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경제 민주화’ 외침 속 ‘악어의 눈물’ 흘리는 자는
상태바
[기자수첩] ‘경제 민주화’ 외침 속 ‘악어의 눈물’ 흘리는 자는
  • 황동진 기자
  • 승인 2012.10.28 10: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대선을 앞두고 정계와 재계가 대치중이다. 덩달아 국민들 사이도 분분하다.

정치권에서 ‘표퓰리즘’과 ‘시대적 요구’ 사이의 아슬한 경계선을 넘나들며 외쳐대는 ‘경제민주화’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에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회장님들에게는 심기가 불편한 얘기가 아닐 수 없다.

다 같이 못 먹고 살 적에 소위 ‘한강의 기적’을 일구어낸, 대한민국 경제부흥의 1등 공신인 자신들을 정치권에서 ‘토사구팽’시키려 것에 대해 가슴 밑바닥까지 분노가 치밀어 오른다.

여기에 더해 국민들까지 정치권의 세 치 혓바닥에 휘둘려 ‘반기업 정서’가 날이 갈수록 증대되고 있는 데 대해서도 서운함이 물밀 듯 밀려온다.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대권 3인방은 경제민주화에 대해 저마다 특유의 색깔로 경제민주화를 포장시켜 국민들에게 호소하고 있다.

박근혜 캠프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은 “암탉이 마당에서 여기저기 다니며 아무거나 먹어치운다고 목을 비틀면 어떻게 되나. 알도 못 낳고 나눠먹을 게 없어진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캠프의 이정우 경제민주화위원장은 “고래가 시냇물까지 와서 물을 다 마셔버리는 형국인데 송사리나 피라미는 어떻게 살겠느냐?”고 말했다.

안철수 캠프의 장하성 교수(경제총괄역)는 “칼은 칼집에 있을 때 무서운 거다. 칼을 빼면 이제는 칼을 쥔 사람이 더 어려운 입장에 선다”고 말했다.

이 세 사람이 모 라디오방송 프로에 차례로 나와 경제민주화에 대한 대권후보자의 소신을 대변하기 일주일 전쯤, 법정관리를 신청한 재계 24위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이 국민 앞에 머리를 조아렸다.

윤 회장은 “제가 사업하면서 무리하게 확장을 하다보니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됐다”며 “하지만 특혜나 부정은 없다”고 말했다.

윤 회장은 지주사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의 동반 법정관리 신청 직전 내부 관계자의 주식 처분과 고의 부도설, 사재출연 번복 등으로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있다.

회사의 부실을 알면서도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대규모 기업어음을 발행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LIG그룹의 구자원 회장 역시 지난 26일 공식석상에서 “피해를 본 일반 투자자들에게 사과하고 손해를 배상하겠다”고 머리를 숙였다. 검찰의 압수수색 이전까지만해도 LIG그룹 측은 총수일가의 기업어음 사기와 관련해 전면 부인했다.

최근 계열사 스포츠토토를 통해 수십억원대 비자금 조성을 의혹을 받고 있는 오리온그룹은 지난해 8월 ‘3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로 법정에 선 담철곤 회장과 그의 부인 이화경 사장이 재판 내내 죄를 뉘우치고 있다며 눈물로서 호소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악어의 눈물(crocodile tears)이란 말이 있다. 위정자를 빗댄 말로써 악어가 먹이를 씹으며 먹히는 동물의 죽음을 애도해 눈물을 흘린다는 이야기에서 전래된 것인데, 과연 누가 악어의 눈물을 흘리고 있는지 ‘경제민주화’ 바람 속 눈을 씻고 꼼꼼히 잘 들여다 봐야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