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 vs 하나금융, 신남방 요충지 베트남서 한판승부
상태바
신한금융 vs 하나금융, 신남방 요충지 베트남서 한판승부
  • 이광표 기자
  • 승인 2019.07.23 15: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나금융, BIDV 인수에 1조 베팅…현지 외국계 1위 신한금융에 도전장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왼쪽)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왼쪽)과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사진/각 사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신한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이 베트남을 무대로 정면 대결을 앞두고 있다. 신한금융이 베트남 시장을 선점하며 현지 외국계 1위 은행 타이틀을 거머쥐었다면, 하나금융은 1조원의 대규모 투자카들 꺼내들고 현지 자산규모 1위 은행의 지분을 인수하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KEB하나은행은 베트남 자산 규모 1위 은행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해외사업 확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지분 인수에 투입하는 비용은 1조원이 넘는다. 한국 금융회사의 베트남 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하나금융그룹의 해외 투자를 통틀어 살펴봐도 가장 많은 수준이다.

KEB하나은행은 22일, 베트남 자산 규모 1위 은행인 국영상업은행(BIDV)의 지분 15%를 인수하는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인수 비용은 총 1조249억원에 달한다.

특히 이번 계약을 성사기키기 위해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도 베트남을 방문해 적잖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IDV는 증권사, 리스사, 보험사, 자산관리회사 등을 보유하고 있는 베트남 최대 은행이다. 지난해 말 기준 총자산 66조3000억원, 순이익 3809억원을 기록했다. KEB하나은행 관계자는 “안정적인 배당은 물론 자본이득도 기대할 수 있는 우량 투자처”라며 “이번 지분 인수를 계기로 베트남에서 사업 기반을 본격 확대해 수익원 다변화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KEB하나은행은 그동안 베트남에서 하노이, 호찌민 등 2곳에 지점을 두고 한국계 기업을 위주로 영업을 해왔다. BIDV는 대출자산의 70% 이상이 기업대출이어서 관련 네트워크와 노하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BIDV는 베트남 전역에 지점과 사무소 1000여 곳과 현금자동입출금기(ATM) 5만8000여 개 등을 보유하고 있다.

한편 하나금융의 베트남 시장 공략은 베트남을 최대 성장기지로 점 찍고 있는 신한금융그룹과의 정면대결을 예고하고 있다. 신한금융의 해외사업에서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낸 지역은 베트남이다. 실제 지난해 베트남에서 낸 영업이익은 1244억원으로 전체 해외사업 영업이익(4755억원)의 26%를 차지했다. 신한은행 자회사인 신한베트남은행의 경우 호찌민 본점을 중심으로 베트남 전역에 지점을 두고 있다. 지난달엔 하노이에 32번째 현지 지점을 설립했고, 매년 5개 이상씩 늘려 총 100개 이상 확보한다는 목표다.

시장에선 두 금융그룹사의 베트남 내 대결구도가 아직은 은행이 중심이지만, 금융그룹 차원의 대결로 확전될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최근 신한금융그룹은 베트남 내 은행업 외에도 현지 소매금융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 2일엔 신한금융 계열사인 신한카드가 베트남 호찌민 인터콘티넨털 사이공 호텔에서 ‘신한베트남파이낸스(SVFC)’ 출범식을 갖고 본격 현지 영업에 들어갔다. 조 회장도 이날 출범식에 직접 참석해 높은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SVFC는 2017년 7월 출범한 신한금융그룹의 글로벌 매트릭스 사업부문이 이뤄낸 첫 해외 M&A 사례다. 신한금융은 올 1월 베트남 현지 금융당국으로부터 영국 푸르덴셜그룹이 2007년 베트남에 세운 첫 외국계 소비자금융 회사 ‘베트남푸르덴셜소비자금융(PVFC)’ 인수 승인을 받은 후 지분 100%를 1억5100만달러(한화 약 1700억원)에 사들이고 사명을 SVFC으로 변경했다.

하나금융 역시 KEB하나은행의 베트남 사업 기반 확대가 그룹의 전사적 사업 확장의 변곡점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 하나금융은 ‘글로벌 로열티 네트워크(GLN)’란 이름으로 글로벌 핀테크(금융기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하나금융 포인트인 하나머니를 이용해 해외 결제를 하는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지난 4월 대만에서 처음으로 서비스를 시작한 데 이어 베트남을 거점화 해 관련 사업을 해외 전반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현재 기업금융에 편중된 BIDV의 자산 포트폴리오를 리테일 중심으로 개선해 수수료수익 증대 등 수익원을 다변화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향후 하나금융그룹 관계사들의 베트남 내 금융비즈니스 기반 확대에도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