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지우기' 나선 금융권·유통가…대신 '애국 마케팅' 봇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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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지우기' 나선 금융권·유통가…대신 '애국 마케팅' 봇물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8.0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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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여론 의식 日 관련 상품·이벤트 줄줄이 취소…광복절 겨냥한 마케팅 전면에
금융권과 유통가가 '애국 마케팅'에 한창이다. 사진은 지난 6일 신협중앙회가 '815 해방 대출 활성화를 위한 발대식'을 개최하는 모습(왼쪽)과 모델이 GS리테일이 증정 이벤트 중인 '독도사랑 에코백'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각 사
금융권과 유통가가 '애국 마케팅'에 한창이다. 사진은 지난 6일 신협중앙회가 '815 해방 대출 활성화를 위한 발대식'을 개최하는 모습(왼쪽)과 모델이 GS리테일이 증정 이벤트 중인 '독도사랑 에코백'을 소개하는 모습. 사진/각 사

[매일일보 이광표·임유정 기자] 우리나라와 일본과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으며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확산되자 기업들의 마케팅도 '일본 지우기'에 한창이다. 반면 8월 15일 광복절을 앞두고 이른바 '애국 마케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특히 소비자와 밀접한 '쇼핑'과 연관된 마케팅은 이 같은 현상이 뚜렷하다. '일본'이라는 단어만 나와도 소비자들의 뭇매를 맞게 되면서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하는 심정으로 일본과 엮이지 않으려는 것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휴가시즌 특수를 맞아 일본 여행과 연계된 상품을 선보였던 카드사들은 최근 관련 상품 판매를 일제히 중단했다.

우리카드의 경우 일본의 경제 보복이 시작되기 전인 6월 말 일본 쇼핑에 특화된 카드인 '카드의정석 제이(J)쇼핑'을 출시했다. 일본을 자주 찾는 여행객에게 적립과 할인 등 다양한 혜택을 주는 상품이었지만, 출시 닷새 만에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일본 관련 이벤트도 자취를 감췄다. 롯데카드와 하나카드는 일본 내 가맹점에서 카드를 쓰면 할인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지만, 홈페이지에서 관련 내용을 모두 내렸다. 신한카드는 국내 전용카드로 일본 공항면세점 등에서 결제하면 경품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지만 홈페이지의 이벤트 공지 게시판에서 관련 내용을 지웠다. 신한카드는 지난 7월 24일 배포한 '딥온 체크카드' 보도자료에서 일본 여행 관련 혜택을 강조했다가 전 세계 여행 혜택으로 변경하기도 했다.

유통가도 동요 중이다. 추석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일본산 불매운동의 여파가 유통가 추석 선물세트로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일부 백화점은 물론 대형마트 등은 일찌감치 추석 명절시즌을 겨냥한 선물세트 예약에 돌입한 가운데, 일본산 제품은 제외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주로 선물세트로 구성되는 사케, 위스키 등 일본 주류를 포함해 화과자 등이 대표적이다.

롯데백화점은 올 추석선물에서 일본 관련 제품을 빼고 선물세트 리스트를 만들었다. 신세계 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은 아직 최종 상품목록을 정하지 않았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해 일본산 제품이 들어간 선물세트는 취급하지 않을 예정이다. 특히, 신세계의 경우 지난해 단독으로 판매하던 ‘시즈오카현 생와사비’ 제품을 올해는 제외키로 결정했다.
 
갤러리아백화점도 당초 사케 2종류를 판매할 계획이었으나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국내 소비자들의 정서에 공감, 사전예약은 물론 추석 선물 목록에서 빼기로 결단했다. 대신, 신선식품의 비중을 늘리고, 자사 HMR 상품’을 선물 구성에 포함시켰다. 

대형마트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도 마찬가지. 지난해 명절 선물로 일본 위스키를 판매한 이마트는 올해 추석엔 빼기로 결론지었다. 롯데마트는 창고형 회원제 할인점인 롯데 빅마켓을 통해 지난 설에 ‘아사히 스페셜 기프트 패키지’를 국내 단독으로 선보였지만 올해는 진행하지 않는다. 홈플러스는 이전에 진행한대로 올해 역시 일본제품을 선물 리스트에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 여론을 고려한 '일본 지우기' 마케팅이 한창인 가운데, 오는 8월 15일 광복절을 겨냥한 '애국 마케팅'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우리은행은 광복 74주년을 기념해 8일부터 '우리 특판 정기예금'을 선보이고 가입고객에게 독립군의 항쟁을 다룬 영화 '봉오동 전투' 관람권 증정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특히 우리은행은 "민족자본으로 설립된 대한민국 정통은행"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 우리은행의 모태는 1899년 고종이 설립한 첫 민족계 근대은행 대한천일은행이다. '하늘 아래 첫째 은행'이라는 의미였다.
 
KB국민은행도 서울시 등과의 협업으로 서울 종로구 태화관터에 조성하는 '3ㆍ1독립선언광장' 준공식을 광복절에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 3월 국민은행은 3ㆍ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제작한 기념영상 공유 캠페인을 통해 1억원을 마련해 광장 조성 후원금으로 전달하기도 했다.

신협은 3.1~8.15%의 중금리 상품을 내놓으면서 '815 해방 대출'이라고 이름붙였다. 고금리 대출을 1000만원 한도에서 중금리로 전환해주거나 신규 대출을 제공한다. 고금리 채무 부담에서 벗어나게 해 준다는 중의적 의미다.

유통가도 '광복절 마케팅', '태극기 마케팅' 등 애국심에 불을 지피고 있다.

11번가는 "모나미에서 출시한 'FX153 광복절 기념 패키지' 총 3만5000세트를 모나미몰 등과 함께 예약 판매 중이다.

이번 광복절 기념 패키지에 대해 11번가는 "광복절을 맞아 우리 역사를 기억하자는 취지로 제작됐다"며 "투명한 몸통 안에 태극무늬, 건곤감리, 무궁화 이미지가 새겨진 볼펜심을 적용해 광복절의 의미를 더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도 광복절을 맞아 오비맥주와 손잡고 '카스 태극기 이색 패키지'를 단독 한정 판매한다. 카스 브랜드를 나타내는 시원한 파란색 바탕에 태극기 '건곤감리(乾坤坎離)'가 인쇄된 파우치에 카스 캔맥주 12개(355ml)를 담았다. 광복절을 앞두고 국산 맥주 판매 장려를 위한 애국 마케팅의 취지를 담아 마련됐다는 게 홈플러스 측 설명이다.

편의점 씨유(CU)에선 오는 15일까지 '광복절 캠페인'을 벌인다. 자체 개발한 '대한독립' 상징물(심벌)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프로필 사진을 변경하고 인증 사진을 올려 당첨된 100명이 'CU 광복절 굿즈'를 받을 수 있다.

편의점 GS25에서도 지난달 30일 '태극기 역사 알리기 캠페인'을 시작했다. 모든 도시락 상품에 태극기 역사를 알리는 스티커를 붙이는 것이다. GS리테일은 이외에도 GS25와 GS더프레시(GS수퍼마켓), 랄라블라, GS프레시에서 ‘독도사랑 에코백’ 증정 캠페인을 지난 1일부터 실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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