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한국시장은 다국적 기업들의 무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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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시장은 다국적 기업들의 무덤인가…
  • 임현빈 기자
  • 승인 2012.11.21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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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임현빈 기자] 최근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하기 좋은 나라’에서 한국은 2년 연속 세계 8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시장에 진출하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정부 당국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브랜드 가치 1위 코카콜라를 비롯해 세계 최대 유통업체 월마트가 한국 시장에서 ‘쓴잔’을 마시고 철수한 것만 보더라도 그렇다. 재계에서는 이런 글로벌 기업들이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기를 펴지 못하는 이유로 ‘현지화 적응 실패’와 ‘폐쇄적인 한국 문화’를 꼽는다.

한국시장 진출 글로벌 기업들, 잇단 실적부진으로 ‘철수’
국내 시장 및 소비자 심리 파악하지 못한 것이 실패원인
 

글로벌 기업들, 한국 시장서 줄줄이 고배

월마트는 전 세계적으로 6000개가 넘는 점포를 운영하면서 30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1위 유통업체다.

1998년 한국 시장에 첫 발을 내디딘 월마트는 업계 5위권 밖을 헤매다 결국 진출 8년 만인 2006년 이마트에 매각됐다.

월마트보다 2년 먼저 한국 시장에 진출한 세계 2위 까르푸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다 10년 만인 2006년 이랜드그룹에 팔렸다.

세계적 ‘유통 공룡’들이 유독 한국 시장에만 뿌리를 내리지 못한 채 부진한 성적을 보이다 사업을 포기한 것이다.

이를 두고 당시 업계에선 해당 기업들이 자사의 비즈니스 모델을 과신한 나머지 한국 시장과 소비자 트랜드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현지화에 실패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시장에서 월마트와 까르푸는 백화점과 비교해도 손색없을 정도의 고급형 한국 할인점과 달리 높은 진열대에 물건을 쌓아놓는 창고형 인테리어를 고수했다.

상품 구성 역시 가공식품과 일상용품 위주로 신선식품이 빈약했다. 점포 또한 중심상권보다는 임대비용이 싼 외곽에 자리해 접근성도 좋지 못했다.

글로벌 브랜드의 대명사로 세계 200여개 국가에서 판매 중인 코카콜라 역시 지난 2007년 10월 한국 사업을 포기하고 LG생활건강에 인수되는 굴욕을 겪었다.

당시 한국에서 부는 웰빙 바람과 각종 악재로 매출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또 학생들의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교내 판매가 금지되는가 하면 ‘독극물 사건’까지 터졌다.

국내 대형마트들 마저 자체 브랜드(PB·Private Brand) 제품을 출시하면서 코카콜라에 비수를 꽂았다.

결국 코카콜라는 한국 소비자들의 군중심리와 한국 기업의 막강한 미투상품(브랜드 1위 상품이나 인기브랜드와 유사한 상품)에 두 손 두 발을 들고 짐을 쌌다.

올해 한 설문조사에서 취업하고 싶은 외국계 기업 1위를 기록하기도 한 구글 역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글로벌 검색 엔진으로 세계 시장을 장악한 구글도 한국에선 5%대의 부진한 시장 점유율 기록 중이다.

시장 점유율이 1%에도 미치지 못했던 야후는 지난달 한국 사업을 시작한 지 15년 만에 철수를 결정했다.

스위스의 글로벌 커피기업 네슬레도 악전고투를 이어가고 있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 부동의 1위 동서식품을 넘지 못하고 10%대 점유율 보이던 네슬레는 최근 출시한 지 1년밖에 안 된 남양유업에 2위 자리까지 내줬다.

당시 한 자릿수대로 추락한 점유율은 계속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국내 우유업계 1위 서울우유도 커피믹스 시장 진출을 선언한 상황이라 네슬레의 국내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가구 공룡’ 이케아 진출 코 앞, ‘기대 반 우려 반’

최근 세계 최대 가구업체인 이케아(IKEA)의 한국 시장 진출에 관련업계의 반발이 심화되고 있다.

