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잇따른 신약 임상 실패… K-바이오 신뢰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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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업계, 잇따른 신약 임상 실패… K-바이오 신뢰 ‘흔들’
  • 한종훈 기자
  • 승인 2019.08.13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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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3대 신약 중 2개 임상 3상 실패·지연
업계, 묻지마 투자·무리한 임상 시험 지적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권고를 받은 신라젠이 무용성 평가 결과를 보충 설명하는 긴급 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임상 중단 권고를 받은 신라젠이 무용성 평가 결과를 보충 설명하는 긴급 간담회에서 관계자들이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올해 들어 국내 바이오제약업계의 신약 임상 3상 실패와 지연 소식이 연이어 들리고 있다.

이로 인해 미래 먹거리인 K-바이오에 대한 기대감도 주저앉고 있다. 환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기대감 하락을 넘어 K-바이오 산업에 대한 전체적인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신라젠은 지난 2일 미국 데이터모니터링위원회가 간암을 대상으로 미국에서 시행 중인 바이러스 기반 면역항암제 펙사벡의 병용 임상 3상의 무용성 평가에서 임상 중단을 권고했다.

무용성 평가는 임상 과정에서 신약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거나 부작용이 발생하는지 미리 검증해 불필요한 임상을 막기 위한 절차다. 신라젠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임상 3상 중단을 발표했다.

신라젠은 지난 2015년 10월부터 펙사벡 글로벌 임상 3상을 진행해왔다. 임상 3상은 진행성 간암 환자 600명을 대상으로 펙사벡 종양 내 투여 후 기존 간암 치료제 넥사바를 투여한 군 300명과 넥사바 단독투여군 300명의 전체 생존율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에이치엘비가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의 글로벌 위암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에 따르면 리보세라닙은 1차 유효성 지표인 OS(전체 생존기간)가 임상 목표치에 부합하지 않아 신약 판매허가 신청이 쉽지 않을 수 있다.

이를 두고 에이치엘비는 최악의 경우 ‘시판허가 지연’ 또는 ‘임상 지연’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공매도와 악성루머까지 겹쳤다.

이후 에이치엘비의 자회사 LSK바이오파마는 지난 5일 리보세라닙의 미국 신약 판매허가 신청에 나선다고 밝혔다.

진양곤 에이치엘비 회장은 유튜브를 통해 “임상 3상 전체 데이터를 확정하고 분석한 결과 임상학적으로 의미 있는 다수의 지표들을 확인했다”면서 “전문가의 조언을 거쳐 신약 판매허가 신청을 목표로 사전절차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 계획대로라면 9월 말 개최되는 유럽암학회에서 리보세라닙의 임상 3상 관련 전체 데이터가 공개될 예정이다. 또, 신약 판매허가를 위한 미국 FDA와의 사전 미팅은 10월 중순경에 진행된다.

하지만 올해 기대를 모았던 3대 신약 중 2개가 임상 실패와 지연이 되면서 업계의 불안감은 커지고 있다. 특히 성과에 급급한 국내 투자자들의 조급함과 기업들의 경험 부족과 무리수를 둔 임상까지 겹쳤다는 지적이다.

한 바이오제약업계 관계자는 “임상 3상은 신약 개발 성공 가능성이 가장 높은 단계라 보고 사업 근거가 약해도 묻지마 투자를 하는 분위기가 컸다”면서 “하지만 바이오산업은 결과를 예측하기 힘들어 긴 호흡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 기업들의 신약 개발 능력에 대한 거품이 꺼지고 본격적으로 옥석 가리기가 시작될 것이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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