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끊이지 않는 건설현장 산업재해… 해법은 없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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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끊이지 않는 건설현장 산업재해… 해법은 없나
  • 김창성 기자
  • 승인 2012.11.16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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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창성 기자] 주춧돌이 부실하다. 집이나 건물을 지을 때 가장 튼튼한 버팀목이 돼줘야 할 주춧돌이 매년 부실하게 나뒹굴고 있다. 2008년부터 3년간 산업재해 사망자 통계 수치를 보면 건설업은 2008년부터 2년 연속 1위를 기록했고, 2010년에도 제조업에 이어 근소한 차로 2위에 랭크됐다. 지난해와 올해도 별반 다르지 않다. 매년 끊이지 않는 건설재해 사망사고의 총체적 난국을 타계할 해법을 찾아 보았다.

▲ 시공자와 설계자간의 긴밀한 기술 협의 부재는 대형 참사를 부른다. 지난 9월22일 경기도 파주에서 일어난 장남교 붕괴 현장 모습.
안일한 의식구조, '책임전가' 가장 큰 문제점
뛰어난 시공능력에 비해 안전의식은 '허술'

배부른 회사, 허약한 안전제일주의

지난 1일 오후 경기도 김포시에 위치한 아트홀 건설현장에서 콘크리트 상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8명이 큰 부상을 입었다. 문화와 체육, 복지의 메카로 인정받겠다는 김포시의 야심찬 꿈은 지체됐고, 시민들 또한 안타까운 마음을 숨길 수 없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 9월에는 경기도 파주 임진강에 건설 중이던 장남교의 붕괴 사고도 있었다. 조사결과 상부슬래브용 콘크리트 타설 과정에서 교량 받침이 이탈한 것 때문인데, 시공자와 설계자 간의 긴밀한 기술 협의만 제대로 이루어졌더라도 2명의 목숨을 앗아가는 참사는 막을 수 있었다.

김포 아트홀 붕괴사고와 파주 장남교 붕괴사고 외에도 4명이 숨지고 24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국립현대미술관 화재사고, 아파트건설현장에서 굴착기가 전도돼 운전자가 사망한 아파트건설현장 사고 등 건설현장의 사망사고는 끊임없이 되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건설현장의 사고는 모두 미연에 방지가 가능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정해진 안전 매뉴얼에 따른 시공과 끊임없이 반복하는 안전의식 고취 등 안전이라는 두 글자의 무게감만 제대로 인식했더라도 발생하지 않았을 '인재'였다.

관리감독 소홀 등 총체적 부실 ‘주원인’

출근길, 등굣길 버스에 올라 하루를 시작하던 32명의 목숨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사고. 지난 1994년 10월21일에 일어난 이 사고는 시공사인 동아건설의 부실시공과 관리감독 소홀의 총체적 부실이 결합된 작품 이었다.

최초 1979년 완공된 이 다리는 붕괴 후 1997년 재완공 돼 오늘날에 이르고 있지만 당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총체적 부실시공을 여과 없이 보여준 현실이었다.

▲ 임금체불로 인한 근로의욕 저하도 부실시공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5월 강원도 동해시 해군 제1함대사령부 앞에서 서희·신성건설이 짓고 있는 부대시설 시공 노동자가 '체불임금'을 지급하라며 1인시위를 하고 있는 모습.
그로부터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1995년 6월29일에는 광복이후 최악의 참사로 기록된 삼풍백화점 붕괴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라는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 사고 역시 설계·시공·유지관리의 잘못에 기인된 예고된 참사였으며 대한민국의 부실건축이 다시 한 번 전 세계에 각인된 부끄러운 아픔이었다.

특히 삼풍백화점 붕괴는 사고 이전부터 건물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바닥이 내려앉는 등 위험신호가 곳곳에 감지됐음에도 영업을 강행해 대형 참사를 부추겼다.

