적극 권유하거나 일부 시민을 중심으로 일본산 상품에 불매운동 스티커를 부착하는 움직임까지 일면서 가속화됐다. 각 채널별 재고 소진이 어려워지면서 사실상 퇴출의 기로에 놓인 셈이다.

ABC마트 ST 메세나폴리스점. 사진=임유정 기자
ABC마트 ST 메세나폴리스점. 사진=임유정 기자

이 밖에도 일본 신발 편집숍 브랜드 ‘ABC마트’는 일본 ABC마트 본사가 ABC마트코리아의 지분 99.96%를 보유, 지난해에만 일본 본사에 로열티 등으로 총 124억원을 지급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소비자들은 하나 둘 등을 돌렸다. ABC마트코리아는 2002년 한국 진출 6년 만에 매출 1000억원, 영업이익 150억원을 냈다. 매년 40% 이상의 성장세를 보였으나, 최근 6월 마지막 주~7월 네 번째 주 사이 매출이 19.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가장 최근에는 불매운동의 화력이 일본 화장품 브랜드 DHC로 옮겨 붙었다. 자회사인 ‘DHC 텔레비전’에서 혐한 발언을 한 것을 계기로 국내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면서 다음 타깃의 주인공이 됐다. 뒤늦게 DHC코리아가 공식사과를 하며 뒷수습에 나섰지만 일본 본사에서 또다시 한국을 조롱하면서 불매 운동을 넘어 퇴출운동으로까지 확산됐다.

DHC의 화장품 불매 운동의 영향으로 일부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는 DHC 제품이 퇴출경로를 밟았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랄라블라’에서는 DHC 제품의 신규 발주를 중단했고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롭스’ 역시 판매대에서 제품을 회수했다. 여기에 쿠팡 역시 지난 13일부터 DHC 제품 판매 중단을 결정했다. DHC 전속 모델인 배우 정유미도 잇단 소비자 항의에 공감, DHC에 모델 활동 중단을 요청하며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이번 불매운동의 타깃이 갈수록 더 고도화 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지난 14일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전국 성인 501명을 대상으로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를 조사한 결과, 일본이 경제 보복을 철회하더라도 불매운동을 계속하겠다는 소비자는 40%가 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여기에 일본의 사죄 이후에도 불매운동을 계속할 것이라는 응답도 13.2%로 나타났다. 또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 71.7%가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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