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증권사 전산도 금융적 사고로 바라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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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증권사 전산도 금융적 사고로 바라봐야
  • 홍석경 기자
  • 승인 2019.07.1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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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우리 증권사들이 디지털 전환에 따른 내부혁신에 속도를 내고 있다. KB증권은 2017년 말부터 ‘프로그래밍을 이용한 업무 자동화(Robotic Process Automation·RPA)’ 시스템을 100여개 업무에 도입해 연간 업무시간 기준으로 약 2만 시간을 절감했다.

RPA는 과거 인간이 반복적으로 처리해온 단순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를 통해 자동화하는 솔루션이다. 하반기에는 RPA에 인공지능(AI) 기술도 접목할 예정이다. 증권업계 디지털 전환 성과는 일반 소비자의 눈앞에도 가시화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다음달부터 텐센트와 손잡고 위챗페이의 국내 간편결제 서비스를 제공한다. 우리나라를 방문한 중국인이 위챗페이의 QR코드를 활용해 결제를 하면 미래에셋대우가 텐센트로부터 자금을 받아 환전한 후 국내 가맹점에 지급하는 구조다.

미래에셋대우는 앞으로 해외 간편결제 업체와 제휴해 글로벌 간편결제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국내 고객들을 위해 체크카드와 CMA를 통한 결제 서비스도 준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재 국내 108개 금융회사 중 은행, 카드사, 대형 보험·증권사 71개(65.7%)가 디지털 전환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배경에는 역시 스마트 폰을 이용한 모바일 금융거래가 확산하면서 전통 금융채널 역할이 점차 위협 받고 있어서다.

증권사의 금융서비스가 스마트 폰 등으로 넘어 오면서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지점을 찾지 않아도 주요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증권사의 디지털 혁신 사례를 살펴보면 안정성에 대한 보완 의지를 찾기 힘든 게 아직까지 현실이다.

대표적으로 올해 1분기 중 KB증권의 전산 관련 민원은 174건이나 된다. 올해 2월 베트남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오찬과 서명식이 취소되면서 관련 종목을 매도하려는 투자자들이 일시에 몰린 탓이다. 당시 전산장애로 매도를 제 때 못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한 투자자 72명은 현재 위자료와 개별 손해액을 배상하라며 KB증권을 대상으로 민사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증권사의 전산장애는 매년 반복되는 단골 소재다. HTS·MTS 도입과 운용은 십 수 년이나 됐다. 이런데도 전산장애가 발생한다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닌 의지의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예상치 못한 이벤트 발생 시 투자자가 급격히 몰릴 수 있다는 것을 증권사가 모를 리도 없다.

답은 간단하다. 꼭 수 조원의 자기자본을 부동산·주식 등에 투자하는것만 투자인가. 접속서버도 늘리고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는 등 전산에 투자하는 것도 가치 투자 중 하나다. 이렇게 안하는 이유도 간단하다. 증권사 사장의 평균임기는 2~3년 이내인데, 수 백 억원을 쏟아 가며 임기 내에 회사에 부담이 주긴 싫을 것이다.

전산장애가 발생했을 때 우리 증권사가 가장 많이 하는 해명은 ‘일시적 장애’와 ‘빠른 복구’다. 사후 조치가 적절하게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디지털과 안정성은 양립할 수 없다. 편의성이 개선되면 안정성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디지털이 증권사의 시대적 사명으로 자리 잡은 현재의 전산장애는 IT 같은 기계적 방식이 아닌 금융적 사고로 바라봐야 한다. 모바일을 통한 금융 서비스 수요가 늘고, 간소화 되는 가운데, 전산장애는 결코 작은 실수가 아니다.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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