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5 목전 다시 주목받는 '민족금융'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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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5 목전 다시 주목받는 '민족금융'의 역사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8.12 15: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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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신한, 조선 상인 지킨 민족자본…창업주 일가 항일운동 나선 교보생명
우리은행의 전신인 대한천일은행 본점 광통관의 모습이다. 현재 우리은행 종로 지점으로 쓰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우리은행의 전신인 대한천일은행 본점 광통관의 모습이다. 현재 우리은행 종로 지점으로 쓰고 있다. 사진/우리은행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광복절을 앞두고 독립의 마중물 역할을 했던 '민족금융'의 역사도 새삼 주목받고 있다. 더욱이 최근 금융권이 일본의 경제보복 피해기업 지원에 여념이 없는 가운데, 일체 침탈 시기 조선 상인을 보호하는 민족자본의 역할을 수행했던 금융의 발자취도 재조명되고 있다.

1945년 8월 15일 조선 광복의 기쁨에는 민족금융의 헌신이 밑거름이 됐다. 

1899년 고종은 일본이 조선 자본을 찬탈하기 위해 은행 설립을 난립하자 이에 맞서기 위해 황실 자금으로 '대한천일은행'을 만들었다. 지금의 우리은행이다. 대한천일은행은 대한제국, 일제강점기 상황에서 민족은행 역할을 수행했고 1907년 국채보상운동과 독립운동 자금을 관리하는 역할을 했다.

또, 당시 조선 사람 외에는 대한천일은행의 주식을 사고팔 수 없게 해 외세로부터 우리 금융을 지키고자 노력했다. 또한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무역 증가로 외국계 은행들이 대거 조선으로 진출하자 이들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며 민족금융의 자존심을 지켰다. 특히 일본 제일은행(다이이치)의 진출은 조선 금융계에 큰 위협으로 다가왔음에도, 조선 상인들에게 저리로 자금을 지원하며 조선인 상권 보호에 힘썼다.

올해 우리은행은 창립 120주년을 맞았고, 동시에 우리은행이 금융지주사로 다시금 태어난 해라는 점에서 이 같은 역사는 더 의미가 깊게 다가온다.

신한은행도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1897년 설립된 최초의 민족자본은행 한성은행이 나온다.

1897년 1월 8일 한성은행은 우리나라 최초로 정부의 설립인가를 받았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1909년 설립)보다 12년 앞선 것. 한성은행은 1897년 2월 19일 ‘한성 중서 광토교 북천변 전 교환소’(현 종로구 서린동 33번지 영풍빌딩 자리)에서 영업을 시작했다.

한성은행은 1943년 동일은행과 합병하며 조흥은행이 됐고, 광복 후에도 근현대사를 받친 민족금융의 역할을 수행해 왔다. 그러던 중 2006년 신한은행에 흡수합병 됐다. 특히 흡수합병 당시 신한은행은 일본 내 재일동포들의 피와 땀이 담긴 자금으로 세운 첫 민간자본은행이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컸다.

조선 최초 민족자본은행이자 신한은행이 흡수한 조흥은행의 전신이었던 한성은행. 사진/민족문화대백과사전
조선 최초 민족자본은행이자 신한은행이 흡수한 조흥은행의 전신이었던 한성은행. 사진/민족문화대백과사전

교보생명은 독립운동가 후손이 세운 기업으로 잘 알려져 있다.

대산(大山)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는 1917년 전남 영암 독립운동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 병마와 싸우느라 초등학교 문턱도 넘지 못했다. 하지만 독서로 배움의 열망을 채워나갔다.

1937년 중국으로 건너간 청년 대산은 다롄, 베이징 등지에서 양곡사업을 펼치며 큰 돈을 벌었다. 또 이육사 등 애국지사와 교류하며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다. 일본이 패망하자 대산은 조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베이징에 모인 동포 3만 명을 보살폈다. 창고에 쌓아둔 쌀을 전부 나눠주고, 가지고 있던 돈으로 그들을 먹이고 재우며 ‘교민보’라는 임시 신문을 발간하는 일에 전부 썼다.

귀국한 대산은 민족자본가의 꿈을 안고 출판 사업, 직물 사업, 제철 사업 등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면서 ‘교육이 민족의 미래’라는 신념으로 교육보험회사 설립에 착수했고, 창립이념은 ‘국민교육진흥’과 ‘민족자본형성’이었다. 이는 제1의 보험사로 성장한 교보생명의 모태가 됐다.

한편 이들 금융기업들은 광복절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와 캠페인도 진행 중이다.

우리은행은 최근 8.15 광복절 74주년과 우리은행 창립 120주년을 기념해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출시했다.

신한금융그룹의 신한희망재단은 올해 100주년을 맞은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과 광복 74주년을 기념해 조국을 위해 희생한 독립투사들을 알리고 더 나은,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기 위한 ‘Hope. Together. 함께 시작하는 희망의 100년’캠페인을 전개해오고 있다. 

교보생명은 12일, 유관순 열사를 통해 독립운동정신을 기억하고 미래지향적 의미를 되새기자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본사 사옥 외벽에 유관순 열사의 모습을 담은 가로 48미터, 세로 19.5미터 규모의 대형 래핑(Wrapping)을 설치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광복절은 일본의 경제침탈 분위기와 맞물려 어느 때보다 우리 자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며 "단순한 애국 마케팅을 넘어 경제주권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최근의 자생적 움직임은 우리금융 토양을 기름지게 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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