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가 통합의 정치를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기독교계를 향해 통합의 민주주의를 위한 역할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이 서로 통합된 민주주의”를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로 꼽았다.
문 대통령은 3일 청와대에서 열린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 초청 오찬에서 “과거처럼 독재와 반독재, 민주와 비민주가 아니라 함께 새로운 시대를 향해서 손잡고 나가는 통합된 지혜, 통합의 민주주의가 필요한데 아시다시피 그것이 잘 되는 것 같지 않다”며 “정치가 해야 되는 일입니다만 정치가 스스로 통합의 정치를 못 하고 있으니 기독교계에서 정치를 위해 더 해주신다면 정말 고맙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초기는 권력을 독점·과점하는 것에서 모든 국민이 다 주권을 가지는 이런 사회로 가는 것이지만, 그보다 더 높은 수준의 민주주의는 국민 간에 서로 통합된 그런 민주주의”라고도 했다.
최근 문 대통령이 정치권을 향해 쓴소리를 낸데 이어 이날도 ‘통합의 정치’를 주문한 것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알려진 것 또한 무관치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이승희 목사는 답사에서 “교회는 교회의 일을 하고 정부는 정부의 일을 한다는 원칙이 있다. 우리 교회는 물리적 힘에 의한 통일이 아닌, 하나님의 복음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며 “정부와 교회가 협력해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고 더 좋은 대한민국을 위해 함께 힘쓰기 바란다”고 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이 언급했듯 교회가 나눠진 국민 마음을 하나로 묶고 통합하는 일에 정부와 국민 사이의 소통 창구가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정세에 있어 기독교의 ‘평화의 역할’도 당부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를 만들어 내고 남북간 동질성을 회복해 다시 하나가 되는 과정에 기독교계가 앞장서달라”라며 “기독교에서는 이미 북한에 대한 인도적인 지원이라든지, 북한과의 종교 교류 등의 활동을 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불과 2017년까지 그때 북한의 핵실험이라든지, 중장거리 미사일 실험 등 때문에 한반도에 조성된 높은 군사적 긴장, 전쟁의 위협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지 않나”라며 “그 후 1년 6개월 이상 지속되는 평화와 비교해보더라도 우리가 가야할 길이 어딘지는 자명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편 ‘대통령 하야’ 발언으로 논란을 빚은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전광훈 목사는 ‘주요 교단장’이라는 기준에 맞지 않아 이날 참석자 명단에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