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유업계 깜짝 실적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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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정유업계 깜짝 실적 뒤에 숨은 불편한 진실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2.11.28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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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며 국내산업에 한파가 몰아치는 가운데, 정유업계에 모처럼 훈풍이 찾아왔다.

2분기 줄줄이 적자를 기록하며 실적악화가 우려되던 국내 정유사들이 3분기에 연달아 흑자 전환 기록을 달성한 것.

지난 2분기 유가하락에 따른 정제마진 악화 등의 영향으로 어닝쇼크를 기록했던 SK이노베이션과 S-Oil, GS칼텍스는 모두 3분기 개선된 성적표를 내놨다.

SK이노베이션은 3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연결기준 매출액 18조5067억원, 영업이익 6487억원을 기록, 전분기 영업적자에서 모두 흑자로 돌아섰다고 밝혔고, S-Oil 역시 3분기 영업이익이 5184억원을 기록해 전분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GS칼텍스도 3분기 매출 12조840억원, 영업이익 3238억원을 기록하는 등 깜짝 실적을 거뒀으며, 현대오일뱅크는 아직까지 실적을 내놓지 않았지만 마찬가지로 흑자전환이 기대되고 있다.

불황의 한파로 위축됐던 정유업계가 자신감을 회복하고 모처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점은 분명 축하할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유업계의 선전은 묘한 씁쓸함을 남긴다. 정유사들이 깜짝 실적으로 함박 웃음을 짓는 와중에, 정작 이들의 담합과 독과점으로 허리가 휘고 있는 소비자들의 원성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 1위 정유사인 SK에너지는 얼마전 회사 홍보용 인터넷 블로그에 “우리 정유업은 과점이 아니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가 빈축을 사기도 했다.

정유사는 독과점이 아니라고 하지만 최근 5년간 정유 4사의 국내 시장점유율은 90% 이상을 차지하는 아이러니를 보이고 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담합 등 불공정 행위와 관련된 잡음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예만 보더라도 지난 8일 서울중앙지법은 정유사들의 담합으로 손해를 봤다며 화물차 운전기사들이 낸 소송에서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에 총 1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한 바 있다.

앞다퉈 실적을 과시하고, 독과점이 아니라고 항변하기에 앞서 정유사들 스스로 잘못된 관행부터 시정해야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은 소비자들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국내 정유사들이 이 점을 명심하고 단순히 실적만을 생각하는 기업이 아닌, 소비자들을 생각하는 기업이 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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