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사케 논란' 민주당 해명에 대한 세가지 문제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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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사케 논란' 민주당 해명에 대한 세가지 문제제기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8.04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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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일본 정부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결정을 내린 당일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일식집을 찾아 낮술을 마신 일이 논란이 되고 있다. 엄중한 시국에 낮술을, 그것도 일본산 불매운동이 벌어지는 판에 일본술인 사케를 마셨다고 알려지면서 더욱 논란이 됐다. 야당에서는 즉각 "이율배반적"이라며 기센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민주당은 이 대표가 마신 사케는 '국산 청주'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국산 청주를 사케라는 이름으로 파는 일본식 음식점 자영업자들에게 상처를 입히는 경솔한 발언이다. 일본식 음식점 운영하는 우리 국민은 다 망하란 말이냐"고 반박했다.

'국산 청주'라는 민주당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기자에게는 세가지 의문이 남는다. 민주당과 이 대표가 명확히 답해 의문을 풀어주기를 바란다. 

첫 번째는 엄중한 상황에 왜 하필 일식집을 갔느냐는 것이다. 이 대표가 오찬을 한 때는 일본이 우리나라 화이트리스트 제외를 발표한 직후이다. 때가 때인 만큼 여의도내 한식·중식·양식 등 다른 음식점을 선택할 수도 있었음에도 때와 장소를 고려하지 않고 하필 일식집을 선택한 것이다. 시기적으로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 또한 때가 때인만큼 낮에 술을 마시는 것도 자제했어야 했다.

두 번째로 사케를 주문한 의도다. 논란을 부른 보도에는 해당 일식집 종업원이 사케라고 적은 주문표 사진이 실렸다. 민주당은 해당 일식집의 사케가 국내산 청주라고 반박했지만 실제로 일식집에 가서 술을 마신다고 하면 사케를 떠올린다. 이 대표가 불매운동으로 인해 해당 일식집이 국내산 청주를 사케로 판다는 사실을 알고 시켰는지 아니면 이를 모른 채 사케를 시켰는지 민주당의 해명만으로는 알 수 없다. 민주당이 야당의 반박이 거세지자 해명을 뒤늦게 내놓은 것도 의심을 가중시키는 대목이다.

세 번째로 일본산 불매운동에 대한 민주당의 명확한 입장이 궁금하다. 민주당은 해명에서 "일본의 경제침략으로 국내 기업은 물론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특히 일본식 음식점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는 그 어려움이 더하다"며 "일본식 음식점은 가되 일본산 음식만 안먹으면 된다"라고 했다. 그렇다면 일본산 재료를 사용하는 정통 일식집은 망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시중에는 고급화 전략으로 정통일식집을 표방하는 가게가 무수히 많다. 더 나아가 일본산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망해도 되는 것인가. 그곳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하는 이들도 다름아닌 우리 국민이다.

한국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일식당에서 사케를 마신 이 대표가 큰 잘못을 저지른 것은 아니다. 실제로 불매운동으로 인해 일본 음식과 술을 판매한다는 이유로 매출 감소에 큰 타격을 받고 있다는 일식당과 이자카야 주점들이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피해를 보는 국내 자영업자들을 살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들이 억울한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 명백하며 우리 국민은 일본과 일식당·이자카야 주점들을 분리해 생각하는 것이 옳다. 그러나 그럼에도 이 대표가 비난받아 마땅한 이유는 그가 정치인이기 때문이다.  일본을 거세게 비난한 지 1시간 만에 일식집을 찾아 낮술을 마시는 정치인에게 과연 진정성이 있다고 국민이 여기겠는가. 민주당과 이 대표가 세 가지 문제제기에 명확한 답변을 내놓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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