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대형마트 가보니… 직원·소비자 “일본제품 안 권하고, 있어도 안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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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대형마트 가보니… 직원·소비자 “일본제품 안 권하고, 있어도 안 사”
  • 임유정 기자
  • 승인 2019.07.30 15: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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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트 직원 “일본제품 구체적 안내 거부, 향후 제품 위 스티커 부착 검토도”
소비자 “대체품 찾아 사려고 노력 향후에도 지속할 것, 지인들에게도 권해”
3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일부 소비자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임유정 기자
30일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매장에서 일부 소비자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임유정 기자

[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저희 매장은 일본 제품을 안내하지 않습니다만, 주류 코너는 좌측 끝에 위치해 있습니다.”

30일 오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대형마트 홈플러스 식품코너에서 만난 한 직원은 일본주류 아사히 맥주가 진열된 장소의 안내를 원하는 기자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다른 직원을 불러 세워 비슷한 질문을 던져도 돌아오는 답은 같았다. 구체적인 제품의 안내를 대신해 코너 위치 정보로 선회해 안내했다.

지난 24일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노동자가 속해 있는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은 일본 제품 안내 거부 기자회견을 열고 “고객에게 일본제품의 안내를 하지 않겠다”고 공식 선언한 바 있다. 기자가 마트에 방문한 당일에도 노조의 ‘불매운동 동참’ 선언은 현장에 고스란히 적용되고 있는 듯 했다.

그러나 마트 내 분위기는 불매운동 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부분을 감지하긴 어려웠다. 이날 기자가 두 차례에 걸쳐 각 코너 곳곳을 순차적으로 둘러봤지만, 특별히 일본 브랜드 제품에 눈길이 갈 만한 요소를 없애거나, 일본어가 표기된 제품이 진열대에서 사라지는 등의 특이사항은 없었다. △사뽀로이치방 미소라면 △다카모리 야키소바 등 국내서 인기있는 일본 제품은 여전히 즐비 된 채 판매중이었고, ‘4캔에 9400원’ 등과 같은 수입 맥주 프로모션도 기존과 동일하게 일본 주류 제품을 포함해 진행됐다.

다만, 직원들의 냉소적인 안내와 소비자들의 일본 제품에 대한 인식의 크기는 진열돼 있는 일부 일본 제품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오전부터 마트를 보러 온 손님들로 붐비진 않았지만 소수의 소비자와의 대화를 통해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소스 코너에서 만난 소비자 A씨(30대)는 “최근 일본의 행보를 보면서 불매운동에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고 실천중이다”며 “큰 노력을 하지 않아도 대체품이 많아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도 불매운동을 이어나갈 생각이다. 지인들이나 가족들에게도 중요성에 대해 반복적으로 설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매대를 지키는 판매원도 일본 제품을 계산하는 일이 보름 전과 비교해 소폭 줄어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이 가장 먼저 지갑을 닫은 제품으로 맥주와 사케 등 일본산 주류 등을 언급했다. 김미영(40대·여) 판매원은 “이곳 매장의 특성상 외국인 관광객도 많아, 일본 제품이 전혀 안 나가진 않는데, 기존과 비교해 국내 젊은 친구들이 일본 제품을 덜 사려고 노력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직원도 “일본제품 불매운동도 세대차가 있는 듯하다”면서 “확실히 젊은 세대가 일본제품 불매운동에 더 적극적이다. 며칠 전 일본 사탕을 사겠다는 엄마와 사지 말라는 딸의 실랑이를 본 적도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그는 “제품의 안내를 원하는 손님에게는 제품이 있는 코너 위치로 안내하고 있다”며 “소비자의 기호 존중과 같은 현실적인 이유를 반영해 적극적으로 대체품을 권하거나 못 사게 막는 등의 행동은 지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마트 노조 관계자는 향후 마트업계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이 갈수록 절정에 치달을 것을 예고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는 일본 제품 안내 거부와 함께 점심·저녁 시간을 이용해 마트 내부 혹은 외부에서 유동적으로 피켓을 들고 이번 사안을 알리는 정도의 움직임에 불과하지만, 향후 일본 제품에 스티커를 부착해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지 않도록 유도하는 것을 준비 중에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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