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라면·스낵 ‘황제’ 농심의 ‘굴욕’ 파노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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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라면·스낵 ‘황제’ 농심의 ‘굴욕’ 파노라마
  • 임현빈 기자
  • 승인 2012.10.31 10: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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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출 1등, 위해요소 관리 1등, 서비스 정신은 몇 등?

[매일일보 임현빈 기자] 농심 라면 제품의 발암물질 검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 국내 시장에 이어 대만,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시장에서도 줄줄이 제품 철수가 결정되며 농심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 확산의 근본적 원인이 농심의 미흡한 사후 대처에 있다고 진단한다. 먹거리 안전성 논란으로 불안감에 휩싸인 소비자를 진정시키기보단 ‘제품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식의 안일한 태도로만 일관하고 있는 것. 농심의 이 같은 행보는 과거 ‘쥐머리 새우깡’ 사건을 시작으로 제품의 안전성 논란이 불거졌을 때마다 반복돼 왔던 것이다. 이에 따라 ‘안일한 대처’라는 농심의 고질적 문제가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 농심 본사(사진 / 황동진 기자)
소비자는 ‘뒷전’ 식약청 발표에만 ‘쫑긋’

지난 25일 농심은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권고에 따라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된 일부 라면 제품을 회수키로 했다.

농심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제품 회수를 알리며 “식약청에 따르면 벤조피렌 노출량이 고기를 구울 때 노출되는 것의 1만 6000분의 1 정도로 낮은 안전한 수준”이라며 안전성을 강조했다.

다만 “‘고객 안심’ 차원에서 관련 제품을 회수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파문이 일단락되는 듯했으나, 국내시장뿐만 아니라 대만,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 시장에서도 잇따라 제품 철수가 결정되며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80여개국에 라면 제품을 수출 중인 농심으로서는 앞으로 해외시장에서의 제품 철수 움직임이 확산될 경우 심각한 타격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처럼 사태가 확산된 이유를 농심의 미흡한 사후대처에서 찾고 있다. 최초 벤조피렌 검출 소식이 전해졌을 당시 즉각적인 대응 아닌 식약청의 결과 발표에만 의존한 채 손을 놓고 있었던 것.

지난해 이물질 검출 직후 국립수의과학검역원과의 분쟁 속에서도 대국민 사과를 먼저 선택한 매일유업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당시 매일유업은 검역원의 검사 결과에 적극적인 이의를 제기하면서도 최동욱 매일유업 전 대표가 직접 사과 영상에 출연하는 등 사태확산을 막기 위한 노력을 기울였다.

매일유업 역시 11개 기관으로부터 제품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결과를 받았지만 사태를 심각성을 인지하고 성난 소비자를 진정시키기 위해 우선 미안한 마음을 전했던 것.

식약청의 안전성 검증만 강조한 채 정작 소비자들의 신뢰 회복에는 손을 놓았던 농심과 대조되는 되는 부분이다.

▲ 사진출처=농심 홈페이지
안일한 대처… 알고 보면 고질병?

농심의 식품 안전성 문제와 이에 대한 ‘사후처리 미흡’ 문제는 비단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2008년 1월, 노래방 새우깡에서 쥐머리로 추정되는 물질이 발견된 이른바 ‘쥐머리 새우깡’ 사건이 터졌을 당시에도 농심의 안일한 대응은 여론의 거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당시 ‘쥐머리 새우깡’ 사건은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과 싱가포르 등 외국에서도 퇴출 명령이 이어져 업계 일각에서 ‘새우깡’이라는 브랜드 자체가 존속하기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사건이었다.

그러나 농심은 새우깡에 이물질이 섞여 있다는 것을 한 달 전에 알고도 제품회수나 생산중단 조치 없이 사건을 무마하기에 급급했다.

식약청은 약 2개월 후인 3월 17일 농심 부산 공장에서 생산된 노래방용 새우깡에서 생쥐 머리로 추정되는 이물질이 나왔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유일한 증거인 이물질 자체를 농심 측이 이미 폐기해 버렸기 때문에 정확한 경위 조사는 불가능했다.

