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위장조업·밤샘 대기귀순...6일간 동해 경계망 뻥 뚫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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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LL 위장조업·밤샘 대기귀순...6일간 동해 경계망 뻥 뚫렸다
  • 김나현 기자
  • 승인 2019.06.19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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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어선 10일 NLL 도착 위장조업 12일밤 월경 감행
14일밤 삼척 해상서 엔진 끄고 대기 날밝자 부두 접안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어선이 삼척항 내에 정박한 뒤 우리 주민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지난 15일 북한 선원 4명이 탄 어선이 연안에서 조업 중인 어민의 신고로 발견됐다는 정부 당국의 발표와 달리 삼척항에 정박했다고 KBS가 18일 보도했다. 사진은 북한 어선이 삼척항 내에 정박한 뒤 우리 주민과 대화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김나현 기자] 북한 선박이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직선거리로 130km 떨어진 강원도 삼척항에 접안할 때까지 군경의 제지를 받지 않아 해상·해안 경계망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온다. 침투용 잠수함이나 특수선박은커녕 초소형 목선에 불과한 이 선박은 지난 10일 NLL 인근에 도착해 15일 아침 삼척항 부두에 접안할 때까지 엿새 동안 우리 군경의 감시망을 농락했다.  

19일 군 당국에 따르면 북한 선박은 지난 9일 함경북도에서 출항해 10일 동해 NLL 북방에서 조업 중이던 어선군에 합류했다. 11~12일 위장 조업을 한 해당 선박은 12일 오후 9시께 NLL을 넘었다. 이 선박은 귀순 의도를 다른 어선들에 들키지 않도록 바다에 그물을 내렸다 올리기를 반복했다. 이어 13일 오전 6시께 울릉도 동쪽 약 55㎞ 떨어진 해상에서 정지했으며 오후 8시께 기상 악화로 표류했다. 이후 최단거리 육지 방향으로 항해를 시작했고 오후 9시께 삼척 동쪽으로 3.7~5.5㎞ 떨어진 해상에서 엔진을 끈 상태로 대기했다. 야간에 해안으로 접근할 경우 우리 군의 대응 사격 가능성을 우려한 행동이다. 이후 선박은 15일 동해 일출이 시작되자 시동을 건 뒤 오전 6시20분께 삼척항 방파제 인근 부두 끝부분에 접안했다.

삼척항에 정박한 북한 어선과 선원들은 오전 6시50분께 산책을 나온 주민의 신고로 발견됐다. 신고자는 차림새가 특이한 북한 선원을 발견하고 “어디서 왔느냐”고 물었고 북한 주민들은 “북한에서 왔다”고 답변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북한 주민 중 1명은 “서울에 사는 이모와 통화하고 싶다”며 휴대전화를 빌려달라고 요구했다. 그의 이모는 탈북해 서울에 정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어선에 타고 있던 4명 중 2명은 애초에 귀순 목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군 관계자는 “주민 4명은 복장과 관계없이 민간인으로 1차 확인됐고 대공 용의점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4명 중 2명은 최초부터 귀순 의도를 갖고 출발했다고 진술했고 나머지 2명은 본인 의사로 북한으로 송환됐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인민복(1명), 얼룩무늬 전투복(1명), 작업복(2명) 차림이었다. 관계 당국 소식통은 “북한으로 돌아간 2명은 얼떨결에 따라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북한 선박이 군과 해경의 감시망을 뚫고 삼척항 부두에 정박하고, 민간인이 신고할 때까지 몰랐던 것에 대한 문책이 뒤따를 전망이다. 앞서 오전 6시 15분경 삼척항 인근의 해안선 감시용 지능형 영상감시체계에 삼척항으로 들어오는 북한 선박 모습이 1초간 2회 포착됐으나 감시 요원들은 남측 어선으로 판단했다. 어선이 야간에 먼 바다에서 엔진을 끄고 대기에 들어가는 순간, 군의 해안감시레이더에도 미세하게 포착됐다. 당시 레이더 감시요원들은 포착된 표적이 기동하지 않고 정지되어 있자 이를 파도로 인한 반사파로 인식했다. 군 관계자는 “해양수산청, 해경의 CCTV(폐쇄회로) 영상에도 그 선박의 모습이 식별됐다”며 “북한 선박이 삼척항 인근에 접근할 때 해상에는 경비함이 있었고 P-3C 초계기가 정상적으로 초계활동을 폈으나 이 선박 탐지에 제한이 있었다”고 했다.

정치권에서는 민간 목선 한 척에 유린된 군경의 경계망을 두고 북한의 잠수함이나 침투용 선박에 우리 바다가 무방비상태가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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