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3만 달러 시대① 정년 연장으로 오래 일하는 시대 연다
상태바
[창간기획] 3만 달러 시대① 정년 연장으로 오래 일하는 시대 연다
  • 박숙현 기자
  • 승인 2019.06.25 15: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60세 정년 의무화 2년만 정년 연장 다시 화두로
고령자 생산성 문제·임금피크제 등 과제 넘어야

[매일일보 박숙현 기자] 국민소득이 증가하면 정년 연장 문제는 필연적으로 따라온다. 의료 서비스를 비롯한 삶의 질이 개선되면서 수명이 증가하고, 교육비 급증 등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아이를 많이 낳지도 않으니 청장년의 경제활동 비중이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만 달러 시대에 들어선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60세 정년이 민간기업에까지 의무화된 지 불과 2년 만에 정년 연장 문제가 다시 화두로 떠올랐다. 오래 일하는 시대가 우리 곁으로 성큼 다가온 것이다. 하지만 정년연장 시행 시기와 적용 규모부터 임금피크제나 일자리 질 문제 보완 등 풀어야할 과제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오래 일하는 시대의 본격적인 도래 시점은 그 과제들을 해결하는 속도에 달렸다.

▮청년 일자리·고령자 생산성 논란

국민소득 3만 달러 이상 주요 선진국들은 인구감소에 따라 근로자들의 정년을 올리거나 아예 폐지하는 추세다. 미국의 경우 이미 1978년에 70세로 정년을 늘렸고, 이어 1986년 일할 수 있는 권리를 차별하지 말자는 취지로 정년제를 아예 없앴다. 영국도 법정 정년이 65세였다가 2011년 경찰 등 특정 직업군을 제외한 모든 분야에서 정년제를 없앴다. 독일은 현재 65세 정년을 2029년까지 67세로 연장할 계획이다. 1994년 법정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의무화한 일본도 현재 아베 정부에서 근로자가 희망할 경우 고용 노력 의무를 70세까지 늘리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청년일자리와의 상충과 고령자의 생산성 저하문제가 쟁점으로 대두되고 있다. OECD는 이와 관련해 1990년대 중반 청년 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기퇴직의 활성화를 권고한 바 있다. 하지만 2005년 신(新)일자리전략을 통해 양 세대 고용을 각각 늘리는 정책방향을 취해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세대 간 비교우위에 따른 고용분리로 일자리전쟁 가설은 성립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임금체계 개편도 뜨거운 감자

우리나라의 경우 청년 일자리와 고령자 생산성 문제에 더해 임금체계 개편도 정년 연장을 위해 넘어야할 과제다. 2012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미국과 같이 정년 연령의 상한선을 없애거나 혹은 네덜란드처럼 상호간의 계약에 의존하게 하는 것 중 하나를 따라 가는 것을 권고하는 것은 두 나라처럼 탄력적인 노동시장이나 임금 체계를 가지고 있지 않은 우리나라의 현실상 맞지 않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 때문에 우리와 유사한 연공형 임금체계를 가진 일본은 이른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정년 연장 시 임금을 조정해 고용과 임금을 상호 교환하는 제도다. 우리나라 역시 2016년 개정된 고령자고용촉진법안에 임금피크제 등 사업주의 임금체계 개편과 정부의 지원 방안을 담은 바 있다. 또 박근혜 정부 시절 모든 공공기관과 공기업에 임금피크제가 도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민간 부문 적용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으며 이후에도 이해 당사자 간 공방이 그치질 않았다. 노동계는 정년연령을 단계적으로 상향조정하고 장기적으로 정년을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반해 재계는 정년 의무화 조항의 융통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정년 연령 자체를 폐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고령자 질 좋은 일자리가 관건

한편 고령자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선 정년 연장보다 고령노동자의 생산성을 높이고 이들의 직무를 다양화해 기업 내 고용을 유지하는 방안을 찾는 게 우선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우리나라는 조기 퇴직해 변변치 않은 일자리를 전전하는 노동시장 특성이 있다. 우리나라 취업자들이 생애 주된 일자리에서 퇴직하는 평균 연령이 2013년 기준 49세, 완전 은퇴하는 평균연령은 71.6세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이 때문에 실효성 없는 정년 연장보다 명예퇴직이나 희망퇴직 등의 관행 개선, 직장문화 등 노동시장 제도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