이케아는 전 세계에서 연 매출 40조원을 기록하며 가구 업계의 ‘공룡’이라 불리는 세계 1위 가구제조업체다.

품질 대비 저렴한 가격과 중소형 주택에 적합한 가구 디자인으로 유럽뿐 아니라 홍콩·일본 등 아시아 지역에서도 젊은 층을 중심으로 인기 몰이를 하고 있다.

이케아는 경기도 광명역세권지구에 유통판매 시설용지 7만 8198㎡(2만 3654평)를 사들여 오는 2014년에 1호 매장을 열 예정이다. 이미 작년 12월 한국 법인 등록도 마쳤다.

이케아의 한국 시장 사업을 본격화하자 국내 가구업체들은 최근 ‘가구산업발전전문위원회’를 구성했다.

대한가구산업협동조합연합회, 한국가구산업협회 등 가구 단체를 비롯해 한샘·퍼시스·리바트·에이스침대 같은 국내 주요 가구 업체 대부분이 참여했다.

가구산업협회 관계자는 “이케아 진출은 국내 가구 산업을 뿌리째 뒤흔들 수도 있는 중요 사건”이라며 “경쟁은 불가피하지만 동등한 조건으로 경쟁하기 위해 이케아의 국산 가구 취급 물량을 늘리거나 국내 업체와 공평하게 관세를 물리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들은 가구업계의 반발과는 달리 이케아의 한국시장 진출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왜냐하면 ▲지역 경기 부양 ▲고용창출 ▲소비자 선택 폭 확대 등 이케아의 한국시장 진출에 다른 이익이 크기 때문이다.

부천시에 거주하는 안모(주부·38)씨는 “가구업체들의 반발도 이해하지만, 품질 대비 높은 가격과 서비스질의 개선을 하지 않은 채 이케아의 진출을 막는 것은 소비자의 권리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한국시장 진출 실패 주된 요인은

해외 언론들은 한국시장을 가리켜 “다국적 기업들의 무덤”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이처럼 세계적인 브랜드와 조직망을 갖춘 외국 기업들이 유독 한국 시장에서만 고배를 마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산업 전문가들은 ▲한국시장의 경쟁 심화 ▲높은 인건비 및 과도한 제반적 요구 ▲정부규제 강화 및 사회공헌 요구 등 때문인 것으로 분석한다.

이를 종합해보면 외국 기업들은 그들만의 ‘글로벌 스탠더드’를 통한 전략만을 고수한 채 한국시장의 구조와 소비자 정서를 파악하지 못한 게 실패의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외국 기업의 탓으로만 돌리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최근 한국은 기업하기 좋은 나라 8위에 올랐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 같다”며 “해외기업에 높은 도덕성과 사회환원을 요구하는 등 규제를 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우리나라 기업들도 한국 시장에서는 더 이상 사업하기 힘들다며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리고 있는 마당에 외국 기업들은 오죽하겠느냐”며 “만약 해외 시장에 진출한(하는) 한국 기업들이 현지 정부와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푸대접 받는다면 과연 어떨지 생각해볼 문제”라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 1일 지식경제부는 서울 그랜드인터콘티낸탈 호텔에서 외국인투자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2년 외국기업의 날’ 기념식을 개최했다.

▲ 지난 1일 서울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2012 외국기업의 날’ 행사에서 프랭크 차네츠키 폭스바겐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대표이사가 외국인 투자유치 유공자 부문의 장관상을 수상했다.
‘외국기업의 날’은 우리 경제에 크게 기여한 외국인투자기업 및 투자유치 관계자에게 포상해 투자활동을 치하하기 위해 2001년부터 개최한 행사다.

이날 지경부 조석 차관은 “외국인투자기업들이 기업가 정신을 적극 발휘해 장기적인 안목에서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여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에 적극적인 역할을 하여 줄 것”을 당부하며 “한국 정부는 외국인투자기업들의 경영 및 생활환경 개선, 투명성 제고 등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앞장서 나갈 것”임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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