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 통제의 그림자] 분양보증기관 HUG, 분양가 책정에 과도한 개입 ‘분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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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 통제의 그림자] 분양보증기관 HUG, 분양가 책정에 과도한 개입 ‘분통’
  • 전기룡 기자
  • 승인 2019.07.07 13: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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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된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 책정 비교 대상
지역 상황 고려않고 기준만 내세워 인하 압박
업계 “분양보증기관 늘려 경쟁체제 도입해야”
서울 안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전기룡 기자
서울 안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전경. 사진=전기룡 기자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지역마다 상황이 다른데 주택도시보증공사(HUG)는 몇 가지 기준을 정해놓고, 그 기준에 맞게 분양가를 낮추라고 요구한다. 분양보증을 무기로 분양가 책정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분양보증 업무를 중단한다. 적자를 보면서 아파트를 지울 수는 없지 않나?”

분양보증 업무를 독점하고 있는 HUG의 과도한 분양가 규제가 지속되면서 건설업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분양보증은 분양사업자(건설사 등)가 파산 등의 사유로 분양계약을 이행할 수 없게 되는 경우 보증기관이 주택분양의 이행 또는 납부한 계약금과 중도금의 환급을 책임지는 제도다. 현재 20가구 이상의 주택을 선분양할 때는 HUG의 분양보증이 있어야 입주자모집공고를 내고 분양할 수 있다. 이로 인해 정부와 HUG는 분양보증을 내세워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다.

HUG는 “보증기관이기 때문에 분양가 통제를 하지 않고 심사기준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업계에서는 “HUG가 노골적으로 분양가를 정한 후, 이대로 하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고 주장한다.

실제 최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아2차아파트 재건축조합은 HUG가 요구한 분양가가 너무 낮아 ‘준공후 분양’을 결정했다. HUG가 조합에 요구한 분양가 3.3㎡당 4569만원이다. HUG는 지난 6일 강화된 내세워 올해 4월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 일원대우 재건축 단지인 '디에이치 포레센트'의 일반분양가 수준에 맞춘 것이다. 하지만 이 금액은 삼성동 일대 시세(3.3㎡당 6500만원)보다 3.3㎡당 2000만원가량 낮다.

13년 만에 서울 도심 세운재정비촉진지구에 공급될 예정이었던 ‘힐스테이트 세운’도 비합리적인 분양보증 규제로 분양이 연기됐다. 업계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3.3㎡당 약 3200만원을 제시한 반면, HUG는 2700만원대를 요구했다. 이 같은 차이는 분양가격의 비교대상이 될 반경 1㎞ 이내 최근 분양하거나 입주한 새 아파트가 없기 때문이다. HUG는 분양가를 산정하기 위해 2009년 입주한 충무로4가 ‘남산센트럴자이’를 비교 대상으로 삼았다. 이 단지의 시세는 현재 3.3㎡당 약 2200만원이다. 하지만 사업시행자는 10년이 지난 아파트와 새 아파트를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으며, HUG의 요구대로 분양가를 정하면 적자가 불가피해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 6일 HUG가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을 새로 마련해 적용하면서 이 같은 분양가 갈등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HUG는 고분양가 사업장으로 판단하는 기준을 기존 ‘지역기준’과 ‘인근기준’에서 ‘1년 이내 분양기준’과 ‘1년 초과 분양기준’, ‘준공기준’ 등 3가지로 변경했다.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제공
고분양가 사업장 심사기준. 사진=주택도시보증공사 제공

업계에서는 갑작스러운 기준 변경으로 신규 분양이 급감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강화된 기준에 따라 분양가가 정해지면 재건축 조합원이나 건설사의 수익이 악화된다”면서 “이 때문에 후분양으로 선회하거나 사업을 포기하는 사업장이 늘면 공급부족이 심화된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HUG의 분양보증 없이 시공자 연대보증만으로도 가능한 후분양제를 확정했거나 검토하는 재건축 단지는 상아2차, 경남·신반포3차, 반포주공1단지, 신반포4지구, 반포우성, 과천주공1단지 등이 있다.

건설업계에서는 주택분양보증기관을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위원회와 국토교통부는 2017년 7월 분양독점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오는 2020년까지 주택분양보증 업무 수행기관으로 보증보험 회사를 추가 지정하기로 합의했지만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HUG가 분양보증을 중단하거나 업무를 지연시킬 경우 사업 진행이 불가능하므로 경쟁체제가 도입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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