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개미가 항상 큰 손의 먹이감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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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개미가 항상 큰 손의 먹이감인 이유
  • 박동준 기자
  • 승인 2012.12.03 10: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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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기자님 죄송한데 나가주셔야 하는데요”

기자 초년병 시절 한 상장사 IR(기업설명회)에서 들었던 이야기다. 이메일로 기업설명회 초청 메일이 들어와 당연히 기자도 참석해도 되는 자리인 줄 알고 갔지만 실상은 기관투자가 대상이었던 것이다.

IR을 주최한 증권사 쪽은 퇴장 요구와 동시에 배포한 자료 회수 및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를 연신 요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사실, 처음 프리젠테이션 단계에서부터 통상적인 기자간담회 자리와 비교했을 때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것을 느끼기는 했다.

프리젠테이션 이후 이어진 질문에서는 확실히 평소와는 다른 것을 확신했다.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는 전문용어가 섞인 질문, 그리고 기자가 같은 질문을 했다면 ‘회사기밀’이라며 답을 꺼려했을 사항에도 사측은 향후 전망까지 더해 친절하고 상세하게 대답했다.

지난 11월, 한 코스닥 상장사 주가가 급락했다. 전일까지 삼성전자 협력업체로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었고 특히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 시즌 특수 등 연말로 갈수록 실적이 좋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던 상황이라 충격은 더했다.

급락 당일, 외국인 투자자들은 장 시작과 동시에 대거 매물을 쏟아냈다. 5분도 안 돼 주가가 10% 이상이 빠질 정도였으니 시장은 패닉에 빠져 개인투자자들도 묻지마 투매에 동참했다.

갑작스런 급락에 무슨 이유인지 알아보기 위해 회사 IR 담당자와 연결을 수차례 시도했지만 끝내 연결이 안됐고, 결국 이 날 주가는 13% 가까이 밀려 최근 3개월 간의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장 종료 후에서야 회사의 4분기 실적이 기대치에 못 미치며 특히 한 대기업으로의 납품이 내년으로 미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여기에서, 국내 투자자들이 장 마감 후에서야 파악할 수 있었던 ‘고급정보’를 일반 투자자보다 한 발 먼저 파악하고 투매에 나선 외국인 투자자의 정보 출처가 어디일까란 의문이 생긴다.

결론은 위에서도 언급했지만 물론 해당 ‘회사’다.

▲ 금융증권부 박동준 기자

투자 성패를 좌우하는 것은 ‘정보’다. 한국 주식시장이 외국인들의 놀이터인 동시에 ‘개미 지옥’인 배경에는 개인투자자와 기관·외국인 투자자들 사이에 끝없이 나타나는 ‘정보의 비대칭성’이 있다.

‘공정공시’ 제도가 허울뿐이라는 말이다. 호재는 뿌려대고 악재는 감추는 것이 제도적으로 허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달력도 한 장만이 남아 있어 한 해를 마무리 하는 시점이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기업과 증권사 모두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고객서비스가 올해보다는 나아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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