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제2 외환위기설 도는데 뜬구름 잡는 대책 나와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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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제2 외환위기설 도는데 뜬구름 잡는 대책 나와서야
  • 박규리 기자
  • 승인 2019.08.06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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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박규리 기자] "남북 간 경제 협력으로 평화 경제가 실현된다면 우리는 단숨에 일본의 우위를 따라잡을 수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5일 한일갈등으로 촉발된 경제위기에 대해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이날은 일본의 금융보복에 '한국에 IMF가 온다’는 일본 교수의 발언을 인용한 기사가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IMF위기가 일본계 자금이 급격히 빠져나갔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국민들 사이에 급격히 퍼져나간 날이다. 또 코스닥시장이 폭락해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원/달러 환율도 1215원까지 치솟았다. 이날 국민들의 카톡방에는 문 대통령의 '평화경제' 발언을 제목으로 한 기사와 함께 '현금을 달러로 바꿨다', '경제위기가 코앞에 와서 부동산과 주식이 폭락한다'는 외환위기설이 넘쳐났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현실과의 괴리가 너무 컸다. 비판이 쏟아질 수밖에 없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6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소가 웃을 일", "모래 속에 머리 박은 타조같은 어리석은 모습"이라고 했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도 "지금 대통령이 허풍이나 칠 때인가"라고 했고, 하태경 의원도 "뜬구름만 잡고 있다. 문 대통령은 더이상 조롱거리가 되지 않으려면 대북 평화경제 발언을 즉각 철회하라"고 했다.

대부분의 국민들도 싸늘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식투자 카페로 유명한 가치투자연구소 카페는 물론 멤버수 74만명에 이르는 부동산스터디 카페에서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비판 여론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아이디 '조지부랑스' 님은 "머릿속에 북한 밖에 없는 사람인가", 아이디 '아자 no1'님은 "진짜 국내 경제는 1도 관심없는 사람이네요", 아이디 '냥냥멍멍' 님은 "팔이 부러져서 의사에게 갔더니 밥 잘먹고 푹쉬세요라는 얘기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지난 IMF 외환위기 당시 정부도 '대한민국 경제는 펀더멘탈(기초체력)이 튼튼해서 괜찮다'는 말로 국민을 안심시키려고 했다. 그러다 국민들은 제대로 뒷통수를 맞았다. 학습효과가 있는데 무작정 '괜찮다 괜찮다'는 말이 통하겠는가. 위기를 경험한 정부인 만큼 명확한 데이터로 안심을 시킬 수 있어야 하지 않겠나. 당장 국민불안을 가라앉히기 위해 제2 외환위기설을 비난한다고 불안심리가 사라지겠나. 더욱이 우리를 겨냥한 신형무기를 연달아 쏘아대는 북한과 힘을 합치면 일본을 넘어설 수 있다는 뜬구름 잡는 말은 불안을 더욱 부채질할 뿐이다. '경제는 심리다'는 말을 문재인 정부가 다시 한번 새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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