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일본화 절실] 日 수출규제 확대…최악 경우 현대자동차 ‘치명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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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일본화 절실] 日 수출규제 확대…최악 경우 현대자동차 ‘치명타’
  • 문수호 기자
  • 승인 2019.07.11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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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엔진용 무계목강관, 수출 규제 시 현대차 엔진 생산 끊겨
독일 등 대체 가능해도 단기간 불가능, 국내 기업 기술력도 부족
현대차 CVV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엔진과 CVVD 시스템. 사진=현대차 제공
현대차 CVVD 기술이 적용된 스마트스트림 G1.6 T-GDi엔진과 CVVD 시스템. 사진=현대차 제공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최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품목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내린데 이어 화이트 국가 삭제와 추가적인 품목의 수출규제 강화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 정부가 한국 수출 규제로 거론하고 있는 품목은 대부분 국내 기업이 핵심소재로 사용하는 소재·부품 분야다. 현재 반도체 등 일부 부문은 이미 재고분 부족으로 인해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확대될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도 치명적 타격을 입을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양은 적지만 엔진 등에 사용하는 일부 핵심 소재는 대부분 일본에서 구입하고 있어, 당장 대체하기 어려운 것으로 파악됐다.

대표적인 소재는 강관 제품이다. 현대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강관 제품은 대부분 일본에서 공급받는다. 현대차는 구 현대하이스코 시절부터 친분관계를 유지한 스미토모강관에서 자동차 엔진용 강관을 대부분 공급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자동차 엔진에는 무계목강관(Seamless Pipe)이 사용된다. 무계목강관은 이음매가 없는 관으로 용접을 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강관은 철판을 말아 용접해서 사용하는데 무계목강관은 용접을 하지 않기 때문에 고품질이 요구되는 부문에 주로 사용된다.

국내 무계목강관 기술은 일본에 다소 비해 떨어져 고온, 고열을 견뎌야 하는 자동차 엔진 특성상 일본의 고품질 제품이 사용된다.

국내에서는 세아창원특수강이 스테인리스 무계목강관 설비를 갖추고, 일진제강과 세창스틸 등이 무계목강관을 생산하고 있다. 그러나 엔진에 들어가는 강관은 고강도 물성과 내열성, 내식성을 고루 갖춰야 하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이 자동차용으로 공급하는 사례는 많지 않다.       

현대제철 관계자에 따르면 일본에서 무계목강관 수입이 제한될 경우 독일에서 대체가 가능하다. 그러나 선적에서 도착까지 3개월 가까이 소요돼 1~2주면 들어오는 일본 수입과는 큰 차이가 난다.

적기공급생산(JIT) 방식을 택한 현대자동차 입장에서 납기에 문제가 생길 소지가 있는 부분이다. 또 일반적으로 강종 테스트에 1~2년 정도가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바로 대체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지난해 일본에서 수입된 무계목강관은 12만7222t으로 전체 수입 비중 22.7%를 차지했다. 이중 특수강 무계목강관은 9만8629t이 수입됐다. 수입량은 많지 않지만 핵심소재로 사용되는 만큼, 수입 규제가 이뤄질 경우 자동차 생산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완성차 업계는 부품 하나만 공급에 차질을 빚어도 전체 생산라인이 멈출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엔진 핵심소재로 사용되는 일본 소재 강관 부품의 수입 규제시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다.

다만 철강업계에서는 스미토모강관이 실제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을 낮게 점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과거 포스코가 자동차강판을 중단하자 현대제철이라는 일관제철소를 도입해 수직계열화에 나선 기업이다.

철강 전 제품을 생산하는 현대제철은 특수강 등 규모가 크지 않은 일부 제품의 경우,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하고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만약 일본 규제로 인해 공급이 끊기면 설비도입을 통해 수직계열화에 나서고도 남을 기업”이라며 “일본이 자신들의 이익이 더 큰 철강제품 수출을 규제할 가능성은 크지 않지만, 정치적 이해가 얽히면 결과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세아제강 등 국내 기업도 ‘캠샤프트’ 등의 용도로 사용되는 극후육 고강도강관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다만 민감한 제품인 만큼 쉽사리 소재 전환에 나서는 일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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