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南겨냥 “과녁 자초”...‘서울 불바다’ 넘어 ‘중원 불바다’ 위협
상태바
김정은 南겨냥 “과녁 자초”...‘서울 불바다’ 넘어 ‘중원 불바다’ 위협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8.01 14: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거리 40~50km 방사포 개발해 94년 "서울 불바다" 위협
주한미군 평택 이전 따라 250km 개발로 충청 전역 사정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달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지휘하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6일 보도한 장면. 사진=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미 군사연습과 남측의 신형군사장비 도입에 반발해 지난달 25일 신형전술유도무기(단거리 탄도미사일)의 '위력시위사격'을 지휘하는 모습. 북한 조선중앙TV가 지난달 26일 보도한 장면.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북한이 지난달 31일 사거리 250km에 달하는 신형 방사포의 첫 시험발사를 실시하고 그 위력을 과시했다. 북한의 방사포는 서울에 인구와 국력이 집중된 우리에게 가장 위협적인 무기로 꼽힌다. 25년전 남북회담에서 북한은 방사포를 믿고 우리에게 "서울 불바다" 위협을 가한 바 있다. 이번에도 북한은 사거리가 대폭 늘어난 신형 방사포를 선보이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직접 나서 남쪽을 겨냥 "과녁을 자초한다"는 위협을 가했다. 신형 방사포는 수도권 너머 중원(충청) 전역까지 사정권에 두고 있다. '서울 불바다' 위협에서 이제는 '중원 불바다' 위협으로 확대되고 있다. 

▮ 94년 '서울 불바다' 위협 연상

북한은 포병에 있어 세계 최고 전력으로 꼽힌다. 그 중심에 방사포가 있다. 우리 용어로는 다연장 로켓이다. 여러 개의 발사관을 장착해 동시에 포탄을 퍼붓는 방식으로 탄도가 낮은 데다 다수의 포탄이 동시에 표적을 때려 요격이 어렵다. 미사일 만큼이나 위협적인 무기다. 특히 방사포는 25년전 "서울 불바다" 위협으로 인해 대남 도발의 대명사가 됐다. 유승민 의원이 지난달 북한의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를 비난하며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던 1994년의 북한과 조금도 변한 게 없다"고 꼬집은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북핵 위기의 초기였던 1994년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원했던 김영삼 정부에게 '서울 불바다' 위협으로 답한 바 있다. 1992년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며 대북 핵사찰을 실시했고, 그 결과 북한 제출 보고서의 플루토늄양과 실제 플루토늄양이 다르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에 IAEA가 북한의 미신고 핵시설 사찰을 실시하려 했으나 북한이 거부하면서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다.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는 북한에게 속았음을 깨닫고 1993년 3월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했다. 그러자 북한은 같은달 12일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하고 핵개발을 공식화했다. 이로 인해 클린턴 행정부가 북폭을 검토하는 등 한반도는 전쟁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에 이르렀다. 김영삼 정부는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남북 회담을 추진했고, 북측은 회담 자리에서 "서울을 불바다로 만들겠다"고 호언해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주한미군 평택 이전에 사거리 늘려

북한은 이번에 사거리가 250km에 달하는 신형 방사포를 선보이며 차기 지상전 주력병기로 지목했다. 이에 더해 김 위원장은 직접 남쪽을 겨냥해 "이 무기의 과녁에 놓이는 일을 자초하는 세력들에게는 오늘 우리의 시험사격 결과가 털어버릴 수 없는 고민거리로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서울 불바다"를 연상시키는 발언이다. 

북한은 대량의 포격을 투사하기 위해 "서울 불바다" 위협 이전부터 방사포의 사거리를 늘리기 위한 노력을 해왔다. "서울 불바다" 위협은 사거리 40~50km의 방사포 개발에 따른 것이다. 그 이후로도 북한은 방사포 개발을 계속했다. 특히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으로 인해 북한은 사거리를 대폭 늘릴 필요가 발생했다. 이에 김 위원장이 2017년 방사포 개발을 지시, 북한은 사거리 200km 가량의 300㎜ 방사포 개발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발사한 방사포의 사정거리가 240km임을 감안할 때 보다 성능이 개량된 것으로 보인다. 

▮ 국정원 "8월 중 추가도발 가능성"

북한이 이번 발사를 두고 첫 시험사격이라고 밝힌 만큼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추가 도발이 예상된다. 실제 국가정보원은 1일 국회 정보위원회 보고에서 "북한이 8월 중 또다시 미사일 시험 발사 등 전력 개선 및 시위 활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F-35A 전투기 등 첨단 전력 도입, 한미연합연습 실시 등에 반발하는 명분도 있고 북미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이전 단계에 무기체계 개선 활동을 서둘러 진행해야 하는 실질적인 필요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국정원은 "북한은 판문점회담 이후 유화적인 대외 메시지를 내다가 7월 중순부터 우리의 첨단 무기 도입과 한미연합훈련을 구실로 비난을 재개하고 있다"며 "7월 하순 이후에는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 등 군사 활동을 강화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미국에 대해서 직접적인 압박을 자제하면서 소통을 유지하고 있다"고 했다. 또 김 위원장의 행보에 대해서도 "판문점 북미정상회담 이후 경제 민생 활동 없이 신형 잠수함 참관 등 정치·군사 행보에 치중하고 있다"며 "지난달 공개활동을 자제하면서 대미 및 대남 메시지를 발신하는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