식약청 측은 “부산공장 내부는 밀폐식 시설로서 제조관리 상태가 양호해 공정 중에 이물질이 들어갈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며 “이물질이 어떤 경로로 들어간 것인지는 모르지만, 농심 공장의 자체 시험분석 결과 생쥐 머리로 추정되며 과자와 함께 튀겨진 것 같다”는 결론을 내렸다.

농심 측은 “신고가 접수되고 한 달 동안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왔다. 생산과정의 어느 단계에서 이물질이 들어간 것인지 알기 위해 중국 공장을 비롯해 전 과정을 하나하나 검사했지만 원인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설명하면서 “이물질이 들어간 사실 자체를 부인하진 않지만 공정 중이나 원료 단계에서 그런 이물질이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책임회피에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농심은 문제가 된 해당 제품만을 거둬들였을 뿐 같은 시기에 생산된 14만 상자의 노래방 새우깡은 그대로 매장에서 판매되도록 내버려 두다 식약청이 현장 조사에 나서자 제품을 수거하기 시작했다. 이 또한 해당 제품 ‘전량폐기’ 가 아닌, 문제가 된 제품과 비슷한 시기에 생산된 2만 5000여 상자만 폐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농심 관계자는 “제품회수를 하지 않은 점에 대해서는 뭐라 할 말이 없다”면서도 “폐기된 분량이 정확히 얼마인지는 확인해 봐야 한다”며 얼버무렸다.

충격 이물질 ‘빵빵’ 터지는데도 뒷짐

‘쥐머리 새우깡’ 사건으로 먹거리 안정성에 대한 논란이 직후 식약청은 2008년 3월 21일 ‘식품안전 소비자신고센터’를 신설하고 식품 속 이물질 신고를 받았다.

단 2주 만에 접수된 사례만 20건인데, 그 중 6건이 농심의 제품이었다.

구체적으로 ▲‘쌀새우깡’에서 컨베이어 벨트 조각, ▲‘건면세대’(용기라면)에서 벌레, ▲‘육개장’(사발면)에서 플라스틱, ▲‘안성탕면’에서 유리조각, ▲‘카프리썬’에서 침전물 및 발효취(알코올냄새), ▲‘인디언밥’에서 종류를 알 수 없는 이물질이 나왔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그해 6월에는 ‘짜파게티’에서 나방이 발견되는가 하면 ‘신라면’에서는 바퀴벌레가 검출됐고, 7월에는 ‘둥지냉면’에서 애벌레가 나왔다.

하지만 농심은 그때마다 “이물질이 정확히 무엇인지, 어떤 경로로 유입됐는지 알 수 없다. 조사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만 늘어놓는 채 식약청 발표만 기다리며 뒷짐을 졌다.

이를 두고 시민단체에서는 ‘소비자를 우롱하는 식품업체는 퇴출시켜야 한다’며 농심의 안일한 대응을 맹비난했다.

농심은 그 이후로도 ‘농심켈로그(주)’에서 제조한 ‘스페셜 K(체중조절용 조제식품)’와 ‘콘푸로스트(시리얼류)’ 제품에서 금속 이물이 검출돼 해당 제품을 회수 조치하는 사태를 겪기도 했고, 같은해 8월 ‘쌀새우깡’ 쌀벌레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다. 또 그해 10월에는 ‘새우탕’과 ‘육개장 사발면’에서 각각 애벌레가 발견됐다.

이때에도 농심 측은 “유통과정을 업그레이드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제조과정에서의 의혹은 일축했다.

한편, 농심은 올해 초 국내 6개 공장에서 생산하는 라면, 스낵, 음료, 즉석밥 등 109개 전 제품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으로부터 해썹(HACCP,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 지정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해 7월에는 미국 식품의약청(FDA) 실사단 현장 점검 시 미국 관계자로부터 ‘세계적인 식품기업의 위생수준’이라는 평가도 받았다.

이와 관련해 강우석 농심 고객안심부문장(상무)은 “원료가공부터 제품포장까지 전 과정에 거쳐 식품의 위해요소를 사전에 차단해 농심의 상품력과 품질이 한층 업그레이드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식품의 위생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생각해 소비자들에게 더 나은 먹을거리를 제공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따라 농심이 이번 사태를 어떻게 수습하고 소비자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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