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조 ‘파괴자’인가? ‘피해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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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기업, 노조 ‘파괴자’인가? ‘피해자’인가?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7.2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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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영 회장 등 임원 3명 지난 17일 검찰서 배임·횡령 혐의로 구형
유성기업 측, 검찰 기소 일사부재리 원칙 위반 주장…“대법원서 기각된 사안”
노조의 끊임없는 고소·고발은 단체 교섭 등 조건 관철을 위한 압박용 수단
민주노총 선결조건, ‘다른 노조 해체·일부 직원 퇴사·폭행 등 징계 철회’
현대차 사옥 앞에 걸려 있는 유성기업 노조 현수막. 사진=문수호 기자
현대차 사옥 앞에 걸려 있는 유성기업 노조 현수막. 사진=문수호 기자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검찰이 지난 17일 유성기업 유시영 회장의 결심공판에서 배임·횡령 혐의로 3년 6개월을 구형한 가운데, 유성기업은 민주노총이 회사 측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을 관철하기 위해 유 회장 고소·고발 건을 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유성기업은 민주노총이 배임·횡령 혐의로 유 회장을 고소·고발한 건과 관련, 노조 측이 임금 및 단체협약을 유리하게 이끌어가기 위해 압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번 유 회장의 배임·횡령 혐의는 이미 지난 2017년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기각된 부당노동행위로 인한 노조법 위반 건과 같은 내용으로, 일사부재리의 원칙에 위반된다는 입장이다.

민주노총은 지난 2011년 유성기업이 창조컨설팅으로부터 노조 파괴 컨설팅을 받아 노조 해체에 나섰다면서 2016년 부당노동행위에 따른 노조법 위반으로 고소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당시 검찰로부터 무혐의 처분을 받았고, 노조는 고등법원에 재정신청을 했지만 기각당했다. 대법원 항고까지 했지만 2017년 이 역시 최종 기각됐는데, 노조는 죄명을 배임·횡령죄로 바꿔 다시 고소했다.

이에 검찰은 지난 2월 다시 기소하고 7월 17일에는 유시영 회장 3년 6개월, 이기봉 부사장 2년, 최성옥 전무 1년 8개월을 각각 구형했다. 현재 유시영 회장과 이기봉 아산공장장, 최성옥 영동공장장은 모두 사임한 상태다.

이와 관련 유성기업 측은 죄목은 다르지만 내용이 같은 사안을 두고 검찰이 다른 판단을 한 것에 대해 유시영 회장이 2017년에 노조 문제로 실형을 받은 사례가 있었기 때문으로 판단하고 있다.

유시영 회장은 지난 2017년 급여, 수당 누락 등 근로기준법 위반을 이유로 노동법 위반 관련 최초로 실형을 받은 바 있다.

그러나 유성기업 측은 배임은 신뢰 관계를 깨버린 배임행위가 있어야 하고, 회사에 손실을 입혀야 하는데 이러한 사실관계가 전혀 없어 배임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유성기업 관계자는 “임원들의 개인적 이익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노무컨설팅 부분은 노조 파괴가 아닌 노조 문제 해결을 위한 것이었다”며 “컨설팅 회사에 컨설팅 비용만 지불했을 뿐 특별한 이익을 주기 위한 행위가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유시영 회장과 이기봉 부사장의 횡령 혐의 역시 부인했다. 현재 노조에서 유성기업 법인까지 같이 고소·고발했는데, 회사가 회사의 고소·고발건 해결을 위해 변호 비용을 쓰는 것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모든 기업이 이러한 방법을 택하고 있어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 노조의 고소·고발, 결국은 ‘조건 관철’이 목적

유성기업 측은 민주노총의 이 같은 고소·고발에 대해 현재 진행 중인 교섭에서 노조 측 조건을 관철하기 위한 압박용으로 보고 있다. 유성기업과 민주노총은 지난 2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재개해왔다. 현재 유성기업은 노조와의 임단협이 2013년 이후 단절된 상태다.

문제는 민주노총이 교섭 전 선결 조건으로 무리한 요구를 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유성기업은 민주노총을 나온 이들이 만든 노조까지 총 2개의 노조가 있는데, 민주노총은 자신들과 뜻이 다른 노조를 어용노조라며 해체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이 노조를 설립한 이들의 퇴사와 함께 노조 파괴 당사자로 지목돼 민주노총에 의해 폭행을 당한 김주표 상무의 퇴사도 요구하고 있다. 또 민주노총의 폭행 건에 대한 회사 측의 고소·고발을 취하하고, 회사 내 징계도 모두 철회할 것을 선결 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회사 측이 제시한 2013년 이후 회사 내 임금 인상분을 노조원에게 소급적용 해주겠다는 조건을 무시하고, 재협상 후 인상된 금액으로 소급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 같은 민주노총의 선결 조건을 수용할 경우 유성기업은 위법 행위를 저지르게 된다.

유성기업 관계자는 “노조 측은 선결 조건을 모두 수용할 경우에만 교섭을 재개하겠다는 입장이다”면서 “이 조건들을 수용하면 부당노동행위로 법을 위반하게 된다. 기존 노조 해체와 직원 퇴사는 불가능한 일이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유성기업 측은 “현재 노조 측이 요구하는 선결 조건으로 인해 교섭이 교착 상태에 있다”라며 “복수 노조 사업장에서 기존 노조를 차별하는 행위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는 대법원 판례도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측이 노조에서 조건 관철을 주목적으로 유 회장을 고소·고발했다고 판단하고 있는 또 다른 이유는 종교계의 압박도 있다.

유성기업에 따르면 최근 기독교와 천주교, 조계종에서 차례로 찾아와 노조와의 합의를 종용하고 갔다. 합의 기간이 필요하면 유 회장의 선고 기간을 늘릴 수 있도록 최대한 힘을 써주겠다는 배려의 말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만에 하나 유시영 회장이 최종적으로 유죄판결을 받게 되면, 두 번째 징역으로 사실상 노조와의 타협 자체가 불가능해질 가능성이 크다. 이는 노조 측에서도 원치 않는 상황으로 선고 전에 합의가 이뤄지길 바랄 공산이 크다.

회사 측도 회장의 두 번째 징역은 피하고 싶지만, 또 다른 위법 행위를 하는 것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유성기업 측은 “노조와의 합의가 이뤄지면 원만한 타협이 이뤄졌다며 종교계에서 진정서를 내는 등 유 회장 구호활동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라며, “합의를 하고 싶어도 노조가 원하는 선결 조건이 위법 행위여서 진전이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회사 관계자는 “노조 측에서는 위법 사항에 대해 회사가 알아서 해결하라고 한다.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고용노동부와 충남도청에 중재를 권고했지만, 그들도 이러한 조건을 해결할 뾰족한 수가 없는 실정”이라고 현 상황을 설명했다.

한편 유시영 회장과 유성기업 전 임원들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9월 4일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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