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배치계획 없다는데 사드 사태 따라가는 중거리미사일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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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배치계획 없다는데 사드 사태 따라가는 중거리미사일 논란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8.0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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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배치설 일축 다음날 美 볼턴 "중거리미사일로 한일 방어"
사드 때처럼 美 압력에 굴복하면 대중 3불약속 정면파기꼴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미국 중거리미사일의 한국 배치는 검토 대상이 아니라는 청와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위협에 맞서 한국과 일본에 중거리미사일 배치하겠다는 미국의 의도가 갈수록 구체화되고 있다. 박근혜 정부 때의 사드(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논란 당시와 흡사한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어 우려가 커지는 상황. 강제징용 문제로 한미일 삼각동맹에 대한 문제제기가 거세지는 상황이라 중거리미사일 문제는 향후 동북아의 안보지형을 뒤흔드는 사태로 발전할 가능성마저 점쳐진다. 

▮사드 배치 때도 정부는 부인

미국과 러시아가 1987년 체결한 중거리핵전력(INF) 조약이 폐기된 직후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아시아 지역에 중거리미사일을 배치하고 싶다"고 했고, 이를 두고 미국 언론에서 한국과 일본 배치설을 제기했다. 급기야 7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입에서는 중거리미사일의 아시아 배치는 한국과 일본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중거리미사일 논란과 관련해 전날 청와대는 한국 배치설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거리미사일 배치 논란에 대해 "우리 정부는 관련 논의를 한 적도 없고 검토한 적도 없다"며 "우리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했다. 하지만 정부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향후 미국의 배치 압력이 거세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중거리미사일 배치 당위성에 대해 동맹국을 설득해서라도 관철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사드가 성주에 배치되는 과정에서 미국은 이미 한국의 반발을 꺾은 바 있다. 사드의 한국 배치가 처음 미 당국자의 입에서 나온 것은 지난 2014년이다. 당시 제임스 윈펠드 미국 합참차장이 세미나에서 "북한 위협에 대비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 MD(미사일 방어체계)를 추가로 배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논란이 시작됐고, 이후 커티스 스캐퍼로티 한미연합사령관이 한국국방연구원 초청포럼에서 "사드의 주한미군 배치와 관련 한국에 요청한 바 있다"고 밝히면서 파문이 커졌다. 이에 박근혜 정부는 "사드 도입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으나 결국 미국의 압력을 견디지 못하고 사드 도입을 수용하고 말았다. 

▮트럼프 행정부 중국 견제 노골적

만약 중거리미사일의 한국 배치가 사드 때와 마찬가지로 미국의 압력으로 현실화될 경우 그 후폭풍은 사드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전망이다. 사드 배치를 추진했던 전임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의 미사일 위협을 명분으로 내세워 중국의 반발을 무마시키려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거리미사일이 중국을 겨냥한 것임을 감추지 않고 있다. 볼턴 보좌관은 "중국은 이미 수천 개의 그런 미사일을 배치해놨다. 그들은 미국의 (INF) 조약의 일원이 아니었다. 그래서 자유롭게 그들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 조약에서 탈퇴한 하나의 이유"라고 밝히기까지 했다.

미국의 노골적인 중국 겨냥에 중국은 이미 강경한 대응을 천명한 상태다. 푸충 중국 외교부 군비통제국 국장은 전날 외신 언론사 기자회견에서 "만일 미국이 중국의 문 앞에 미사일을 배치한다면 중국은 대응 조치를 할 수 밖에 없다. 나는 우리 이웃들이 신중하게 행동하고 자국 영토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를 허락하지 말 것을 강력히 권고한다"며 "모든 것을 테이블에 올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화춘잉 외교부 대변인도 "어떤 나라도 중국의 대문 앞에서 말썽을 일으키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한 조처를 해 국가의 안보 이익을 단호하게 수호할 것"이라고 했다.

중거리미사일은 사드와 달리 러시아의 반발도 사고 있다. 콘스탄틴 코사체프 러시아 의회 외교위원장은 전날 타스통신에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을 배치하는 국가는 우리의 잠재적 핵공격 목표"라고 경고했다.

중거리미사일의 한국 배치는 문재인 정부가 시진핑 정권에 약속한 3불약속의 파기란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진다. 문 대통령은 취임 첫해 중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중국의 사드 보복을 해결하기 위해 3불약속을 한 바 있다. △한국은 사드 추가 배치를 검토하지 않는다 △미국 MD체제에 동참하지 않는다 △한미일 안보협력이 군사동맹으로 발전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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