흠집내기에 혈안된 대통령 후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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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집내기에 혈안된 대통령 후보들
  • 박완규 칼럼니스트 / GTN-TV 주필
  • 승인 2012.12.02 15:2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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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규 칼럼니스트

[매일일보]사명당이 금강산으로 서산대사를 찾아갔다. 제자로 받아주기를 청하는 사명당에게 서산대사가 물었다.

“어디서 왔는고?”

“저 남쪽에서 왔습니다.”

“몇 걸음에 왔는고?”

사명당이 벌떡 일어나서 두 팔을 활짝 벌리고 춤을 추듯 빙글빙글 몇 바퀴 돌았다. “이만큼 걸어 왔습니다.”

사명당은 내심 자신의 기지에 찬 대답이 흡족했다. “대사님도 이런 답이 나오리라는 걸 모르셨을걸.”

하지만 서산대사는 아무런 표정의 변화 없이 물끄러미 사명당을 쳐다보더니 세 번 째 질문을 던졌다.

“어느 길로 왔는고?” 질문의 속뜻을 잠시 헤아린 사명당이 자신있게 대답했다. “옛 길을 따라 왔습니다.”

그러자 웬걸, 스승의 미소를 기대하던 사명당의 면전에 불호령이 떨어졌다.

“옛 길을 따르지 말라! 잘 다져진 길이라고 해도 낡은 방식으로는 깨달음은커녕 새롭게 출발할 수도 없다”고.

대통령선거가 불과 16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박근혜와 문재인 두 유력 후보들이 벌이는 선거운동 양상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새누리당이 지난 8월 20일 박근혜 후보를, 민주통합당이 9월 16일 문재인 후보를 각각 선출해 놓고도 2개월 이상 안철수 변수에 휘둘려 정상궤도에서 이탈했음을 고려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미래 비전을 놓고 경쟁하는 것이 유권자들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그럼에도 양 진영은 ‘국가의 미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국민적 토론’은 뒷전이고 과거 들추기식 비난전에만 몰입하고 있다.

노무현·이명박 정권의 공과(功過)를 따지는 일은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겠다는 구체적 방안이다.

아직도 양측이 종합 공약집(公約集)조차 국민 앞에 내놓지 못한 것은 문제가 많다. 그러다보니 정작 출마를 포기한 안철수 전 후보만 공약집을 발간했다는, 어이없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과거 정권에 대한 평가는 필요한 일이다. 집권을 한 차례 더 허용할 것인가. 집권세력을 교체할 것인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것이 선거의 주(主)측면이어서는 안된다. 또한 객관적 자료를 앞세운 냉철한 접근을 해야지 왜곡된 자료에 근거한 선동으로 흘러서는 안된다.

박 후보 측이 문 후보를 ‘실패한 노무현 정권의 2인자’ ‘나라를 두 쪽 만든 후보’라고 공격하거나, 문 후보 측이 박 후보를 겨냥해 ‘유신독재 세력의 잔재 대표’ ‘빵점 정부의 공동책임자’ 식으로 무조건 비난하는 것은 곤란하다.

후보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필요하지만 불필요한 신상털기나, 직접 관련도 없는 문제점을 침소봉대해서는 안된다.

이러다 보니 정책의 비교·검증은 뒷전이다. 박 후보 측은 아직 노동, 국방, 문화·예술 분야 공약을 확정짓지 못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당은 더 한심하다. 안철수 전 후보 진영과 협조 구축에 미련을 두고 주요 분야의 기조도 확정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원정수 축소 등 정치 개혁 부문과 외교·안보·남북관계는 의견차가 상당히 크다. 이런 애매한 상황이 부동층을 더 늘어나게 하고 있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는 오는 4일 열릴 첫 TV토론회 전에 서둘러 공약집을 내놓고, 서로가 저쪽이 국정을 망칠 것이란 손가락질보다는 우리가 더 잘할 수 있다는 경쟁에 나서야 한다.

짐짓, 사명대사가 현신불(現身佛)로 나타나 “그따위 구태 짓거리로는 대통령은커녕 후보 자격조차 없다”고 호통이나 치지 않을까 저으기 걱정스럽다.

박완규 칼럼니스트 / GTN-TV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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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윤 2012-12-03 11:35:52
문재인 후보측은 박근혜 후보가 고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것을 이유로 제 5공화국에서 자행되었던 인권탄압 문제를 가지고 박 후보를 쓰러뜨리려고 한다. 아버지의 과거가 딸의 현재가 되어서는 안된다. 문재인 후보측은 싸움을 할려면 정정당당히 대한민국의 미래를 좌우하는 정책을 가지고 나와야 한다. 미래에 대한 비전(vision) 제시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이란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