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춘추전국시대' 커피믹스시장… 패권은 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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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춘추전국시대' 커피믹스시장… 패권은 누가?
  • 김창성 기자
  • 승인 2012.11.08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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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김창성 기자] 서울우유가 최근 커피믹스 시장 공략에 나섰다. 1970년대부터 국내 커피믹스 시장을 독점해온 동서식품의 영향력이 여전하지만, 커피 시장의 규모 확장에 따른 후발 주자들의 진출이 속속 이뤄지면서 시장의 열기는 그 어느 때보다 달아오르고 있다. 이미 서울우유에 앞서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 남양유업과 매일유업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발암 물질 검출 논란과 삼다수 판매 독점권을 잃은 농심도 성장동력원을 커피믹스 시장에서 찾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바야흐로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는 커피믹스 시장에서 과연 누가 패권을 차지할지 시장의 관심이 뜨겁다.

▲ 김웅 남양유업 대표이사(왼쪽)와 이창환 동서식품 대표이사.
동서식품, 부동의 1위 유지 속 원두시장 개척
서울유유, 분유 첨가한 커피믹스 출시로 시장 공략
남양유업, 커피믹스 세계화 노린 역수출 성장세
농심, 커피믹스 시장 진입 위한 계획 수립 나서

맥심커피, 동서벌꿀 등 내놓은 제품군마다 시장점유율 1위를 놓치지 않은 동서식품이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한 화두는 바로 원두다.

부동의 1위, 원두시장 개척으로 새활로 모색나선 동서식품

동서식품은 2000년대 중후반으로 접어들수록 기존 커피믹스에서 원두를 직접 갈아 커피를 내려먹는 커피전문점이 소비자들의 취향에 정착한 것을 간파했다. 봉지를 바로 뜯어 뜨거운 물만 부으면 되는 편리성을 갖춘 커피믹스였지만 맛과 품질, 그리고 은은한 커피 본연의 향을 접하기 시작한 소비자들의 입맛이 자연스럽게 커피전문점에서 판매하는 커피로 옮겨가는 현상을 목격한 동서식품은 발상 전환에 나섰다.

언제 어디서나 커피전문점 수준의 품질을 갖춘 원두커피를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시장 공략에 나선 것. 그렇게 다년간의 연구와 실패를 거듭한 끝에 동서식품은 신개념 인스턴트 커피 ‘카누’를 출시했다.

카누는 소비자들이 원하는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은 그대로 재현해 내고 가격은 합리적으로 맞춰 출시 이후 서서히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다. 동서식품의 선공은 빛을 발했고 자연스레 타 업체의 비슷한 원두커피 제품이 줄을 이어 출시 됐다. 원두커피 시장의 잠재성을 내다본 업계 1위다운 전략이었다.

서울우유, "고급 커피에 부드러운 분유 더한 품격 있는 커피 선뵐 것"

서울우유도 포화상태인 유제품 시장을 벗어나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늦어도 이달 초 커피믹스 ‘골든카페 모카골드’를 출시한다는 것. 서울우유 측에 따르면 이 제품은 국내 최대 우유업체로서의 장점을 십분 살려 국산 분유와 아라비카 원두를 첨가해 만든 커피믹스 제품이라고 밝혔다.

서울우유가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려는 이유는 주력 산업인 유제품 시장이 정체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매년 1조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고는 있지만 주력제품인 우유만으로는 기업 성장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 특히 빈번하게 발생되는 구제역 등으로 서울우유는 물론 회원 축산농까지 타격을 입는 상황에서 안정성 있는 사업 활로 모색은 어쩌면 당연했다.

이 제품은 서울우유가 자체 생산한 프리미엄 국산 분유를 사용한 게 특징이다. 커피믹스와 같이 분유를 필요로 하는 제품 라인의 확장을 통해 분유의 소비량을 늘리는 한편, 고객들의 다양한 기호를 충족시키겠다는 게 서울우유의 목표다.

사실 서울우유는 지난 1974년부터 우유에 커피를 섞은 커피 포리 제품을 선보여 골수 팬을 확보한 경험도 갖추고 있다. 또한 지난 2008년부터는 일본 도투루사와 합작으로 병 커피 제품을 출시한 경험을 가졌다는 점도 서울우유가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하는 결정을 내릴 수 있었던 주요 이유 가운데 하나로 분석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서울우유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존 진입군의 태세가 워낙 견고하다는 것이 그 이유다. 특히 대상, 롯데칠성 등 국내 주요 식품 기업도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했다 참패를 맛봤고 세계 최대 커피브랜드 업체인 네슬레 또한 국내시장 점유율이 10% 미만에 그칠 정도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1위 동서식품의 시장점유율이 70% 이상으로 압도적이고 2위인 남양유업도 20%대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어 사실상 난공불락” 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 "커피 가공품의 해외 역수출은 상당한 의미 있는 것"

동서식품의 독주 속에 커피믹스 후발주자들이 저마다의 경쟁력을 내세워 시장 진입에 나선 가운데 네슬레를 밀어내고 업계 2위로 올라선 남양유업 또한 새로운 발상으로 커피믹스 시장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남양유업은 커피의 역수출을 택했다. 사실상 한국에만 있는 커피믹스 문화를 세계로 전파해 새로운 돌파구를 찾겠다는 복안이다.

