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산업 전환에 韓과 협력…현대重, 합작조선소 건설 ‘탄력’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중동의 경제 대국 사우디아라비아의 ‘실세’로 평가받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방한하면서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중동의 석유 부국 사우디가 ‘탈석유 정책’을 통해 첨단 산업 구조로 지향하면서 한국 기업과의 교류를 다각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번 방한에서 국내 기업들이 ‘제2의 중동’ 특수를 기대하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를 비롯해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 조현준 효성 회장 등 경제계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과 빌 살만 왕세자 오찬에 참석했다.
사우디는 지난 2016년 석유산업에서 ICT 중심의 첨단 분야로 산업구조를 개편하는 ‘비전 2030’ 정책을 발표한 바 있는 만큼, 이번 방한에서 한국 기업들과 활발한 사업 논의가 추진되고 있다.
현재 제조·에너지, 디지털화·스마트인프라, 역량강화, 보건·생명과학, 중소기업·투자 등 5대 분야에서 자동차, 선박, 신재생, 건강보험, 중소기업 육성 등 40여 개의 협력사업을 추진 중이다.
양국은 이날 자동차와 수소경제 분야의 협력을 강화하는 정부간 양해각서 2건과 에쓰오일, 현대중공업, SK, 한국석유공사 등 국내 기업과 사우디 왕립기술원,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사우디 석유화학기업 AGIC 등 사우디 기업 간 83억달러(약 10조원) 규모의 MOU 및 계약 체결 8건도 진행했다.
재계 관계자는 “사우디는 중동 최대의 경제 협력국이다. 석유산업에서 벗어나 ICT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어 국내 기업들에게는 새로운 시장이 마련되는 셈”이라며 “재계 4대 총수들이 모두 참석했고, 10조원 상당의 협력도 이뤄지는 등 ‘제2의 중동 특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현대차, ICT 수소경제 집중 논의
이번 사우디 왕세자 방한에 가장 주목되는 기업은 삼성전자다. ICT 등 첨단 산업으로 주안점을 두면서 사우디와 협력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회담에 참석한 이 부회장은 빈 살만 왕세자와 5G, AI(인공지능) 등 ICT분야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또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 삼성엔지니어링 등과도 건설 등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해 중동지역의 건설 산업 협력도 강화할 전망이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중동판 실리콘밸리 구축을 목표로 진행하는 스마트시티인 '네옴'프로젝트와 관련 논의가 오간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 북서부에 서울 면적 44배에 달하는 규모로 건설되며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사용하고 단순 작업은 로봇으로 대체하도록 설계된다.
정의선 현대차 수석부회장은 사우디 왕세자와 수소전기차와 미래 모빌리티 산업에 대해 회담을 나눴다. 이에 앞선 지난 25일 현대차는 사우디 아람코와 수소에너지 및 탄소섬유 소재 개발 협력 강화를 주요 내용으로 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현대차와 사우디 아람코는 MOU 체결을 위해 올해 초부터 각 사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사업을 중심으로 공통의 관심사를 도출, 시너지가 가능한 협력 분야를 모색해 왔다.
양사가 이날 체결한 MOU는 현대차와 사우디 아람코가 국내에서 수소 공급 및 수소충전소 확대를 위해 전략적으로 협력을 강화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대차는 국내 수소전기차 보급 확대 및 수소경제 사회 조기 구현을 위해 올해 도심 지역 4곳, 고속도로 휴게소 4곳 등 8곳에 수소충전소를 자체 구축하고 있다. 수소충전소 구축과 운영을 위해 설립된 민간주도 SPC(특수목적법인)인 수소에너지네트워크(하이넷)에도 지분 참여를 하고 있다.
◇최태원·구광모 회장도 사우디와 협력
SK 최태원 회장은 2013년 중동을 방문해 사우디 화학기업 사빅의 모하메디 알마디 전 부회장과 만나 합작사 설립을 제안해 2015년 SK화학과 사빅 합작사 넥슬렌을 설립한 바 있다.
LG그룹 역시 5G, AI 등 ICT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LG전자는 사우디에 에어컨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LG그룹은 ICT, 에너지 사업을 중심으로 사우디와 협력을 강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사우디 측의 요청으로 참석한 정기선 현대중공업 부사장은 선박해양영업본부 대표 자격으로 참석해 조선과 해양 등 수주확보를 위해 협력 방안을 논의 했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와 합작조선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정 부사장은 2015년 사우디 킹살만 조선산업단지내 건설하는 합작조선소 건립을 주도했다. 총 규모만 5조원 규모다. 또한 올해 까지 총 4억달러를 투자해 연산 200여대 규모의 엔진공장도 사우디에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중공업은 사우디로부터 선박 수주도 기대하고 있다. 사우디 국영석유회사 산하 해운사는 최대 20여척의 원유운반선 및 탱크선 발주를 계획 중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