굵직한 두 사건을 겪은 후 우리 건설업계는 그동안 세계 유수의 나라에서 큰 규모의 건설 수주를 이룩하는 저력을 발휘하긴 했지만 그 안에 내재된 부실의 싹은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겉치장에만 몰두하고 잘못을 가리는데만 급급한 국내 건설사들의 단합된 행보는 예방주사도 소용없는 지독한 질병의 극치로 전락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도급 ‘부실시공’

고용노동부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로 사망한 근로자는 총 2만2782명의 재해자 중 621명으로 전년대비 3.8% 늘어났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산재사망자수가 3.9%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부상자도 2만2161명에 이르며 전년보다 1.2% 증가해 지난 2004년 이래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왜 건설현장에서 산업재해가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업계 관계자들은 하청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관리감독에는 소홀한 건설업계의 오랜 관행이 문제의 발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공업체가 하청을 주면 하청업체는 또 다시 하청을 주고 그 업체는 또 하청을 주는 꼬리에 꼬리를 무는 하도급 계약도 문제가 크다.

관리 감독이 제대로 이뤄질리 없고, 문제가 발생하면 떠넘기기에 급급하다. 여기에 '빨리 빨리' 주의가 불러온 무리한 공기단축도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특히 이러한 건설현장 재해는 관리 감독이 미흡한 중소업체에 의한 사고뿐만 아니라 대기업 건설사에서도 빈번하고, 그 수치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4월 민주노총, 한국노총 등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업분야에서 산재사망건수가 가장 많은 기업은 현대건설(10명)이었고 이어 GS건설과 롯데건설(7명), SK건설과 대우건설(6명) 순이었다.

사업장 단속과 감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관계당국 역시 문제라는 지적이다. 중소건설 현장이 많아 산업안전 관련 지도 단속이 쉽지 않다는 핑계로는 총체적 난국을 설명하기 역부족이다. 여기에 대기업 봐주기 솜방망이 처벌도 관행을 고착화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 <자료=고용노동부, 그래픽=한민희 기자>
건설재해 공통 공감사항 “예방 가능했다”

전 세계 유일하게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발돋움 한 대한민국이 단 기간에 경이적인 국가 발전을 이룩해 가는 과정에서 국내 건설사들이 일조한 업적 또한 무시 못할 부분이다.

하지만 성과에 집착한 나머지 과정을 등한시해 건설재해 발생을, 마치 완공을 위한 통과절차 쯤으로 치부하게 됐다. 잘못은 자본력으로 덮고, 자본력이 미치지 못하면 국가가 나서서 감싸주는 오래된 관행은 우리나라 건설업계가 극복하고 반성하고 재발방지에 나서야할 당면 과제다.

화를 자초하는 무리한 설계 변경, 말뿐인 안전교육, 빈번한 임금체불로 인한 근로의욕 저하, 그에 따른 부실시공 등 국내 건설업계가 떠안고 있는 총체적 난국은 그 뿌리가 생각보다 깊다.

지난 6월, 삼성물산 건설부문, 포스코건설, GS건설, 대우건설 관계자들은 한 자리에 모여 환경·안전·품질관리 등의 내용을 담은 ‘건설현장 관리 매뉴얼’ 작성방향을 논의했다.

이 매뉴얼 제작은 메이저 건설사들이 오랜 기간 축적한 현장관리 기술 및 노하우를 바탕으로 보다 안전한 환경에서 시공이 이루어져야 함을 주지시키는 동시에 상대적으로 시공능력과 안전관리 능력이 부족한 중소건설업계에 관련 노하우를 배포할 방침으로 진행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국내 건설사 대부분이 현장관리는 주먹구구식에 안전시공은 무시하는 경향이 짙다”며 “뛰어난 시공능력에 비해 허술한 안전의식은 생각보다 심각한데, 이는 중소 건설사뿐만 아니라 메이저 건설사도 마찬가지다”라고 지적했다.

최근 들어 관련 업계에서 안전문화 캠페인 등 의식개선을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책임전가 관행이 사라지지 않고서는 얼마나 효과를 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기에 관계당국의 법망을 피해가는 건설사들의 안일한 의식 구조 또한 큰 수술이 필요한 대목이다.

건설업계가 '산업재해 사망사고 1위'라는 불명예스러운 명찰을 떼기 위해서는 공사를 진행하는 건설사의 책임의식 제고와 정부의 체계적인 관리 감독이 선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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