현재 남양유업은 중국·미국·호주·카자흐스탄 등에 직접 영업사원을 파견해 대규모 커피 시음행사를 벌이는 한편 직접 판매상도 접촉하는 등 커피의 역수출을 위한 활발한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수출액은 500만달러 수준으로 기대에 못 미치는 편이지만 내년 10월로 예정된 전남 나주 커피전용공장이 완공되면 수출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0년 12월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한지 6개월만에 '프렌치카페 카페믹스'를 중국에 처음 수출했고, 이후 미국과 호주에도 한인사회를 주 타깃으로 삼아 수출을 시작했다. 아울러 일본, 동남아, 중동, 동유럽 등으로 수출지역을 확대하기 위해 시장조사를 진행 중이다. 지난달 24일에는 일본의 유업체인북해도유업과 '프렌치카페' 컵커피 수출 계약이 성사된 데 이어 커피믹스 수출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국내 커피산업이 원두를 100% 수입하고 로열티까지 지불하는 대표적인 외화유출 분야라는 점을 고려할 때 커피 가공품의 해외 역수출은 나름대로 상당한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긍정적 평가를 내고 있다.

농심, 유통 경쟁력 앞세워 동서식품 아성 도전 포부

농심도 커피믹스 시장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라면 스낵 업계의 황제로 군림하고 있는 농심이 커피믹스 시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시장 규모다. 국내 커피믹스 시장은 1조원대가 넘는 매력적인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왠만한 업계에서 군침을 흘리는 이유가 여기 있다.

업계에 따르면 농심은 최근 시장 조사 등 커피믹스 시장 진출을 위한 준비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농심이 내세우는 경쟁력은 경험이다. 지난 2003년부터 6년간 한국네슬레와 업무제휴를 맺고 네스카페, 테이스터스초이스 등 커피믹스 제품을 유통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현재는 물 건너갔지만 제주 삼다수 또한 농심이 유통을 맡아 국내 생수시장을 장악한 바 있다.

하지만 유통경쟁력 만큼이나 취약한 점은 생산 경험이다. 농심은 라면, 스낵 등의 생산 경험은 탁월 하지만 전혀 동떨어진 커피믹스 제품의 생산 경험은 전무 하다. 후발주자로써 지닌 경쟁력 가운데 가장 취약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맛과 품질로 평가 받는 추세에 이른 현 커피믹스 시장에서 유통 경쟁력 하나로 뛰어들기에는 농심의 도전은 무모하다는 것이 업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현재 커피믹스 시장에 대해 조사를 진행하는 단계”라며 “아직 시장 진출과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진 바 없다”고 조심스런 입장을 내비쳤다.

다양한 제품, 소비자는 좋지만 과열 경쟁은 화 자초

매년 국내 커피 소비량은 대폭 증가 추세다. 이제는 기호식품을 넘어 생활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 한 조사기관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하루 커피소비량은 에스프레소 기준으로 약 3700만잔에 달했다. 국내 경제활동인구가 하루에 커피 1잔 반 이상을 소비한 셈.

아울러 현재 국내 커피시장은 커피믹스가 81.3%, 커피음료가 11.9%, 원두커피가 8.8%를 차지하고 있다. 우후죽순처럼 불어난 커피전문점의 열기로 커피믹스 시장은 잠시 정체를 빚고 있지만 시장 가치는 여전하다.

업계에 따르면 원두커피가 최근 5년간 141%나 성장하는 동안 커피믹스는 고작 6% 성장에 그쳤다. 그런데도 커피믹스 시장에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성장 속도는 느리더라도 총 규모가 크기 때문. 총 3조원에 이르는 국내 커피 시장에서 커피믹스 시장 규모만 1조원이 넘는다. 5% 점유율만 확보해도 매출액이 500억원에 이르게 되는 것. 이런 매력적인 시장으로의 침투는 기업으로서는 어쩌면 당연하다.

한 음료업체 관계자는 "연간 1%만 성장해도 100억원의 시장이 새로 창출된다"면서 "맥심 모카골드에 소비자의 입맛이 길들여졌지만 신제품 출시를 통해 소비자의 다양한 선택권을 보장하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시장이 과열 될수록 그 여파도 상당하다. 업체 간 알게 모르게 경쟁 업체 음해에 나서 타 제품의 품질을 깎아내리며 소비자의 눈을 현혹시키고 있다.

남양유업은 지난 6월, 정통원두 커피믹스 ‘루카’를 출시했다. 하지만 루카는 출시되자마자 이미 시장을 선점하고 있던 동서식품의 카누를 모방했다는 의혹에 직면했다. 실제로 루카라는 제품명은 카누와 앞뒤 글자만 바꾼 듯한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했고, 블랙을 바탕으로 한 제품 외부 디자인 또한 카누와 흡사했다.

루카에 대한 업계의 반응도 냉담했는데, 이는 남양유업이 ‘카제인나트륨 논란’으로 이미 동종업계 회사들과 한바탕 소동을 치른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논란은 지난 2010년 말 남양유업이 ‘프렌치카페 카페믹스’ 제품을 출시하면서 프림에 들어가는 화학적 합성품인 카제인나트륨 대신 천연재료인 좋은 무지방 우유를 사용했다고 대대적으로 광고한데서 비롯됐다.

당시 이 광고는 카제인나트륨을 뺀 자사의 제품은 몸에 좋고, 카제인나트륨을 넣은 타사의 제품은 몸에 안 좋다는 인상을 소비자에게 심어 업계의 지탄을 받았다. 이에 커피시장 점유률 1위 동서식품은 남양유업에 “교묘한 비방광고를 하지말라”면서 반발했고, 두 업체는 최근까지 카제인나트륨의 유해성을 놓고 설전을 벌였다.

하지만 최근 커피 시장의 동향을 봤을 때 소비자들은 맛을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짙어졌다. 그저 비슷한 제품군의 연속일 경우는 가차 없이 외면 받는다. 기업 대 기업의 대결이 아닌 제품의 맛과 품질로 평가 받고 건전한 시장경쟁이 이뤄져야 함을 주지시키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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