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수성 주문’ 메릴린치, 제재금 1억7500만원 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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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수성 주문’ 메릴린치, 제재금 1억7500만원 부과
  • 정웅재 기자
  • 승인 2019.07.17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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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타델증권 80조 수탁·2200억 매매차익…불공정거래 추가 조사 필요해

[매일일보 정웅재 기자] 글로벌 투자은행(IB) 메릴린치증권(메릴린치)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초단타 매매’에 의한 대규모 허수성 주문을 처리하다 한국거래소(거래소)에 적발돼 1억7500만원의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 16일 회의를 통해 메릴린치에 이와 같은 회원 제재금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 또 메릴린치가 담당 임직원에 대해 자율조치하고 거래소에 통보하도록 했다.

거래소는 허수성 주문을 메릴린치에 위탁한 미국 시타델증권(시타델)에 대해서도 일부 거래 종목에서 시세조종 혐의 등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심리 결과를 지난달 18일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에 통보했다.

감리 결과 메릴린치는 2017년 10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시타델로부터 430개 종목에 대해 6천220회(900여만주 847억원어치)의 허수성 주문을 수탁해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래소 시장감시규정 제4조는 ‘거래성립 가능성이 희박한 호가를 대량 제출하거나, 직전가격 또는 최우선 가격 등으로 호가를 제출한 뒤 반복적으로 정정·취소해 시세 등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거나 미칠 우려가 있는 행위’(허수성 주문)를 금지하고 있다.

시타델증권은 메릴린치를 통해 미리 정해진 컴퓨터 알고리즘에 따라 순간적으로 주문을 내놓는 방식으로 대규모 허수성 주문을 쏟아낸 것으로 밝혀졌다.

메릴린치는 우선 고가로 허수성 매수 주문을 내 다른 투자자의 추격 매수세를 끌어들였다. 시세가 오르면 보유물량을 매도해 시세차익을 얻고 이미 제출한 허수성 호가를 취소하는 방식을 반복했다.

또 주문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직접시장접근(Direct Market Access) 방식을 사용했다. DMA 방식은 투자자가 거래소 회원사의 주문 대행을 거치지 않고 직접 주문을 거래소에 전송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적발된 허수성 주문을 포함해 메릴린치가 해당 기간 시타델에서 수탁한 거래 규모는 약 80조원에 이른다.  이를 통해 시타델은 약 2200억원의 매매차익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번 제재는 행정제재나 형사처벌이 아니라 거래소 규정에 의한 회원 증권사에 대한 제재다. 따라서 시타델 증권의 불공정거래 혐의는 금융당국의 추가 조사가 필요한 상태다.

메릴린치는 시타델이 계좌를 개설하고 한 달 뒤인 2017년 10월부터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시타델의 허수성 주문을 인지했다. 또 허수성 주문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사실도 파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2017년 11월 시타델 계좌를 허수성 주문에 따른 감리 대상 예상계좌로 선정하고 메릴린치에 통보했다. 하지만 메릴린치는 허수성 주문을 막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 없이 방치해 회원사로서 주의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거래소는 이후 메릴린치를 통해 시타델의 거래를 감시해 감리에 필요한 6개월간 분량의 거래 데이터가 확보하고 작년 6월 감리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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