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기업 임원은 파리목숨 '서글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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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기업 임원은 파리목숨 '서글퍼...'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2.11.05 0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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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침체 속 대기업 인사체제 변화 움직임, 정기+수시 병행

[매일일보 황동진 기자] 연말연시가 다가오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분주하다. 한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2013년을 준비하느라 여념이 없다. 특히 글로벌 경기 침체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돌파구를 찾기 위한 기업들의 행보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 일환으로 기업들의 인사 체제 변화가 가장 먼저 눈에 띤다. ‘럭비공 인사’로 유명한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의 수시 인사 방법을 따라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것. 재계에서는 경기 불황에 따른 긴급대응과 사회적으로 기업들에 대한 높아진 도덕성 요구에 임직원들의 긴장감을 부여하여 활력을 불어 넣겠다는 기업 총수들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대선을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언제 잘릴 지도 모른다는 내부불안감을 야기 시켜 업무 의욕을 떨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 지난해 3월10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경련 회장단 초청 국무총리 만찬에서 류진 풍산 회장(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 최용건 삼환기업 회장, 이웅렬 코오롱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 강덕수 STX그룹 회장, 박영주 이건산업 회장, 김윤 삼양사 회장,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용현 두산 회장, 정몽구 현대기아차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김황식 국무총리, 이건희 삼성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준양 포스코 회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대차 정몽구식 ‘럭비공 인사’ 확산...삼성 등 국내 대기업 인사체계 ‘수시 병행’
글로벌 환경 변화에 긴밀 대응, 높아진 도덕성에 대한 임직원 긴장감 부여 일환
잦은 인사는 도리어 충성도 떨어뜨려...일각 ‘임원=파리목숨’ 내부불안감 야기 지적

최근 대우조선해양(사장 고재호)이 연말 정기 인사를 앞당겨 인사를 단행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업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대기업, 정기 연말인사 앞당긴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올해 연말 정기인사를 11월 중순께 진행할 예정이다. 매해 12월말 정기인사를 단행했던 관행에 비춰보면 한 달 이상 시기를 앞당긴 셈이다.

보통 대기업들이 12월에서 이듬해 초 사이에 정기인사를 단행하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빠른 수준. 업계에서는 올해 초 취임한 고재호 사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한다.

침체된 조선업황 속에 체제 안정을 위해 고 사장이 일찌감치 인사를 단행해 조직 정비 강화에 나설 것이라는 것. 때문에 대우조선 안팎에서는 앞당겨지는 이번 정기인사 규모와 방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고 사장이 자신의 체제 하에 새롭게 회사를 정비해 이끌어야 나가야 하는 만큼 대대적인 인적 쇄신을 단행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그룹(회장 박문덕)도 최근 이남수 영업총괄사장을 경질해 눈길을 끌었다. 연말 정기 인사를 코앞에 두고 단행 것이라 업계에서는 말들이 많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이 사장의 경질을 두고 하이트그룹의 쇄신을 위한 구조조정 신호탄이 아니냐는 시각이며, 실적에 따른 인사를 언제든지 단행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 위한 박문덕 회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한다.

실제 이남수 사장은 지난 5월 사장단 순환인사에서 영업총괄로 오른 지 불과 5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났는데, 이 사장이 취임한 후 하이트진로는 회사 안팎으로 크고 작은 악재를 만나 시름을 앓아 왔다.

하이트진로는 지난해 8월, 15년 동안 지켜온 맥주점유율 1위 자리를 경쟁사인 오비맥주에 내주더니 소주 시장 역시 신통치 않다. 게다가 지난해 9월 진로와 하이트맥주가 합병했지만, 영업 통합에 따른 큰 시너지효과를 누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 들어서는 허위 세금계산서를 통해 매출을 부풀리다 적발 됐는가하면, 경쟁업체인 롯데주류의 소주를 음해했다는 구설에 휩싸여 압수수색을 당하기도 했다.

대기업 인사체계, 정기+수시 병행 심화

이처럼 연말 정기 인사와 별개로 수시 인사를 단행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럭비공 인사’로 유명한 현대차를 비롯해 삼성, 미래에셋, 오리온 등 국내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인사 체계를 정기에서 수시로 전환하거나 병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회사 내부적으로는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조직정비를 강화하고 해이해진 임직원의 기강을 바로 잡기 위한 것으로 풀이한다.

아울러 외부적으로는 대통령 선거 이전에 인사를 단행함으로써 그 영향을 받지 않겠다는 의중이 내포된 것으로 풀이한다.

