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8년 연속 파업… ‘반갑지 않은’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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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8년 연속 파업… ‘반갑지 않은’ 기록
  • 성희헌 기자
  • 승인 2019.07.29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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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현대자동차 노조가 29~30일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했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임금·단체협약 관련, 16차례나 교섭을 했으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 파업을 실시할 경우 8년째 파업을 이어가게 된다. 반갑지 않은 기록이다.

만약 현대차 노조가 파업에 나설 경우,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대형 SUV 팰리세이드다. 팰리세이드가 ‘증산 진통’을 겪는 사이 고객 2만1700명이 구매를 포기했다. 고객 대기기간이 길게는 1년 가까이 되는 등 생산부족에 따른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팰리세이드 증산이 결정됐지만, 파업 등으로 가동률이 떨어지면 국내외 수급은 다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미국 시장에서는 제대로 판매를 시작하기도 전에 물량 조달이 어려워 질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 노조뿐만이 아니다. 기아차와 한국GM 노조도 일제히 파업 예고에 나섰다. 국내 완성차 3사 노조가 임단협 결렬 선언과 함께 파업의 깃발을 들고 있는 것이다. 여름휴가가 끝난 8월 중순 이후 파업이 본격화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이미 국내 완성차 업계는 임금은 높고 노동생산성은 낮은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고착화됐다. 상황이 이런데도 노조는 “돈을 더 달라”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임금 12만3526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과 당기순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을 요구했다. 기아차 노조는 사측의 제시안(기본급 3만8000원 인상, 성과격려금 150%+150만원, 재래시장상품권 20만원 지급)이 미흡하다며 교섭 결렬을 선언했다. 한국GM 노조는 기본급 5.65% 정액 인상, 통상임금의 250% 규모 성과급 지급 등을 요구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평균임금은 9000만원대다.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12.1%로 토요타(5.8%)는 물론 폭스바겐(10.5%)보다 높다.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되는 시간은 26.8시간으로 토요타(24.1시간), 폭스바겐(23.4시간)보다 많다. 임금 수준이 글로벌 경쟁사보다 높음에도 생산성은 오히려 떨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국내 자동차 공장은 낮은 인력 운용 효율을 보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생산규모는 세계 5위에서 7위로 떨어졌다. 6위인 멕시코와도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10대 자동차 생산국 중 한국은 유일하게 생산량이 3년 연속 감소했다. ‘세계 5대 자동차 생산대국’은 과거 영광이 됐다.

완성차 업계가 직면한 불확실성은 어느 때보다 크다. 중국 자동차 시장 역성장, 공유·친환경 패러다임 변화, 일본 수출규제 등 문제도 산적하다. ‘연례 행사’에 발목이 잡히지 않고, 노사가 힘을 모아 앞을 향해 헤쳐 나가야 할 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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