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安, 간담초월(肝膽楚越)이 우려되는 까닭은
상태바
文-安, 간담초월(肝膽楚越)이 우려되는 까닭은
  • 박완규 컬럼니스트 / GTN-TV 주필
  • 승인 2012.11.19 16: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박완규 컬럼니스트
춘추전국시대 노(魯)나라에 왕태라는 자가 있었다. 형벌을 받아 발이 잘렸지만 덕망이 높아 문하생이 많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상계(常季)가 공자에게 물었다.

“왕태는 죄를 지은 자인데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이 많고, 그 명성은 마치 선생님과 노나라를 둘로 나눈 형세입니다. 그는 별로 가르치는 일도 없으며, 그렇다고 의논을 하는 것도 아닌데, 찾아갔던 사람은 반드시 흡족해서 돌아갑니다. 무언의 가르침이 있는 모양입니다. 몸은 비록 불구일지라도 덕이 넘치고 있는 것을 보면 참으로 이상한 일입니다.”

“아니다. 그는 성인이다. 한번 찾아가고 싶은데 아직 기회가 없었다. 나는 그를 스승으로 우러르고 싶을 정도이다. 노나라만이 아니라 천하를 이끌고 함께 따르고 싶을 만큼 존경하고 있다.”

“그럼 그분은 도대체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는 것일까요?”

“그는 사생(死生)을 초월하고 있다. 비록 천지가 무너지더라도 함께 떨어지지 않을 정도이고, 물(物)과 도(道)와의 관계를 잘 알고 있으며, 물(物)과 함께 움직이지 않을 만큼 변화로부터도 초월해 있다. 게다가 자연의 변화에 순응하여 이에 거스르지 않고, 도(道)의 근본을 잘 지키고 있다.”

“그것은 무슨 뜻입니까?”

“마음을 달리하는 자의 눈으로 보면 간담(肝膽)도 초월(楚越)이며, 마음을 같이 하는 자의 눈으로 보면 만물은 하나다. 그 사람은 귀나 눈으로 외물(外物: 마음에 접촉되는 객관적 세계의 모든 대상)을 좇지 않고 마음을 덕의 화합에 두고 있다. 사물의 같음을 보고 다름을 보지 않으며, 사생을 하나로 보고 있다. 비록 발을 잘렸지만 그것을 흙에 떨어뜨린 것처럼 조금도 마음에 두고 있지 않으니 정말 훌륭한 인물이다.”

장자(莊子) 출전의 간담초월(肝膽楚越)이란 고사성어는 ‘마음이 맞지 않으면 간과 쓸개처럼 몸 안에 있고 서로 관계가 있더라도 초나라와 월나라처럼 서로 등지고 만다’는 뜻이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야권 단일화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양 측이 문제 해결을 위한 허심탄회한 논의보다 명분 쌓기에 급급하며 힘겨루기를 하는 형국이다.

두 후보가 서로 책임을 전가하는 듯한 모양새는 매우 우려된다. 우선 안 후보가 제기한 민주당 혁신의 구체적인 요건이 애매하고, 그것이 단일화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도 모호하다. 안 후보의 주장은 결국 단일화 국면이 이른바 ‘친노 패권주의’ 등의 기득권 정치로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항의 표시로 보이지만 이는 불리하니까 딴지거는 격이다.

문 후보가 사태 수습책 마련보다는 안 후보 진영의 과장 보고를 언급한 것은 안 후보가 단일화를 위태롭게 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함으로써 반사이익을 얻으려는 자세는 단일화 협상의 물꼬를 터야 할 맏형다운 태도가 아니다.

며칠 전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가 페이스북에 ‘입장을 바꿔서 생각하기’라는 제하의 글에서 “민주당 의원과 지도부 대다수 사이에 민주당과 문 후보가 이만큼 오기까지 ‘안철수 현상’과 안 후보로부터 얼마나 많은 덕을 보았는지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부족해 보인다”고 적었다.

그는 안 후보에 대해 “‘양보론’ 등에 대한 반발이 어디까지 정곡을 찌른 정치적 대응이고 어디서부터 현실정치에 단련이 덜 된 신인의 과잉반응인지 반대쪽 눈으로 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두 후보가 명심해야 할 지적이고, 결국 두 후보가 만나서 의심스럽고, 불쾌하고, 시정할 점을 끄집어내 앙금을 훌훌 턴 뒤 원점에서부터 협상을 재개하여야 한다는 명제가 분명해졌다.

다행히 18일 야권 후보 단일화 논의가 민주당 지도부의 총사퇴를 계기로 급류를 타기 시작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구체적인 단일화 방안까지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맡기겠다고까지 한 만큼 단일화 논의의 걸림돌은 대부분 사라진 듯하다. 어젯밤 문·안 후보 회동을 계기로 조만간 단일화 방식과 일정도 나올 것 같다.

두 후보 공히 이제 촌각을 다퉈야 한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국민들에게 약속한 26일 후보 등록 전에 단일화 논의를 끝내야 한다. 여론조사 외에 TV 패널 투표 등 추가 방안, 여론조사의 설문 문항 등을 놓고 앞으로 양측 실무 협상팀이 충돌할 소지는 적지 않다.

후보 적합도는 문 후보가, 후보 지지도는 안 후보가 유리한 쪽으로 여론조사들이 이어지는 판국에 설문 문항으로 승자가 결정될 수도 있어, 실무 협상팀이 이에 사활을 걸고 드잡이 할 수 있다. 이로 인해 단일화 논의가 결국 물 건너가고, 18대 대선을 통째로 혼돈의 도가니로 몰아넣는 사태가 생길지도 모른다.

자칫, 정권교체를 통해 새 정치를 구현하겠다는 대의를 내세우고는 서로 소탐(小貪)의 경쟁자로 주객이 전도되어 단일화의 대의명분을 훼손하면서 간담마저 초월이 되어 대실(大失)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박완규 컬럼니스트 / GTN-TV 주필

 

※외부 필진 컬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