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이어 관세·송금·비자 보복 검토...미중처럼 한일도 전면적 무역전쟁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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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이어 관세·송금·비자 보복 검토...미중처럼 한일도 전면적 무역전쟁 조짐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9.07.02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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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론 폭로 "한국 겨냥 시나리오 5월 확정...반도체 조치로 시작해 진행 수순"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일본의 한국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 결정에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일본의 한국 반도체 수출 금지 조치 결정에 지난 1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열린 수출상황 점검회의에서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일본 정부가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 규제 조치에 이어 관세인상·송금규제·비자발급 제한 등 한국과의 무역전쟁 시나리오를 진행 중이라고 일본 언론들이 일제히 전했다. 일본 정부의 시나리오는 이미 지난 5월 소수 정부 실세들에 의해 확정돼 G20 정상회의가 끝나는 순간 실행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G20 정상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철저히 따돌린 것도 시나리오의 일환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2일 마이니치와 요미우리 등 일본 주요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아베 내각은 지난 3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손해배상 판결과 관련해 다양한 대항 조치를 검토해왔으며 지난 5월 어떤 품목을 규제 대상으로 할지 극히 일부 정부 관계자들이 확정했다는 것.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의 수출 규제 방침도 이때 정해졌다고 한다. 일본 언론 보도에는 결정을 내린 극소수 인사의 실명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사령탑이자 한국에 대한 강경론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가 핵심인사 중 한 명으로 추정된다. 아소 부총리는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일본에서 처음으로 구체적인 보복조치를 거론한 인사다. 당시 그는 보복조치로 관세 인상과 송금 정지, 한국인에 대한 비자발급 정지 등을 주장했다. 

아소 부총리의 주장은 당시에는 "현실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아베 내각의 물밑 논의과정에서 채택된 것으로 보인다. 마이니치는 아베 내각이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의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한국 수출 절차를 강화한 데 이어 반도체·디스플레이 분야 소재 수출 규제 품목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며, 특히 관세 인상과 송금 규제 등 다른 조치 발동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강조해 한국을 흔들려는 의도가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는 한국인에 대한 비자 발급 강화 등도 포함된다. 아소 부총리가 주장했던 보복조치들이 후속으로 대기중인 것이다.

이날 공개된 아베 총리 언론 인터뷰와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의 발언 내용들은 이 같은 시나리오 보도와 맥을 같이 한다. 아베 총리는 요미우리 인터뷰에서 일본의 보복조치가 자유무역과는 무관하다며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에도 전혀 위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시나리오를 검토하면서 우리 정부가 WTO에 제소할 것을 예상하고 규정 위반 여부를 살펴봤다는 이야기다. 

스가 관방장관도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수출규제를 자유무역 체제의 역행이라든가 WTO 규칙을 어겼다는 지적은 맞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의 이유로서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과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대응 등 '안전보장'을 위해 수출 규제 조치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관련 수출관리를 적절히 실시한다는 관점에서 운용방식을 바꾸게 됐다"는 주장으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대중 무역전쟁을 벌이는 명분을 그대로 한국에 적용한 것이다. 아베 내각이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논리까지 이미 마련했다는 방증이다.

이처럼 아베 내각이 치밀한 준비하에 무역전쟁에 돌입했지만 청와대와 정부는 전날 WTO 제소 방침을 밝힌 이후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런 동안 국내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보인 반응을 따라가는 분위기다. 이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일본의 반도체 핵심소재 수출규제에 맞서 일본 자동차 불매, 일본관광 중단 등을 해야 한다는 불매운동 주장이 올라왔다. 여당에서는 조정식 정책위의장이 공식회의석상에서 "자동차 등 일본 상품과 연간 750만명에 달하는 우리국민들의 일본 관광, 1년 앞으로 다가온 도쿄올림픽의 성공적 개최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임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불매운동과 도쿄올림픽을 겨냥한 관광 보이콧을 선동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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