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행된 분양가 상한제, 뒤따르는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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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강행된 분양가 상한제, 뒤따르는 우려
  • 최은서 기자
  • 승인 2019.08.12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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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정부가 12일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작년 9·13 부동산 대책 이후 11개월 만에 또다시 내놓은 규제책이다. 최근 서울 아파트값이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일부 지역의 고분양가가 집값 과열을 부추기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민간택지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도입하면 분양가를 낮추고 주변 아파트값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수요와 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는 시장경제원리에 반하는 정책이라는 비판이 많다. 다수의 전문가들이 지적하듯 인위적인 통제를 통한 가격 누르기는 부작용을 수반할 수 밖에 없다. 더욱이 건설경기가 잔뜩 움츠러든 상황인데다 금융시장도 한·일 및 미·중 무역 분쟁 여파로 불안정성이 크게 확대되고 있어 이번 규제가 우리 경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란 우려도 뒤따른다.

이에 여당 일각에서도 분양가 상한제 적용 시기 등을 놓고 속도조절론까지 대두됐지만 국토교통부는 강행에 나섰다. 앞선 규제의 약발이 다해 집값이 들썩이면 또 다른 규제를 내놓는 규제 일변도의 대책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부동산 규제의 끝판왕으로 불리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당장의 집값 상승세가 한풀 꺾일 수는 있겠지만, 집값 안정 효과의 지속성엔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최근 2년간 점점 강도를 높인 규제 보따리를 연이어 풀었음에도 집값은 결국 상승세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를 민간택지에까지 확대하면 주택경기가 경색되고 수익성 하락으로 주택 공급이 위축돼 결국 집값 상승을 이끌 수 있다는 우려섞인 전망이 나온다. 실제 분양가 상한제가 예고되면서 집값 상승을 이끌던 재건축 아파트는 관망세가 짙어졌지만, 상한제 적용을 받지 않는 신축 아파트와 입주를 앞둔 아파트, 일부 저평가된 일반 아파트 등은 수요가 몰려 상승세가 지속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전 규제에서도 강남권 집값은 주요 타깃이었지만 결국엔 상향하는 모습을 보였다.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부족하면 집값이 오르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서울은 정비사업 말고는 신규 공급이 사실상 힘든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과거 시행됐던 분양가 상한제 역시 공급 위축에 따른 수급 불균형으로 실패했다.

또 그동안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는 매번 지방 부동산만 잡는 결과를 낳았다. 그럼에도 지방 부동산에 대한 차별적 관리방안이나 보완대책 등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가 서울 집값을 잡기 위한 규제책엔 부지런한 반면 쪼그라든 지방 부동산 시장을 위한 대책에는 게으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과연 정부가 강행한 분양가 상한제가 당초 목표한 바대로 집값을 잡을 수 있을지 시장의 추이를 지켜볼 일이나, 결국 주택공급을 왜곡시켜 집값을 끌어올리는 악순환을 피하기 힘들 것이란 우려를 떨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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