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日불매운동, 국내 기업·소상공인 ‘내우외환’ 없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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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日불매운동, 국내 기업·소상공인 ‘내우외환’ 없어야
  • 임유정 기자
  • 승인 2019.08.1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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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정 기자

[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지난달 일제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불만을 품은 일본 정부의 무역보복으로 촉발된 날선 국내 소비자들의 대응이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지난 25년간 국내서 수차례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지만 일부 시민단체 주도로 인한 움직임에 불과했고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다. 때문에 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사와다 가쓰미 외신 부장은 국내서 일어난 과거 일본 불매운동을 가리켜 ‘불발의 역사’로 폄훼한 바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시각이다. 전례 없는 장기화에 갈수록 자발적 참여인원도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넓어지는 양상을 띠고 있어서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지난 7일 일본제품 불매운동 5차 실태 조사를 실시한 결과 ‘현재 참여하고 있다’는 응답이 61.2%로 과반을 초과했다.

실제로 국내서 벌어지고 있는 이번 불매운동은 과거와는 다른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시간과 함께 ‘조직화·세분화’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불매 화력은 업계 경계를 막론하고 영향력을 발휘했다. 1조 매출의 내로라하는 탄탄한 기업까지 하루아침에 나락으로 떨어지게 만드는가 하면, 국산품 위주로 소비 시장을 재편하는 등 큰 변화를 불러왔다. 불매운동을 폄하하거나 막말 파문을 일으킨 기업 관계자는 국민들 앞에 고개를 숙이거나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이번 불매운동의 화살을 엉뚱한 방향으로 쏴서는 안 된다는 지적에 힘을 얻고 있다. 불매운동의 화력이 국내 기업으로 옮겨 붙으면서 일본과의 비즈니스 관계를 두고 관련 기업 대다수가 ‘내우외환’에 빠지면서다. 또 국내서 일식집마저 일절 가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죄 없는 소상공인들로의 피해 확산이 쓴 목소리가 나오는 배경이 됐다.

특히, 최근에 유니클로 매장을 감시하는 일명 ‘유니클로 단속반’까지 생겨 나면서 국내 소비자들의 자유권을 박탈한다는 이의 제기와 함께, 이번 불매운동이 산으로 가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 다수의 동의를 얻게 됐다. 여기에, 일본기업이라는 잘 못 된 정보의 확산으로 피해를 입은 국내기업들이 눈에 띄게 늘면서, 불매운동을 두고 현실적 접근성에 대한 필요성도 언급됐다. 웃지 못 할 해프닝으로 넘기기엔 이들 기업이 보는 피해는 결코 가볍지 않으며, 한 기업이 주저앉음으로써 미치는 이해 관계자들의 피해는 생각보다 훨씬 더 막대하기 때문이다.

부당함에 맞서는 용기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이번 다섯 번째 불매운동이 일본이 기대하는 바와 같이 막연한 ‘소동’에 그치지 않고 소비자들의 진심 그대로 ‘바르게 기록’되기 위해서는 자발적 참여를 바탕으로 성숙된 시민사회의 모습을 보여줘야만 지속될 수 있다. 일시적인 감정적 대처로 인한 국내 기업을 포함한 소상공인들의 눈에서 눈물이 나는 일은 없도록 하는 것 역시 국민의 몫이다. 불매운동의 절실함을 담아, 본질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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