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과열된 ‘새벽배송’ 경쟁… 잠 못 드는 유통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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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과열된 ‘새벽배송’ 경쟁… 잠 못 드는 유통업계
  • 임유정 기자
  • 승인 2019.07.23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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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임유정 기자]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온라인을 통해 원하는 상품을 구매하면 짧게는 이틀, 길게는 일주일의 시간이 소요됐던 배송 환경이 몇 년 사이 크게 달라졌다. 2015년 스타트업 마켓컬리가 ‘샛별배송’이라는 서비스를 통해 전날 밤 11시까지 주문을 마치면 익일 오전 7시까지 상품이 배송되도록 하면서다.

마켓컬리가 쏘아 올린 ‘배송혁신’은 소비자들을 너나할 것 없이 열광하게 만들었고, 유통업계 전반적으로 배송 시장을 재편하는데 일조했다. 쿠팡이 다음 바톤을 이어 받아 새벽배송에 진출하면서 이커머스 업계 전반적으로 ‘출혈경쟁’의 테이프를 끊게 만들기도 했다.

급기야 최근에는 유통 공룡인 롯데·신세계 등이 새벽배송 전쟁에 참전, 홈쇼핑업체까지 일제히 가세하면서 소비자를 잡기 위한 간절한 도전은 지속되고 있다. 당일 배송이 나오더니 이제는 주문 30분 만에 배송해준다는 ‘총알 배송’까지 등장하는 등 업계를 막론하고 ‘더 빠른 배송’을 위해 고삐를 죄는 모양새다.

이 같은 배송 경쟁은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달가울 수밖에 없지만, 관련 업계의 말 못할 시름은 가늠키 어렵다. 가장 큰 문제는 내실이다. 새벽배송을 위해 물류시스템에 드는 비용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쿠팡과 마켓컬리는 상당한 매출상승을 이뤘지만 영업이익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해 영업 손실이 1조원, 마켓컬리는 337억원을 넘어섰다. 롯데와 신세계도 물류에 수조원에 달하는 막대한 자금을 투입했지만 수익이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뿐만 아니다. 배달 종사자의 노동환경, 물류비 절감에 따른 협력업체와의 갈등이 여전히 남아 있는 상황이다. 밤에 일하는 사람이 크게 늘어나면서 인건비 등의 문제 역시 심각하다. 작은 물품 하나까지 온라인으로 주문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배송 포장비용과 환경문제까지 고려해야 하는 것이 업계의 큰 과제로 남아있다. 일례로 쿠팡의 경우 1건의 새벽배송 당 5000원을 손해보고 있다. 이 모든 것을 소비자 만족을 위해 감내하기엔 다소 버거워 보인다.

결국 혁신은 ‘차별성’에서 나온다. 이미 유통 공룡인 신세계와 롯데 등이 새벽배송에 참전한 이상 몸집이 작은 회사는 상대적으로 자본력 측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다. 맹목적으로 배송 시간 단축과 새벽배송 진출에 힘쓰기 보다는 상품의 품질을 높이고 차별화된 서비스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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