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IA “87년 대선 때 여당서 투표조작·선거무효 선언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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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A “87년 대선 때 여당서 투표조작·선거무효 선언 검토”
  • 조현경 기자
  • 승인 2019.07.21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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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 CIA 당시 문서 입수 보도
지난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기립해 있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지난 1996년 8월 26일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서 기립해 있는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1987년도 한국 대선 당시 여당이 투표조작 등 부정선거를 모의하고 만약 노태우 민정당 후보가 패배할 경우 선거를 원천 무효로 하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20일 CIA에 정보공개를 요청해 받은 정보 보고 자료를 바탕으로 이같이 보도했다. 앞서 87년 민주화 대투쟁의 결과로 쟁취한 대통령직선제 개헌에 따라 이뤄진 12월 16일 대선에서 당시 민정당 노 대표가 여권 후보로 나왔고, 야권에서는 김영삼·김대중 후보가 출마했다. 그 결과 노태우 후보가 36.6% 득표율로 대통령에 당선됐고 김영삼 후보는 28%, 김대중 후보는 27%의 득표율이었다.

이와 관련, 대선 수일 전 작성된 CIA 정보보고에는 “여당 간부들은 노 후보의 당선 전망을 놓고 분열했으며 선거를 조작하려는 압박이 커지고 있다. 광범위한 조작 계획이 이미 시행되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11월 23일 작성된 정보 보고에는 “민정당은 군부와 노 후보의 관계 때문에 선거에서 노 후보의 당선 가능성에 대해 갈수록 민감해졌다. 그 결과 그들은 흑색선전과 투표 조작 등 더러운 술책을 고려하고 있다”는 내용도 담겼다. 이와 관련, SCMP는 노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박철언 전 의원 보좌관을 통해 사실 확인을 하고자 했으나 답변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CIA는 당시 정부가 선거 후 불만이 발생할 경우 이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방안도 준비했다고 전했다. 한 정보 보고에는 “김대중 후보가 선거 결과에 대해 반발하고 국민들을 선동할 경우 그를 체포하라는 명령도 준비됐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12월 11일 정보 보고에는 “정부 관료들이 노 후보가 승리했을 때 광범위한 불만이 발생할 경우 계엄령이나 제한된 긴급조치를 발동해 이를 조기에 진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SCMP는 대선 후 일부에서 선거 조작 의혹이 제기됐으나 야권 분열로 노 후보가 당선됐다는 여론으로 인해 이러한 주장이 호응을 얻지 못했고 이에 대해 CIA도 시각을 공유했다고 전했다. CIA는 선거 후 정보 보고에서 “노 후보의 당선에 대한 절제된 여론 반응은 한국인들이 결과에 이의를 제기하지 않으려고 한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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