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고(故) 정두언 전 의원의 유서가 공개되지 않고 있는 가운데 평소 정 전 의원과 친분이 있던 자유한국당 김용태 의원이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 담겨있었다고 전했다. 이로 미루어 볼 때 유서의 내용이 8년 전 본인이 직접 작성한 가상 유언장의 내용과 비슷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 전 의원은 2011년 종합문예지 ‘한국문인’에 자녀들에게 남기는 가상 유언장을 기고했다. 이 가상 유언장에서 정 전 의원은 “너희는 참 마음이 비단결같이 고운 사람들이다. 아빠도 원래는 그랬는데 정치라는 거칠디거친 직업 때문에 많이 상하고 나빠졌지”라며 “너희도 가급적 정치는 안 했으면 좋겠다. 한번 발을 담그면 빠져나오기가 참 힘들지. 늘 권력의 정상을 향해서 가야 하니까”라고 말했다. 정 전 의원은 대학생 시절 보컬그룹의 멤버이자 4집 앨범(희망)을 낸 ‘락커’이기도 하다. 감수성이 풍부했던 정 전 의원이 정치인으로서 고달픈 삶을 살았을 것이라고 예상되는 대목이다.
정 전 의원은 정치적 후회도 남겼다. 그는 “난 너무 완벽한 인생, 후회 없는 인생을 추구해 왔다”며 “애초부터 되지도 않을 일인 걸 알았지만 결코 포기가 안 되더구나. 그 덕분에 내 인생은 너무 고달팠던 것 같다”고 했다. 대쪽 같은 성격의 정 전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전 국회 부의장의 권력 남용을 비판하다 권력에서 멀어졌다. 이에 대한 회한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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