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의약품·자동차 등 분야 개방 압박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한 이틀째인 30일 한국 기업 총수들과 만난 자리에서 6명의 총수들을 일으켜 세우며 대미 투자에 대한 감사를 표하고 신규 투자해줄 것을 요청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향후 한미간 무역 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완전히 봉합되지 못한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 언급은 하지 않아 회동은 훈훈한 분위기에서 마무리됐다는 평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숙소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국내 주요 그룹 총수들과 만났다. 이 자리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최태원 SK그룹 부회장, 권영수 LG그룹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5대그룹 총수를 비롯해 대기업 총수 20여명이 참석했다.
▮ "총수들 일어나주시라" 깜짝 제안하며 대미 투자 당부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리에서 "현대, 삼성, CJ, 두산, SK를 이끄는 훌륭한 리더분들이 오늘 자리를 함께했다. 지금 언급한 기업들은 미국에 많은 투자를 해줬고, 미국 사람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했다"며 "자리에서 한번 일어나주셨으면 감사하겠다"고 요청했다. 이에 앞자리에 앉은 호명받은 기업 총수들이 자리에서 일어서자 트럼프 대통령은 "다시 한번 미국에 투자해준 것에 감사한다"며 "지금보다 (대미) 투자를 확대하기에 적절한 기회는 없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계속해서 대기업들을 필두로 한국 기업들이 대미 투자를 더욱 적극적으로 확대할 것을 당부한다"고 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신 회장을 먼저 일으켜 세우며 "신 회장이 지난달 워싱턴 방문해 미국에 3조6000억원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삼성전자 본사 건물과 롯데월드타워을 언급하며 "이 두 기업의 건축물을 보며 저는 감탄했고 너무 훌륭한 일을 했다고 생각한다"고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연설 말미에서도 "오늘 이자리에 계신 분들은 정말 훌륭한 비즈니스맨들"이라며 "대기업을 이끌어 가는 정말 천재같은 출충한 분들과 이렇게 자리를 해서 매우 기쁘다"고 말하기도 했다.
▮농산물·의약품·자동차 콕 짚어 "계속 공정 방안 논의"
트럼프 대통령은 양국 정상 취임 이후인 2017년부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통해 양국이 수억 달러 이상의 상호 투자를 통해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한미 동맹은 전례 없는 관계를 자랑하고 있고 굳건한 경제 관계를 강화해 왔다. 그 부분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한다"면서 "자동차 기업들에 대해서도 이것을 적용할 수 있겠다"고 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향후 무역협정에 대한 추가 논의도 가능성도 시사했다. 그는 "한미 양국은 공정하지 못했던 부분을 맞춰 나가기 위해 노력해왔고, 계속 균형을 맞춰 나가고 있다"며 "농산물·의약품·자동차 등 여러 분야에서 호혜적 무역협정을 체결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공정한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화웨이 언급 없이 "미중 무역협정 좋은 결과 있을 것"
트럼프 대통령은 재계가 우려하고 있는 미중 무역협정 체결에 대해 우리 기업 총수들에게 안심하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제가 지금 어떤 얘기를 하고자 하는지, 어떤 말씀을 드리고자 하는지 잘 아실 것"이라며 지난해부터 지속된 미중 무역협상을 언급했다. 이어 앞서 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무역협상을 정상궤도로 복귀시켰다"며 "앞으로 미·중 무역협정도 좋은 결과가 있으리라 생각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특히 중국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우리 기업에 '화웨이 사태' 등에 관한 얘기는 꺼내지 않았다. 이에 참석한 한국 기업 총수들이 안도했다는 후문이다. 특히 LG는 통신계열사 LG유플러스가 트럼프 행정부의 '블랙리스트 명단'에 오른 화웨이로부터 이동통신 장비를 수입하고 있고, 이에 대해 미 행정부는 우려를 표시한 바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