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가계부채 등 위기 징후…당국 대응카드에 '촉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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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가계부채 등 위기 징후…당국 대응카드에 '촉각'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8.13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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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 구상 돌입한 이주열 한은 총재, 휴가 반납 시장상황 점검 몰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며 한국은행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하 듯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달 계획한 여름 휴가도 취소했다. 시시각각 바뀌는 대내외 변수를 점검하는 동시에 통화정책 구상에 몰두하기 위해서다.

13일 한은에 따르면 이 총재는 매년 이틀가량 보내던 여름 휴가를 최근 반납했다. 시장 불안으로 주목을 받는 오는 30일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회의 준비에 전력을 쏟고자 휴가를 취소했다는 게 한은 관계자의 전언이다. 그만큼 이 총재가 현재 시장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는 방증이다.

실제 미·중 무역 분쟁이 환율 전쟁으로 번지면서 국내 기업의 수출과 투자 등 향후 경제상황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우대국) 배제도 우리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인 가운데 원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외국자금이 유출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시장에선 지난 6일 원·달러 환율이 1223.0원까지 치솟은 뒤 당분간 1200원 선을 웃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가용 가능한 외환 보유고가 줄고, 경상수지도 감소해 원·달러 환율이 1250원까지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박춘영 대신증권 연구원은 환율 상승에 대해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을 반영하고 있다”며 “한국의 원화 가치 하락은 수출과 내수가 동반 부진하고 미·중 갈등과 한일 경제전쟁 리스크에 우리 경제가 더 허약해질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도 “미중 간 환율전쟁이 계속된다면 원·달러 환율은 유럽 재정위기가 진행되던 시기의 달러당 1250원까지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로 낮췄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의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융연은 13일 경제 전망 보고서를 통해 올해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2.1%로 제시했다. 올해 초 내놨던 전망치(2.6%)보다 무려 0.5%포인트 하향 조정한 것이다. 금융위기 여파가 컸던 2009년(0.8%) 이후 최저다. 한국은행이 내놓은 올해 예상치(2.2%)보다 더 낮다. 학계 일각에서 구조적 장기침체가 시작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2012년 이후만 봐도 둔화 국면이 가파르다. 이제 1%대 성장률 시대로 접어들었다는 평가다.

결국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관리하는 한은의 고민도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이 총재는 지난 7일 긴급거시경제회의에서 기자들을 만나 "무역분쟁 심화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어 외환시장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시중 유동성을 여유롭게 관리하고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한은이 선뜻 꺼내 들만한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게 문제다. 시장에선 추가적인 금리 인하를 유력하게 보고 있지만, 환율이 급등한 상황에서 금리를 또 내릴 경우 외국인 자본이 유출되고 외환시장 불안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위안화와 원화의 동조화 흐름과 일본 수출규제에 따른 급격한 환율 상승으로 외국 자금이 유출될 경우 유동성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지난달 외국인 채권 자금은 3억 1000만 달러로 5개월 만에 순유출로 돌아섰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달러화로 환산한 원화 채권 가치는 떨어진다. 일본 수출 규제로 원화가 약세로 돌아선 데다가 그동안 유입된 외국인 자금이 돌아선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돌아서면서 가계부채 리스크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실제 이같은 징후는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2018년 7월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에 지난달 말 은행권의 가계대출 잔액은 854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가계대출 증가폭은 5조8000억원으로 7개월 연속 커져 올 들어 최대치를 나타냈다. 시장 일각에선 한국 가계부채가 이미 높은 수준인데 금리인하 사이클에 돌입하면서 금융불균형 리스크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 불안 정도에 따라서 8월 말 금통위에서 두 번째 금리인하가 단행될 가능성도 열려있다고 보이지만 원화약세 가속화 우려를 감안하면 10월 인하 가능성이 더 높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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