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쟁이 우후훗~! 안철수의 대단한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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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심쟁이 우후훗~! 안철수의 대단한 수
  • 박완규 컬럼니스트 / GTN-TV 주필
  • 승인 2012.11.25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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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완규 컬럼니스트
[매일일보] 옛날 옛적, 천신(天神)이 욕심 없는 인간이 있는가를 시험해보기 위해 인간세계로 내려왔다. 제일 먼저 만난 사나이 앞에서 천신은 길바닥의 작은 돌멩이 하나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그러자 돌이 금방 금으로 변했다. 천신이 사나이에게 “어떠냐. 넌 이게 탐나지 않느냐”고 물었다. “천신님, 탐이 나지요. 그런데 조금만 더 크게 만들어 주시면 안 될까요?”

천신은 두 번째 만난 사나이 앞에서는 큰 돌을 가리켰다. 큰 돌은 또 금덩어리로 변했다. “어떠냐 이만하면 만족하는가” “천신님, 좀 더 큰 돌을 금으로 만들어 줄 수 없겠습니까?”

실망한 천신은 세 번째로 만난 사람 앞에서는 먼저 것보다 훨씬 더 큰 돌을 가리켜 금으로 만들고는 “이만하면 족하겠느냐”고 물었다. 그 사람은 고개를 흔들었다. 천신은 속으로 기뻐하며 커다란 해태 석상을 금으로 변하게 했다.

그러나 그 사람은 또 고개를 흔들었다. 천신은 감탄하며 욕심이 없는 인간이라고 믿고 장차 선인(仙人)으로 만들어줄 생각을 하는데, 사나이가 말했다. “천신님, 다른 건 다 그만두고 그 손가락을 저에게 주십시오.”

안철수 후보가 양보가 아닌 사퇴를 했다. “더 이상 단일화 방식을 놓고 대립하는 것은 국민에게 도리가 아니고... 옳고 그름을 떠나 새 정치에 어긋나고 국민에게 더 많은 상처를 드린다” 는 것을 사퇴의 이유로 제시했다.

그리고 단일화의 상대였던 문재인 후보를 완전히 배제시켰다.  단일후보란 타이틀은 받아냈지만 문재인과 민주당은 곤혹스럽다. 안철수의 ‘일방’ 사퇴에 대한 책임론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됐다. 약자를 위협하고 몰아붙이고 그렇게 밀어낸 전리품 없는 승자가 됐을 뿐이다.

이들은 안철수가 이런 식으로 주저앉기를 결코 바라지 않았다. ‘일정 기간 경쟁 후 아름다운 단일화’를 말하면서 ‘국민경선으로 선출된 후보가 사퇴하는 것의 부당함’을 말하던 야권의 주장은 즉, 안철수가 ‘민주당과 친노세력’의 한계인 야권 지지층의 외연을 넓혀준 뒤, 이후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지지율을 민주당 후보에 넘겨주고 무대 뒤로 사라져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안철수가 희생자가 되어버린 역(逆)상황에선 ‘백의종군’하겠다는 그를 대선 도우미로 끌어내려면 야권 단일화 협상 때보다 더 큰 양보가 불가피하다. 문재인에 대한 안철수 지지자의 반감은 지지층의 온전한 흡수를 어렵게 할 것이고, 서민 문재인으로 공주 박근혜와 대비시키며 ‘분배’를 통한 경제민주화 대립구도를 한축으로 짰던 전략도 수정이 불가피하다. 이미 국민들의 눈에 문재인은 ‘강자’이기 때문이다.

다 차치하고, 일단 2012년 대선의 승패는 온전히 문재인과 민주당의 몫이 되었다. 문재인이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안철수는 제1채권자로서 2017년 대선후보로의 미래를 그리며 ‘정권에 참여하지 않고’ 민주당의 대안으로서 때로는 대통령을 견제하면서 때를 기다릴 것이다.

반면 대선에서 진다면, 친노세력은 대선 패배의 책임을 져야하고, 야당은 안철수를 중심으로 재편될 수밖에 없다. 민주당이 안철수를 품는 게 아니라 안철수의 민주당이 될 것이고, 안철수의 ‘기득권 내려놓기’와 정치쇄신의 칼은 추종자들로 야권 재편을 가능케 할 것이다.

안철수의 수가 ‘대단’한 것은 눈앞에 있는 금덩어리에 연연하지 않고 미래를 장기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실행하였다는 점에서, 천신에게 손가락을 내놓으라던 세 번째 사나이와 다르지 않음에야.

박완규 컬럼니스트 / GTN-TV 주필

※외부 필진 컬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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