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강국 업그레이드]반도체 국제 분업지도 다시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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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강국 업그레이드]반도체 국제 분업지도 다시 쓴다
  • 황병준 기자
  • 승인 2019.07.21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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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 ‘일본’→생산 ‘한국’, 반도체 사이클 무너질 수도
탈(脫)일본화 가속화…정부, 이달 말 ‘국산화 방안’ 발표
일본의 소재로 한국이 반도체를 생산하던 ‘국제 반도체 분업지도’가 다시 쓰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일본의 소재로 한국이 반도체를 생산하던 ‘국제 반도체 분업지도’가 다시 쓰여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19일 서울 성북구 한국과학기술연구원에서 연구원들이 차세대 반도체 연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제공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반도체 코리아 연합군’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전세계 D램 시장에서 75%, 낸드플래시 시장에서 50% 가까운 점유율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비메모리 시장에서는 인텔을 중심으로 한 미국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하지만 소재와 장비 시장에서는 미국과 일본이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라서 있다. 반도체 산업에서 일본의 영향력은 점유율보다 막강한 위치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이 한국에 대해 반도체 핵심인 3개 소재 품목에 대해 수출 규제 조치를 단행하면서 국제 반도체 시장에 지각 변동이 일어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의 소재를 바탕으로 한국이 반도체 시장을 장악했던 ‘국제 분업지도’가 새로 쓰여질 조짐이다.

업계에서는 소재 공급이 어려워 지면서 반도체 공급이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애플 등 글로벌 전자 기업들도 이를 예의 주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소재 자급화를 강화하고 수입선을 다변화를 추진하고 있다.

당장 피해를 감수하더라도 국산화가 시급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정부도 이를 위해 다각도 지원책을 마련하고 있고, 기업들도 소재 테스트와 소재 확보를 위해 일본 이외의 기업들과 접촉하고 있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에 대응하고자 핵심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방안을 이달 중 마련하고 핵심 부품 국산화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 반도체 소재에 대한 국산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실효성이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소재의 경우 국산화는 지난 2013년 48.3%였지만 2017년 50.3%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정부는 오는 2022년까지 국산화율 70% 달성을 목표로 제시했지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장비 산업은 더욱 치명적이다. 2013년 25.8%의 국산율은 2017년 18.2%에 머물고 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2017년 기준 반도체 장비 시장 국가별 점유율은 미국이 44.7%로 1위를 차지했으며, 일본이 28.2%로 그 뒤를 잇고 있다. 199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점유율은 50%를 넘어 섰지만 현재 조금 낮아졌다. 국내 반도체 장비 업체들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9.9%에 불과하다.

지난 4일 일본이 대(對)한국 수출 길을 봉쇄한 포토레지스트의 경우 반도체(웨이퍼)에 빛으로 회로를 입히는 과정의 ‘노광분야’의 국산화율은 제로다. 그 중 핵심층의 경우 100%가 일본산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세회로 분야는 일본과 미국 회사가 점령하고 있다”며 “이를 국산화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고순도불화수소(에칭가스)에서도 일본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70% 이상이다. 한국의 일본산 수입부중도 95% 이상이다. 일부 국산화가 이뤄지고 있지만 핵심 부분에서 일본의 영향은 절대적이다.

플루오린폴리이미드 역시 일본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90% 이상이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일본의 규제 이후 소재의 국산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은 일본이 수출을 규제한 불화수소에 대한 품질 테스트에 들어갔다. 품질 격차로 인해 당장 상용화 투입은 힘들지만 실제 적용 시기를 최대한 빨리 앞당기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중국의 빈화그룹이 최근 한국의 반초체 기업으로부터 전자제품 제조급 불화수소 주문을 받는데 성공했다고 알려지면서 탈일본화가 가속되고 있다.

일본 역시 한국 반도체 기업의 행보에 예의 주시하고 있다. 지난 17일 일본 닛케이는 삼성전자가 일본산이 아닌 제3업체의 불화수소를 시험해 기존과 같은 품질의 반도체를 만들기까지 2~3개월이 걸릴 전망이지만 한국 반도체 산업의 일본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해 한국 반도체 시장은 큰 타격을 받겠지만 ‘소재 국산화’가 진행되면서 일본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향후 반도체 국제 분업 지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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