현대차는 연말 정기 인사를 앞두고 최근 잇따라 임원급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달 29일 현대케피코 및 현대오트론 권문식(58) 사장을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연구개발본부 파워트레인 담당 김해진(55)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켰으며, 현대케피코 사장에는 현대모비스 박상규 전장사업본부장(부사장)을 승진시켜 인사 이동 시켰다.

앞서 지난 9월에는 상용차 수출 사업을 총괄하던 민왕식 전무를 대신해 해비치호텔앤리조트 정영훈 부사장의 전보 인사를 단행했으며, 기아차 미국 조지아공장장도 김근식 전무에서 신형종 전무로 교체했다.

현대차는 이와 관련해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글로벌 경제 위기 상황 극복을 위해 기술부문의 핵심 역량을 강화하고 해외 판매를 확대하기 위한 조치”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현대차의 그간 인사 관행에 비춰볼 때 조기 인사를 통해 조직에 긴장감을 형성하려는 숨은 의도도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삼성은 올해 정기 인사를 작년과 마찬가지로 12월 초에 단행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임원급 인사에 대해서는 수시로 병행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

지난해 비리에 연루되거나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삼성테크원, 삼성SDS, 삼성에스원 등 삼성그룹의 주력계열사들의 경우 연말 정기 인사에서 대규모 경질성 인사를 단행했고, 앞서 이미 사장과 임원들은 줄줄이 옷을 벗었다.

삼성은 현재도 전 계열사에 대한 대대적인 감사를 실시하고 있어 연말 정기 인사와 별개로 비리가 적발되거나 실적을 반영시켜  수시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보인다.

▲ 기업별 CEO 재임기간 현황.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수시 인사 단행, 도리어 내부불안감 가중

재계에서는 기업들의 인사 체제 변화에 대해 긍정과 우려의 목소리가 공존한다.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긴밀대응과 조직 강화를 위해서는 공감하지만, 역으로 임직원들의 충성도를 떨어뜨리고 불안감을 가중시켜 도리어 회사 내부 분위기를 흐트릴 수도 있다고 우려를 나타낸다.

지난해부터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가 있는 모 전자회사 소속 임원은 “최근 글로벌 경기 악화에 따른 조직슬림화 추세가 팽배해지고 있는데, 이 일환으로 부서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다”며 “하지만 조직슬림화는 곧 임원 경질의 또다른 말로 들린다”고 불안한 마음을 전했다.

올 초 워크아웃에 들어간 모 건설사 임원 역시 “회사 실적이 괜찮을 때도 글로벌 위기에 대처한다면서 조직 개편을 수시로 단행했는데, 워크아웃에 들어간 이상 파리 목숨이라 봐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기업 경영성과 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가 지난 1999년 이후부터 올 6월말까지 국내 10대그룹 계열 94개 상장사 310명 대표이사의 재임기간을 조사한 결과, ‘임원은 파리 목숨’이란 속설처럼 상법상 임기인 3년도 못 채운 2.97년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별로는 LG그룹 계열 상장사 CEO의 재임기간이 4.3년으로 가장 길고 SK그룹 계열 상장사 CEO의 임기가 2.4년으로 가장 짧았다.평균 재임기간이 상법상 임원 임기인 3년 이상을 채운 곳은 LG를 비롯해서 ▲삼성(3.7년) ▲현대중공업(3.1년) ▲한화(3.1년) 단 4곳뿐이었다.

나머지 6개 그룹은 모두 3년에도 못미쳤다. 대표이사 평균 재임기간이 가장 짧은 곳은 SK브로드밴드로 겨우 1.1년에 불과했다. 이어 ▲현대제철(1.2년) ▲GS그룹 산하 삼양통상(1.3년) ▲에스원(1.4년) ▲롯데미도파(1.6년) ▲GS그룹 계열 코스모화학(1.7년) ▲SK이노베이션(1.7년) ▲포스코그룹 계열 대우인터내셔널(1.7년) ▲현대글로비스(1.8년) ▲한화손해보험(1.8년) ▲롯데손해보험(1.9년) ▲LG생활건강(1.9년)등도 재임기간이 2년에 못 미쳤다.

임기를 1년도 채우지 못하고 퇴임한 CEO가 가장 많은 그룹은 현대차그룹으로 총 14명이 1년 미만의 임기를 채웠다. 특히 현대제철은 1999년이후 총 9명의 CEO중 5명이 1년도 안돼 물갈이 돼 인사변동이 가장 심했다.

SK그룹도 1년 미만 임기의 CEO가 11명에 달했다. SK브로드밴드의 경우 특히 총 7명의 CEO중 3명이 2달 남짓 임기를 채우는데 그쳐 물갈이가 잦았다. 이어 삼성그룹 한화그룹 롯데그룹 각 5명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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