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대기업 총수들, 취미 생활도 각양각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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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대기업 총수들, 취미 생활도 각양각색
  • 이한듬 기자
  • 승인 2012.11.02 08: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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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만 하나…사진찍고 영화 제작에도 관심”

[매일일보 이한듬 기자] 한국 경제를 이끄는 대기업 총수들은 그룹과 국가 경제 발전을 위해 경영일선에서 회사를 진두지휘 하며 최고의 기업을 만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가끔은 딱딱한 사업구상에서 벗어나 저마다 ‘특별한’ 취미에 관심을 기울이며 다양한 취미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사진부터 영화에 이르기까지 관심을 기울이는 영역도 각양각색이다.

▲ 왼쪽부터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전 두산 회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 구자경 LG 명예회장,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
미술, 음악, 영화에 이르기까지 대기업 총수들 관심사 ‘각양각색’
취미 넘어 전문가 소양 갖추기도…은퇴한 총수도 취미생활 활발

최근 관련업계에 따르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은 10년째 국내 단편영화에 남다른 열정과 관심을 쏟아 붓고 있다.

그룹에 따르면 박삼구 회장은 10년 전 우연히 단편영화 제작지망생을 만나면서 단편영화가 처한 한계와 현실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단편영화를 사랑하는 회장님

당시 제작지망생이 “단편영화는 애써 만들어도 상영 공간이 없어 대중들에게 상영될 기회조차 갖지 못하고 있다”는 고충을 털어놓았던 것.

이에 박삼구 회장은 “항공기내에서 단편영화를 상영하자”는 제안을 냈고, 영화제에서 수상까지 했을 정도로 우수한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상영의 기회를 찾지 못하던 단편영화들을 아시아나 항공기의 기내프로그램으로 제공, 제작 및 배급에 숨통을 틀 기회를 마련했다.

기내에서 시작한 작은 이벤트는 결국 대외적인 행사로 이어졌다. 박 회장이 아예 그룹 주최로 아시아나국제단편영화제(AISFF)를 개최, 영화인들이 단편영화를 교류할 수 있는 장을 연 것이다.

이미 10년이 지났음에도 박삼구 회장은 여전히 영화제에 참석한 영화인들과 집적 교류하며 단편영화에 무한한 애정을 쏟고 있다.

매년 영화제 행사가 끝난 직후 영화인들과 함께 서울 청계천 근방의 한 포장마차를 찾아 밤늦게 영화인을 격려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영화인들의 호응이 좋자 2006년부터는 금호아시아나 사옥의 빈 공간에 영화제에 참석한 영화인 및 손님들을 위한 포장마차를 열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오는 11월1일에도 어김없이 서울 광화문 씨네큐브에서 제10회 AISFF를 개최할 예정이다.

‘취미’로 시작해 ‘전문가’로

이 같은 대기업 총수의 개인적 관심사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전문가 수준의 소양을 갖추게 되는 경우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다.

조양호 회장의 ‘사진’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식견은 재계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유명하다. 조 회장은 컴팩트 카메라를 비롯해 DSLR 등 20여종에 이르는 카메라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지난 1992년부터 십수년간 세계 각지를 출장 다니며 틈틈이 촬영한 사진 가운데 대표작을 선정해 지난 2009년 사진집을 발간했다.

지난해에는 조 회장이 직접 찍은 영주 부석사, 장승, 태백산의 장대한 풍경이 대한항공 TV광고에 사용돼 화제를 낳기도 했다.

이 외에도 조 회장은 매년 직접 찍은 사진으로 새해 달력을 만들어 외국 기업 대표와 주한 외교사절 등 국내·외 인사들에게 선물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위원장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실사단이 방한하자 그들의 활동을 담은 8쪽짜리 사진첩을 개인별로 전달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박용성 대한체육회장(전 두산그룹 회장) 역시 사진에 대한 관심이 남다르다. 조양호 회장처럼 매년 달력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박용성 회장도 자신이 직접 찍은 사진 중 일부를 엄선해 몇 차례 달력을 발간한 바 있다.

요즘도 시간이 날 때마다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촬영해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고, 국외출장을 갈 때에도 그 나라의 문화 유적과 풍물 사진을 찍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사장은 스스로 “가업을 잇지 않았다면 미술평론가가 됐을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미술에 대한 조예가 깊은 인물이다.

그는 과거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외로울 때나 골치가 아픈 일이 생길 때면 미술책을 본다. 완성도 높은 미술품은 영적인 치유능력을 갖고 있다”며 미술예찬론을 펼치기도 했다. 서경배 사장은 은퇴 후 동양사학자들을 따라다니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다.

윤영달 크라운해태제과 회장은 국악을 비롯한 음악에 남다른 열정을 갖고 있다. 국내 유일의 민간 국악단인 ‘락음국악단’을 운영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회사 차원에서 경기 양주시 송추에 아트밸리를 건립하고 있다.

윤 회장은 또 회사 제품에 인쇄된 고유의 코드를 포인트로 적립하는 고객에게 음악회 참여 기회를 제공하는 등 자신의 관심사를 사회공헌으로 확장시키고 있다.

은퇴 회장님도 관심사와 함께 ‘즐거운 황혼’

일부 대기업 회장들은 나이가 들어 경영일선에서 퇴진한 뒤에도 관심사에 꾸준히 열정을 쏟으며 즐거운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지난 1995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구자경 LG 명예회장은 충남 성환 연암대학 캠퍼스 근처 농장 내 연구소에서 된장, 청국장 등 전통음식을 연구하고 있다. ‘어머님의 손맛이 담긴 고향 된장맛’에 대한 향수가 구 명예회장을 전원생활로 이끌었다는 후문이다.

이동찬 코오롱 명예회장도 16년 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낚시와 그림그리기에 관심을 쏟으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이 명예회장은 평소 초등학교 동창들과 며칠씩 낚시 여행을 떠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고급 자가용이 아닌 일반 승합차를, 호텔이 아닌 여관을 이용하는 등 소탈한 모습을 보이는 사실이 전해져 한때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 명예회장은 그림에도 조예가 깊다. 50대 초반이던 지난 1980년대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이 명예회장은 주로 여행과 등산, 낚시 등을 다니면서 보고 느꼈던 풍경을 화폭에 담고 있다.

지난 1992년 고희전과 2001년 팔순전, 2009년 미수전까지 이미 개인전을 3번이나 개최한 전문 화가이기도 하다.

전중윤 삼양식품 명예회장은 소장한 도서가 9000여권에 달할 정도로 독서에 대한 열정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 외에도 박용곤 두산그룹 명예회장은 두산베어스 홈경기가 있는 날에는 어김없이 잠실야구장의 홈팀 임원석을 찾는 등 야구에 열정을 쏟으며 즐거운 황혼기를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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