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턴, 한일 갈등에 '미온적' 호르무즈 파병만 챙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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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턴, 한일 갈등에 '미온적' 호르무즈 파병만 챙겼다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9.07.24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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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협력방안 계속 협의”
나경원과 비공개 회동서 파병안 통과 당부한 듯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2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를 찾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방한에서 한일 갈등에 대한 중재 메시지가 나올지 주목됐지만 원론적 입장 표명에 그쳤다. 우리 당국자들과의 만남에서 '한일 간 대화를 통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게 전부였다. 기존 미국의 입장에서 벗어나지 않은 원론적 수준이다. 청와대의 발표문에서도 '한일 문제'라는 단어는 찾을 수 없었다. 반면 이번 한일 순방의 핵심 의제였던 호르무즈 파병 관련 문구는 청와대의 발표문에 포함됐다. 볼턴 보좌관은 특히 정부 인사들과의 예정된 만남에 앞서 돌연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파병안의 국회 통과를 위해 제1야당의 협조를 당부했을 것으로 보인다.

1박 2일의 일정으로 전날 방한한 볼턴 보좌관은 24일 청와대에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만났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에서 “정 실장은 볼턴 보좌관과 한반도 문제 등 주요 현안과 지역 및 글로벌 차원에서의 양국 간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협의하였다”며 “양측은 민간 상선의 안전한 항해를 위한 국제적 노력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이와 관련하여 특히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해상 안보와 항행의 자유를 위한 협력 방안을 계속 협의해 나가기로 하였다”고 했다. 호르무즈 파병을 추진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볼턴 보좌관은 나 원내대표를 만났다. 두 사람의 만남 소식은 나 원내대표가 국회 기자들에게 밝히고나서야 알려졌다. 정 실장 등 협상 파트너인 정부 측 인사보다 제1야당 인사, 그것도 당대표가 아닌 원내대표를 먼저 만나자 만남 내용에 관심이 모아졌다. 하지만 나 원내대표는 민감한 내용에 대해 함구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가 카디즈(한국방공식별구역)와 영공을 침범하는 엄중한 현실에서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일본의 수출보복 조치는 한미일 삼각공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부분도 강조했다”며 “매우 의미 있는 만남이었다”고 했다. 다만 나 원내대표는 한일 문제에 대한 볼턴 보좌관의 반응에 대해선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며 말을 아꼈다. 파병 관련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하지 않았다. 

두 사람의 만남을 두고 파병안의 국회 동의를 위해 볼턴 보좌관이 야당의 협조를 요구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3년에도 당시 제1야당의 한나라당이 찬성해 이라크 파병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었다. 정작 여당에서는 찬성과 반대가 팽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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