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낮에는 불매, 밤에는 구매” 소비자의 이중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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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낮에는 불매, 밤에는 구매” 소비자의 이중성?
  • 신승엽 기자
  • 승인 2019.07.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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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신승엽 기자] 이중성. 이 단어는 ‘하나의 사물에 겹쳐 있는 서로 다른 두 가지의 성질’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가졌다. 이를 인생에 대입하면 한 가지 사건이 발생했을 때 사람의 생각은 사회적 인식과 개인의 이익을 놓고 갈리는 상황으로 비춰볼 수 있다.

내달 2일 일본의 대한민국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최종 결정되는 만큼 국민들의 반발이 점차 거세지고 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보관해둔 촛불을 들고 집회를 여는 등 국민들의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횃불은 점차 커져가는 모양새다.

하지만 실리를 챙기기 위한 국민들의 움직임도 보인다. 이익을 바라고 불매에 운동하는 사람까지 등장하고 있다. 경기도에 거주 중인 신 모씨(28)는 주위 사람들에게 일본이 외교문제를 경제보복으로 대응한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펼치고 있다. 이렇듯 신 씨의 평판은 불매운동을 전파하는 이미지로 굳어졌다.

문제는 밤이다. 신 씨는 매일 퇴근 이후 중고차 거래 사이트에 접속한다. 이후 구매할 수 있는 일본 브랜드 매물들을 검색해 보유한 자금과 비교한다. 불매운동으로 판매가가 떨어지는 것을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낮과 밤이 다른 대표적인 사례다. 

신 씨는 “판매를 맡고 있는 일부 대리점에서는 재고를 처분해야 하기 때문에 떨이를 준비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불매운동을 이용하는 것은 마음 아프지만, 실리를 챙기기 위한 최적의 시기라는 점은 변함없다”고 설명했다.

실리 확보를 두고 고민하는 소비자도 존재했다. 일본으로 휴가를 떠난 관광객이 그 사례다. 지난주 일본 북해도로 여행을 다녀온 이 모씨(33)는 “불매운동이 일어나기 3개월 전에 항공권을 예매했고, 이미 회사에 휴가원을 제출한 상황에 더욱 싼 가격의 표를 찾았다”며 “취소 수수료를 포함해도 더욱 싼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해 심각하게 고민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리를 챙기는 것도 점차 어려워지는 추세다. 소비재 측면으로 봤을 때 이마트 양재점에서 아사히 맥주를 ‘6캔 5000원’에 판매했지만, 언론과 소비자에 들통나 곤혹을 치렀다. 당시 소비자뿐 아니라 마트협회에서도 해당 프로모션을 비판했다. 재고를 처분해야 하는 사정은 알지만, 국가적으로 반일감정이 극대화된 시점에서 이러한 행사는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국내 전반적인 불매운동 흐름이 앞으로도 더욱 확산될 것이라고 설명한다. 기성세대 외에 젊은 세대까지 운동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직접적으로 일제의 압박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 층까지 운동에 가세한 점은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하지만 실리를 따지는 사람들은 국가적으로 번진 불매운동을 이용할 궁리만 하고 있다.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다. 이중적인 태도를 버리고 국민들이 한 뜻으로 모여야 할 때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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