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별걸 다 기억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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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별걸 다 기억하는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9.07.31 08: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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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은 내가 해볼게요.당신은 그저 떠올리기만 해요.”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철 지난 유행가를 자연스레 따라 부르고, 뜬금없는 유행어에 혼자 배꼽을 잡고, 누군가가 슬쩍 던진 옛날이야기에 할 말이 많아지는 당신에게 필요한, 당신을 위한 책이 나왔다.

이 책은 순식간에 우리를 ‘그날’로 데려간다. 우리가 잊고 지냈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어린 날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한다.

화장실 귀신에게 빨간 휴지를 달라고 해야 하나 파란 휴지를 달라고 해야 하나 고민하고, 사랑방 캔디 속 사탕을 색깔별로 헤아려보기도 했던, 정말 ‘별걸 다 기억하는’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나의 유년 시절과도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다.

어린 날의 나를 만나거나 보고 싶은 소꿉친구들을 소환할 수도 있고, 그들과 함께 뛰어놀던 기찻길이나 술래잡기하던 골목길도 마음껏 여행할 수 있다. 그곳에서 생각만 해도 웃음이 번지는 그리운 얼굴들과 훌쩍 커버린 나를 맞아주는 작은 나와, 잊고 살았던 소중한 기억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그 모든 날’이 이 책 속에 담겨 있다. 쏟아지는 추억의 조각들을 맞춰 가다 보면 이것이 작가의 이야기인지 내 이야기인지 착각에 빠지게 될지도 모른다.

어릴 적 했던 놀이나 군것질, 그때 유행했던 노래와 TV 프로그램을 떠올리면 물밀 듯 쏟아져나오는 추억의 파편들.

유년 시절을 함께한 친구들과 “맞아, 그땐 그랬어!” 하며 서로 다른 기억을 짜 맞추고, 비슷한 연배의 사람들을 만나면 “기억나요?” 하며 자연스레 지난 추억을 소환해 한바탕 이야기꽃을 피우고, 아폴로에서 시작한 이야기가 달고나로, 고무줄에서 구슬치기로 번져가며 끝도 없이 이어지는 그 시절의 이야기 조각들, 이 책은 그 조각들을 맞추며 시작됐다.

1970년대에 태어나 1980년대를 지나고 1990년대에 어른이 된 나와 우리, 그날의 이야기들. 봄에는 기찻길에서 아지랑이 따라 춤을 추고, 여름에는 나무 그늘 아래 공기놀이를 하고, 가을에는 낙엽을 주워 모아 소꿉놀이를 하고, 겨울에는 연탄 굴려 눈사람을 만들던, 세상의 모든 곳이 우리의 놀이터였던 그 시절.

마치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미친 듯이 놀았던 그때. 이 책을 따라 그 시절 추억의 퍼즐 조각을 맞추다 보면 어린 날의 나를 떠올리고 웃음 지으며 위로받을 수 있다.

저자 한지은 작가는 어릴 적부터 비상한 기억력으로 주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으나 TV가이드로 한글을, 고스톱으로 산수를 깨우치며 일찌감치 어른들에게 ‘텄다’는 얘기를 종종 들었다. 취학 전 도화동 로터리 골목대장을 역임했고, 학창 시절엔 학교 안팎 구별 없이 노느라 공사가 다망했다.

<딴지일보>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불쑥 ‘놀고 싶다’고 사표를 던지고 배낭여행을 떠난 후 큰 깨달음을 얻어(더 본격적으로 놀기 위해) 아지트 겸 여행카페 ‘레인트리’를 차리고 10년 넘게 여행을 다니며 놀았다.

사는 것과 노는 것이 다르지 않은 삶을 실천하기 위해 3년 전 제주로 이주, 가끔 지나간 ‘별것’들을 기억하고 앞으로 마주하게 될 ‘어떤 것’들을 상상하며 행복했던 ‘어린이’로, 여전히 행복한 ‘어른이’로 놀듯이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딴지, 여행에 똥침을 쏘다》(공저), 《보라카이 Boracay》 가이드북, 《다르게 시작하고픈 욕망, 서른 여행》 등이 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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